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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22. 02:47숨죽인마음


  아 피곤한 하루다. 한 주의 시작부터 너무 머리 아프다.
  나의 게으름과 우유부단함으로 과제는 날로 쌓여가고 있다. 원래 이렇게 벅찬 스케줄이 아니었는데, 나는 왜 이다지도 게으른가. 거기다가 어쩐지 독설을 생활화하면서도 누군가의 부탁만은 거절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심리. 내가 거절하지 않는다고 해서 딱히 고마워하는 것도 아닐텐데. 내가 없어도 상관없을텐데. 예의상 내게 메달리는 것일텐데. 이건 그냥 나 스스로 원하기 때문이겠지. 별 수 없구나 나도. 아무튼 이제 그만 놀아야지...했는데 도무지 주변에서 도와주질 않는다. 내가 몇 번이나 다짐하듯 외쳤건만.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아. 이것도 그냥 변명이다. 투정일뿐. 나 스스로 의지를 갖고 그냥 피해버리거나 거절하면 될 것을. 나란 인간. 오늘도 예상에 없던 음주. 지루한 수다. 과제는 여전히 쌓여가는데, 넋 놓고 있다. 날라리처럼 생긴 애는 몇 주째 내게 과제의 진행상황을 체크한다. 쟨 왜 또 저렇게 생긴거랑 다르게 성실해. 근데 왜 알아서 과제하면 되지 자꾸 내 상황을 물어보는 거야. 생긴건 내가 더 장학금 받을 것처럼 생겼는데, 세상은 원래 생긴대로 살아가는 게 아닌갑다. 아무튼 피로한 하루다. 내일도 또 괜한 자리가 생겼다. 피곤해. 하지만 내일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거니까 또 못 이기는 척. 으후. 아무튼 오늘은 정말 별로였다.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었군, 새삼 놀랐네. 정말 사람은 생긴 게 중요하다. 전혀 남 흉보지 않을 것처럼 생긴 사람인데, 만나기만 하면 남 흉만 본다. 지겨워... 거기다 공부할 의욕도 없으면서 왜 이 과에 왔는지 모르겠다. 나도 셀프디스를 생활화하지만, 이 사람은 그냥 정말 이 과랑 무관한 사람이었다. 모든 페이퍼를 돈 주고 사라고 조언해주었다. 농담이 아니고 진담이었다. 그렇게 사서 낸 과제로 A를 맞았다며 자랑까지. 매우 빈정상해서 더 이상 과제 얘기 따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학생이 이런 얘기 안 하면 무슨 얘기를 하나. 슈ㅋ발ㅋ. 연애나부랭이 얘기나 해야지 뭐. 거기다 부러워해야 할지 말지 모르지만, 아주 의미없는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전혀 공부할 의지도 없으면서 취직하긴 싫으니까 대충 대학원에 진학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사람을 기숙학교에 보내고, 유학보내고, 재수시켜주고, 편입시켜주고, 워홀도 보내준 부모가 참. 그냥 집에 돈이 많은가보다. 그저 부럽네. 태어나길 타고났으니 뭐 그 사람에겐 이런 의지없는 삶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난 또 지난 몇 년간 쌓은 서비스 마인드를 살려 대충 비위를 맞춰주면서 시간을 보낸다. 지겨워. 그 사람의 곁에서 자그만치 5년이란 시간을 함께 한 그는 (더불어 결혼까지 할 예정인) 법대생이었다. 역시 여자는 예쁘고 귀여운 장식품 같은 얼굴로 의미없는 수다나 조잘거리면 장땡인듯.
  결국 나도 다를 것 없는 인간이면서, 또 난 척 혼자 주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