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14. 17:02ㆍ마음에남아
Das Muscal ELISABETH, 2012
12/03/14 엘리자벳 김선영 / 죽음 류정한 / 루케니 박은태 / 요제프 민영기 / 루돌프 전동석(탕준상) / 소피 이태원
짙은 푸른 색의 거대한 장막 위로 보이는 황후 엘리자벳의 실루엣과 영문 로고. <조로> 때와는 사뭇 다른, 우아하고 웅장한 분위기에 착석하는 순간부터 극에 압도되었다.
무대 한 가운데 떨어진 핀 조명. 단순한 해설자만은 아닌, 암살자이기도 한 루케니와 그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교수대 밧줄. 엘리자벳, 그녀가 죽은 그때부터 100년의 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 이 모든 상황 설정들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만한, 무척이나 매력적인 상황임에 분명했다. 덕분에 나는 극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은케니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한없이 어둡고 낮은 목소리로 외치는, "엘리ㅡ자벳!" 그의 외침과 함께 혼령들이 불려 나오듯 극이 시작된다. 프롤로그부터 귀에 익은 음악들과 함께 모든 배우들이 등장해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무대를 만들었다. 어둡고, 음침하고 괴기한 분위기의.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안무였다. 보통의 대형 극에서 볼 수 없었던, 약간은 현란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안무였다. 물론 그런 안무들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데에는 역시 조명과 영상, 무대 연출, 미술 등이 큰 몫을 했다. 넓은 공간을 채우기 위한, 어색하게 쓸데없이 커다랗기만 한 세트가 아니었다. 상징적인 구조물들 몇 개만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전체적인 분위기나 상황은 배경 영상을 이용해 적절히 나타냈다. 그 영상 역시 뮤지컬 <햄릿>에서 본 충공깽 cg따위가 아니어서 참으로 다행^_^; 특히 가운데 움직이는? 돌아가는? 아무튼 둥그런 바닥 세트(프로그램북에 의하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2중 턴테이블 유압 상승 무대)가 단연 압권이었다. 거기다 오른쪽 무대에서 중앙으로 내려오는 기다란 다리 역시 실제로 보니 위압감이 엄청났다. 특히 파란색 조명이 일직선으로 쭉 빛나고 있을 때의 그 긴장감이란! 그곳에서 등장하실 류죽음님을 상상하니 으아... 엄마... 아아아...ㅠㅠ!
처음 <엘리자벳>을 보는 내내, 본 후에, 집에 가면서도 한 생각은 단 하나였다. "진짜가 나타났다!!!" 정말 오랜만에 괜찮은 대작이 올라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화려한 캐스팅에만 기대지 않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스토리, 연출, 무대, 음악, 조명, 의상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조화로웠다! 막귀인 내가 음악은 말해봤자지만, 다양한 느낌의 노래들이 적재적소에서 흘러나왔다. 씬 구성 역시 어쩜 그래... 버릴 씬이 없어! 솔직히 뮤지컬 <모차르트!>를 볼 때는 지루한 맛이 없잖아 있었는데, <엘리자벳>은 전혀 달랐다. 모든 장면 장면마다 엄청난 집중이 가능했고, 상황 상황이 단번에 이해가 갔다. 물론 그건 배우들의 연기력이 받쳐줬기 때문이겠지만, 이건 차차 얘기하고... 거기다 의상까지 좋아! 멋져!!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류님의... 아아... 연세가... 흑... 하지만 그래도 류님은 언제나 멋있어요^_ㅠb 복근 생기면 더 멋있어지므로 제발 만들지 마thㅔ여^_ㅠ!ㅋ) 이런 시대극 의상들을 볼 때마다 어딘가 놀이공원 페스티벌 의상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곤 했는데, <엘리자벳>은 달랐다! 대체로 싸구려 같지 않아서 좋았다. 디자인도 그 시대와 현대적인 멋을 적절히 섞어 놓은 것 같았달까(프런코 돋네^ㅠ^).
