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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5. 03:12ㆍ숨죽인마음
요즘은 매일 새벽 4~5시 쯤에 잠이 든다. 이제 좀 정상인처럼 살아보려는데, 잠이 안 와서 옛날 일기장을 읽었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들. 그때의 나는 좀 더 감정적이고, 자기중심적이였으며, '성공'과 '복수'에 집착하고 있었다. 고3때 일기장에는 수업을 빼먹거나 (학교를 안갔다는 말이 종종 적혀있는데... 난 수업 빼먹은 기억이 없는데 뭐지?ㅋㅋ) 야자를 튀었다(는 자주 있었지...)와 함께, 난 커서 진짜 뭔가 될꺼야! 그래서 아빠에게 뭔가 보여줄꺼야! 내가 잘나져서 날 무시할 수 없는 애라는 걸 보여줄꺼야! 란 말이 많이 적혀있다. 매우 부끄럽지만,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생각들이겠지 뭐. 지금의 나는 '성공=복수'란 생각조차 안든다. 그냥 난 정말 농담이 아니고, 잉여인간이다. 이제 더 이상 부모님도 내게 내일의 계획을 묻지 않는다. 뭐 사실 있는지조차 크게 신경을 안 쓴다가 맞겠지만. 이 잉여의 생활에 점점 익숙해져서,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잘 안난다는 게 겁난다. 당장 굶어죽을 걱정은 없지만, 20살이 되고서부터 꾸준하게 알바를 해왔기 때문에 사실 이러고 노는게 불안하기도 하다. 이제 복학하면 돈 엄청 깨질텐데. (어차피 같이 밥먹을 친구도 없으니 식비는 굳으려나?ㅋ_ㅋ) 그래도 미친척하고 뮤지컬 3개 예매하고, 내일은 콘서트 예매 예정이다. (티켓전쟁에 간만에 참여하는군)
유럽도 혼자 다녀온 마당에 못할게 뭐있니? 란 생각이 크다. 친구들은 내가 혼자 어딜 다니고, 혼자 뭘 하고 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그게 난 점점 편해진다. 스케줄 맞추기도 힘들고, 사실 같이 보고 난 후에 감상을 나누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요즘엔 혼자 느끼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이렇게 독거노인이 되는거겠지.ㅋ_ㅋ
다들 노력하는 자가 성공을 한다고 한다. 조금 안일한 생각이지만, 나는 그냥 버티는 자가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유럽여행은 내 오랜 꿈이었다. 마치 고등학교때 유일한 목표가 대학입학인 것 처럼. 대학 다니면서 내 유일한 목표는 (마치 SKY 입성과 같은 막연한 꿈) 유럽이었다. 이제 그 꿈마저 이뤘다. (SKY 입성은 못했지만, 애초에 난 SKY도 바라지 않았으니까. 대충 인 서울 했으니 만족이다.) 이뤄질까 과연? 말로만 유럽, 유럽 거렸는데 이루고야 말았다. 사실 다녀와보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생각보다 쉬웠다. 그러니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서 이룰 목표 역시 난 이룰 수 있을거란 막연한 생각이 든다. 아빠한테 말하면 귓등으로 듣지 않는 내 새해 다짐이지만. 난 그냥 그렇다. 팔자는 정해져 있고, 결국 내 팔자는 이룰 수 있을 팔자라는 것. (무슨 근거로? 라고 아빠처럼 물으면 대답은 못하고. 그냥 감이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니 새해가 밝아오는 것도, 한 살 나이를 먹는 것도 별로 슬프지 않다.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이나.
그리고 난 그때 한창 동방신기를 좋아하고 있었다. 일기를 보니, 얘네한테 어떤 큰 사건들이 있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음. 허나, 역시나. 지금은 팬은 아니고 그냥 있으면 보고, 없으면 안 보는 1인이 되었다. 나의 변덕은 나이를 먹을수록 좀 더 심해지는 것 같기는 하다. 안타깝게도 난 SM에서 새 남자그룹이나 어서 만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JYJ에는 윤호와 창민이가 없고, 동방신기 2인에게는 나머지 3인이 없어 보는 재미가 없다. 분명 비주얼적으로 둘 다 괜찮은데, 싱거운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안타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