정말 단 한 순간도 딴 생각하지 않고, 극 자체에 엄청 집중하면서 봤다. 속으로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내 이전 리뷰들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거의 비난 일색의 대체로 모든 작품에 만족도가 낮은 인간인데... 너무 오랜만에 마음에 와닿는 극을 봐서 더 흥분! <엘리자벳>을 본 후 내 취향을 다시 검토(까지야...)해본 결과, 나는 한 명의 인물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듯. 영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와 <헤드윅>에 그렇게 미쳤던 이유가... (데헷)
조... 조은 썩소다^__^
12/05/02 엘리자벳 옥주현 / 죽음 김준수 / 루케니 박은태 / 요제프 민영기 / 루돌프 김승대(김효준) / 소피 이정화
이렇게 좋은 극을 당연히 한 번 보고 끝낼 생각은 아니었다^_^!(눈감아 내통장) 거기다 뮤지컬 배우로 어느 정도 자리매김 해가고 있는 (맞나?) 김준수의 죽음을 보지 않고서는 뮤덕이라고 할 수 없겠지, 싶어 열심히 표를 뒤지고 뒤져 결국은 2층 자리를 겟챠☆!
사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동방신기로 활동하던 때만 해도 굉장한 팬에서 그냥 팬 정도로 하락하긴 했어도, 그의 팬이었다. 그래 심지어 다섯 명 중에서 그를 제일 좋아했다! 그런데 해체를 하고 (제일 처음 좋아했던 H.O.T.꼴이 나버려서 더 실망한 것도 있고. 아무튼 어린 나이에 우상의 몰락을 보는 건 상처이긴 했다.) (같잖은)내 기준으로 봤을 때 적절한 캐스팅은 아닌데... 싶은 뮤지컬 <모차르트!>에 단번에 주연으로 캐스팅 되질 않나... 어느새 정신차려 보니 나도 모르게 그의 안티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색안경을 낀 관객이 된 건 맞았다. 그래서 나름의 각오를 다지고(?) 처음으로,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두 명을 보기 위해 갔다. 옥주현은 이미 뮤지컬계에선 나름의 경력을 많이 쌓은 상태였지만, 내 주변 사람들의 평만 들어도 여전히 그리 좋지 않아서 큰 기대는 없었다. 김준수의 죽음, 소위 샤토드는 마성의 죽음이라는 둥 아무튼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다고 해서 약간의 기대 반 의심 반으로.
2층 자리도 무대를 감상하는 데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1층보다 음향은 더 좋았다는 게 함정^_^! 거기다 주변은 온통 샤수니들 뿐이라 관크는 당연히 없었다. (다만 가끔씩 플래카드를 꺼낸다던가... 눈물을 훔치신다던가...) 거기다 이 무슨 얄궂은 운명처럼 (으잉...) 그의 수니질을 하기 위해 2006년에 구입했던 가격대비 성능 좋은 망원경을 가져갔더니, 역시 여전히 잘 보이는구나^_^b 어때, 다시 주인 만났으니 촛점 좀 잡아...보...자...! 단, 망원경을 가져가면 배우 표정이 잘 보이는 대신, 마치 TV보는 느낌이라서 현장감이 떨어지고, 극 자체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듯. 물론 몰입도가 떨어지는 건 망원경 탓만이 아니지만^^
처음 봤을 때는 극의 스케일이나 완성도, 음악 등에 압도되어 각 인물들이 가진 아픔은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아니, 내가 굳이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이 배우들이 연기를 무척 잘해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나 캐스팅을 바꿔보니 그들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달까.
옥엘리는 노래를 참 잘했다. 어쩜 목소리가 그리도 곱고, 높은 음도 쭉쭉 올라가던지. 역시 가수여! 역시 핑클 메인보컬! 뭐, 그 정도였다. 망원경 너머로 보이던 그녀의 표정은 도저히 감정과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고, 덕분에 나는 그냥 노래감상만 해야했다(마티네 할인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녀가 부르는 '나는 나만의 것'은 단연 압권이었다. 선영엘리에게선 느낄 수 없던, 폭발적인 성량에서 느껴지는 청량감! 찌릿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듣기 좋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뿐, 연기를 하고 있진 않았다. 뮤지컬은 노래도 중요하지만, '연기'가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래는 연기의 수단에 불과하다(그렇다고 너무 못해도 안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아주 최악은 아니었다. 적어도 극을 보는 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선영엘리를 먼저 봐서 다행이었다.) 그녀는 나름의 엘리자벳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 "엘리자벳은 왜?"라는 의문을 품고 하는 건지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냥 그렇게 연기하는 게 흐름에 맞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움직이고, 그렇게 노래한다, 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옥엘리는 자유로운 영혼의, 모두의 입방아에 오르고, 새장 속의 길들여지지 않은 신기한 작은 새 같던 씨씨인 적이 없었다. 그런 적이 없으니 소피와 요제프 사이에서 자유를 부르짖는 그녀가 와닿을리 없었다. 나는 멍하니 극을 보면서 순간, '왜 자유, 자유를 부르짖고 있지 저 여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영엘리의 엘리자벳은 정말 그녀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아서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형처럼 살아가야만 하는 삶 속에서 부르짖는 저 '자유'가 그녀에게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눈빛 하나,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옥엘리는 그냥 여전히 노래하고, 노래했다. 예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건지, 원래 목소리만은 타고난 건지... 선영엘리에게서 확연하게 느껴졌던 나이대에 따른, 처한 상황과 심경변화에 따른 목소리의 변화, 감정의 변화를 옥엘리 그녀에게선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 차이를 제일 크게 느낀 건 죽음과 씨씨의 첫 만남에서였다. 죽음의 품에 안긴 채 등장하는 씨씨의 표정, 옥엘리와 선영엘리는 너무나 달랐다. 옥엘리가 만약 류토드에게 안겨있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한데(어차피 이제 곧 확인하러 가지만ㅋ), 샤토드에게 안겨있을 때는 너무나... 그야말로 너무나 행복한 표정이었다. 단번에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소녀의 그것이었다. 반면에 두 번째로 본 선영엘리는 (처음 봤을 때의 배우들 연기 디테일이 생각나지 않는다...ㅋ)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듯한,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긴 소녀의 표정이었다. 그게 바로 씨씨 아닌가? 아빠처럼 되고 싶다고 노래를 하고, 서커스 단원처럼 외줄타기를 선보이러 신나게 뛰어가던 그 어린 소녀, 씨씨! 선영엘리는 "나의 왕자님, 알아요 당신은 죽음"이라고 노래하면서도 끝까지 그 감정을 놓지 않는다. 환상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 사람들 손에 이끌려 나가면서도 죽음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덮는 이끌림과 호기심! 정말 오늘 본 선영엘리의 그 디테일한 연기에 감탄, 감탄, 또 감탄했다! 반면에 옥엘리는 샤토드가 자리에 내려놓자마자(조금 후들, 거렸던 것 같기도^_;) 곧바로 그를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정말 "내 왕자님"이란 것에만 초점을 맞춘 듯. '죽음'이 뭔지는 아는 거니 모르는 거니... 가사는 아는 거니 모르는 거니... 아무리 운명적이고 환상적인 첫만남이라지만! 금사빠돋네효^_^;
샤토드는 옥엘리에 비해선 정말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등장부터 가지런한 금발의 뱅 앞머리(...정말 앞머리 자대고 자른 줄ㅋ)를 반짝이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고로 화려한 시절들을, 여전히 보내고 있는 그에게 이렇게 화려한, 극 중 존재감은 단연 최고인 역할을 맡긴 건 크게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어차피 현실적인 연기따위 집어쳐도 되는 역할이니까. 말 그대로 환상 속의 존재고, 환상 그 자체여야만 하며, 모두를 환상에 빠지게 만들어야만 하니까!
하지만 그래서 나는 의문이 남는다. 과연 그가 지금 죽음을 연기하고 있는 것인지, 화려한 무대 위의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건지. 나는 동방신기 시절 그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과 무대 위 제스츄어를 좋아했었다. 그 버릇들과 매력들은 여전히 죽음으로 분했을 때도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마지막 춤'은 단연 샤토드를 위한 넘버였다. 그래서 난 더 혼란에 빠졌다. 샤토드가 노래를 하고 춤을 출 때마다 나는 여기가 콘서트장인지, 뮤지컬 무대인지 혼란이 왔으니까. 물론 그의 다른 연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죽음이란 역할이 가진 특색이 김준수 그 자체와 너무 잘 어울린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인 듯. 하지만 그는 굳이 죽음이라기 보다는, 어떤 절대적인 위치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로 무대에 섰을 때도 그는 팬들에게 그야말로 절대적인 존재다. 그는 그를 보고 황홀경에 빠진 팬들을 너무 많이 봐왔을 것이고, 습관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로 인해 얻는 자신감에 찬 표정과 행동들은 죽음으로 분했을 때에도 이어지는 듯 보였다.
마치 엘리자벳도 그의 팬 중의 하나(엄연히 따지면 시작은 맞는 듯^_^;)로 생각하고 조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류토드와 선영엘리 간의 신경전처럼, 아주 표면적으로는 남자와 여자 혹은 죽음이라는 절대적이고 환상적인 존재 앞에 '나의 주인은 나야'라고 맞서는, 존재와 존재의 싸움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샤토드와 옥엘리는 그냥 절대적인 존재와 그의 장난감같은? 샤토드는 옥엘리나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나오든, 그 특유의 자신감을 넘어선 거만함을 결코 잃지 않았다. 물론 그게 샤토드의 매력이겠지만. (마성의 연하남같은 매력이라고 하더군.) 그 역시 옥엘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갖는 일 따위는 절대 없을 것 같았다. 뭐, 류토드 역시 자신의 존재, 죽음에 대해 딱히 의문을 갖지는 않는 것 같지만. 다만 류토드는 선영엘리의 태도나 루돌프를 대할 때 조금씩 변하는 감정들을 내비추곤 했다. 하지만 샤토드는 너무나 막강하고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냥 매력이 너무 넘쳐서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루시ㅍ... 정말 이것은 아이돌이 아니고서야 보여줄 수 없는 아우라가 아닌가. 이게 샤토드의 장점,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
옥엘리와 샤토드를 보는 내내 머리 속이 복잡해 극에 몰입을 잘 못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인물에게로 시선이 넘어갔다. 처음 볼 때는 잘 못 느꼈던, 그저 주변인물로 치부해버렸던 프란츠 요제프와 루돌프. 특히 민제프... 아아... 민영기 배우님... 왜 이리 목소리가 좋으신가여!!! 너무 부드러워! 녹겠어! 거기다 은근 귀염상! (뭔가 핀트가 어긋났다^_<)
김승대 배우는 익히 들었지만 무대에서는 처음 봤는데, 확실히 자기만의 캐릭터가 있는 배우 같았다. 잘생겼는데 뭔가 음모를 숨기고 있을 것 같은 표정...이랄까...(바, 반역자 루돌프다!) '마이어링 왈츠'도 동돌프와는 다른 느낌으로 좋았다. 훨씬 더 처절하고, 힘겨워 보였다. 동돌프는 마치 죽음의 천사들과 아름다운 기럭지를 뽐내며 흡사 무용을 하는 느낌으로 무척 우아했는데(상황이 그 지경인데도... 역시 사람은 유전자가 우월해야합니다^_ㅠb), 승돌프는 마냥 지쳐보였고, 정말 죽음 밖에 구원이 없는 듯 권총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였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팠다. 승돌프는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자라지 못했지만 확실히 아버지와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자유를 꿈꾸는 청년으로 느껴졌다. 물론 그 의지가 거세당하는 순간의 추락 역시 너무나 처절해서 좋았다.
12/05/05 엘리자벳 김선영 / 죽음 류정한 / 루케니 최민철 / 요제프 민영기 / 루돌프 전동석(이준서) / 소피 이태원
결국 D.Class 입★성(내통장 눈감아^_ㅠ22)! 오랜만에 뵙는 류님은 여전히 멋졌다. 여왕님 역시 어린 씨씨일 때는 어찌나 작고 깜찍한지! 선영엘리의 디테일한 연기와 노래는 여전히 뭐 하나 빠짐 없이 완벽했다. 확실히 처음 봤을 때보다는 시간이 많이 지나서인지, 두 배우 다 조금 더 감정이 격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자유'가 더욱 와닿았고, 무너져내리는 그녀 역시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처음 볼 때는 (솔직히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내가 당신의 거울이라면'에서 엘리자벳이 갑자기 아들 루돌프에게 차갑게 돌아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다만 내가 그렇게 낯선 느낌을 받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발번역의 문제인듯. 다들 이엠개 발번역, 발번역 노래를 해도 나는 그냥 저냥 들어줄만 하다 생각했는데... 솔직히 저부분은 가사가 좀 너무 직접적인듯. "나는 널 도와주지않을거야..." 이게 좀. 아무튼 선영엘리에게서만 유독 그런 느낌을 받았었더랬다. 옥엘리는 워낙에 감정 없이 연기를 하고 있으니 그냥 그 씬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오히려 그부분이 다른 씬들에 비해 다운돼서 차라리 보기엔 나았다.
선영엘리의 디테일한 연기 중 인형극도 무척 좋았다. 다들 루케니의 줄에 맞춰 손만 흔들고 입만 벙긋 거리는데, 인형극이 진행될 수록 그녀 혼자만 줄과 상관없이 손을 축 늘어뜨리거나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이것 역시 옥엘리와 다른 부분. 옥엘리는 열심히 인형극에 동ㅋ참ㅋ 물론 서로의 연기 해석이 다른 거면 어쩔 수 없고요. 옥엘리의 연기를 까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그냥 여기서 스탑하겠슴돠. 목을 옥죄는 사슬도 싫다며 요제프가 선물해준 목걸이를 내던지는 것도 옥엘리가 할 때는 '왜 저래 저 여자?'였지만, 선영엘리에게서는 정말 족쇄를 풀어버리는 듯한, 발악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암튼 구구절절 더 얘기 않겠숨.
류토드 역시 샤토드와 크게 다르진 않은, 나를 감히 거역할 수 있나?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내가 좀 봐줄께, 라는 느낌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매너 좋은 밀당 잘 하는 선수 느낌의 죽음인데...(구, 구체적이다) 다만 선영엘리가 자신을 거부할 때마다 살짝 짜증을 내면서 그래 어디 한 번 계속 그렇게 놀아봐, 근데 자꾸 나 건들이면 재미없을껄 하는 식의 성깔도 좀 보여주시고. 특히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엘리자벳을 사랑하는 '한 남자'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부드럽게 속삭이면서도 어느 순간 날카롭게 지르는! 꺄!
류님은 아무래도 연세도 있으시니() 샤토드와 상반되게 '마지막 춤'에서는 거의 춤을 추지 않는데, 그것도 너무 멋있다... 으앙... 카리스마... 류님류님...ㅠㅠ 그리고 이건 잘 모르겠는데, 아마 배우 체격이나 캐릭터 차이 때문인 듯 한데, 요제프와 엘리자벳의 결혼식에서 엘리자벳이 "네"하고 대답할 때, 샤토드는 공중에서 내려와 허공에서 종을 치는 듯한 연기를 했는데, 류토드는 그런 게 아예 없었다. 아무튼 그런 세세한 연출의 차이가 좀 재미있었다. (역시 요런 재미가 있어서 재관람이 재관람을 낳고 그런 거져 뭐^_<) 류님은 아마 안 ㄷ... 못 ㅎ... 지성 사랑합니다 류님^♥^
특히 류님과 선영여왕님의 케미는 뭐, 말해 뭐합니까 입만 아푸져^3^ 사실 처음 봤을 때는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르는 선영엘리가 엘리자벳이 아닌,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로 보였다. 약간 'A New Life'같기도 했고... 하지만 다시 만난 선영엘리는 엘리자벳 그 자체였다. 둘이 함께 있을 때도 류하이드와 여왕루시가 아닌, 완벽한 류토드와 선영엘리였다. 아무튼 믿고 보는 류김! 닥찬! 마지막 선영엘리가 자유를 찾아 류토드에게 달려가 안기는 순간, 정말 뭔가 찌릿했다. 선영엘리도, 류토드도 오랫동안 애타게 그리워했던 연인의 모습으로 서로를 품에 안았다. 선영엘리가 그의 품에서 눈을 감고 축 늘어지자, 슬픈 표정으로 감싸안으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던 류토드!!! 으아... 알아요 그대는 죽음! 하지만 그것이 그만의 사랑이고, 그에겐 행복이겠지. 그리고 엘리자벳 그녀에게도 진정한 안식, 자유이길.
계속 볼수록, 요제프 역시 그저 엘리자벳을 받쳐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나름의 의지를 가지고 변화해가는 인물이란 게 느껴졌다. 전보다 요제프의 의지들이 담긴 넘버가 귀에 잘 들어왔다. 특히 마지막까지 엘리자벳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외치는 모습... 으아아 사랑이야ㅠㅠ! 그래서 1부에서 '날 혼자 두지 말아요'를 부를 때 더욱 안타까웠다. 그렇게 서로 맹세했지만, 결국 지켜진 것은 없었다. 자신의 소중했던 사람 엘리자벳, 단 하나조차 지킬 힘이 없었던 그 스스로 얼마나 괴로웠을까. 황제라는 자리가 다 뭐람. 그는 자신의 삶의 주인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그것에 불만을 가지기는 커녕 마지막까지, 세상의 끝에 서서도 오직 엘리자벳의 사랑만을 원했다니. 아오 엘리앓이 쩌네ㅋ 순애보의 아이콘! 아니 찐따인가? (역시 나는 찐따매니아가 맞는^^,,,) 세 번 연속 (아마도 마지막까지) 민제프만 만나다보니... 아아... 사랑에 빠질 것 같아... 아니 이미 빠진 듯...ㅋ 민영기님 왜이렇게 순딩이에여?! 녜?! 아무튼 <엘리자벳> 속 시대의 최고 피해자는 아무래도 요제프인듯^_ㅠb! 믿었던 엄마, 부인, 아들, 나라 다 배신 당하고... 물론 자업자득인 면도 없잖아 있지만, 그걸 꼭 다 그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너무 가혹하군뇨. 아무튼 민영기 배우님 사랑합니다 데헿^_< 근데 이미 부인이 있고! 거기다 아들도 있고! 트위터는 엄청 성실히 하고!(응?)
루돌프는 확실히 동돌프가 좀 더 가련한 시대의 희생양...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 극에서 원하는 루돌프의 이미지로는 그가 좀 더 어울리는 듯. 그 누구에게도, 특히 엄마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란 어른아이. 동돌프는 가만히 서 있는 것 조차 위태위태해 보였다. 키가 그렇게 큰데! 가녀린 느낌! 거기다 존잘! 동서긔 존잘인 거 알고는 있었지만 (<햄릿>에서도 동생 오필리아랑 케미 터짐ㅠ,ㅠ어쩔ㅠ,ㅠ) 레알 존잘! 진짜 쥐꼬리만큼 나와서 존재감 터짐! 근데 문제는 동서긔도 뭔가 임팩트 있는 배우가 아닌 듯... 그냥 잘 생기기만 했어... 목소리 톤도 좋은데 생각보다 낮고... 류님이랑 노래할 때 거의 묻히는 느낌... (류님과는 거의 뭐 누구든 묻히겠지만^ㅠ^) 그래서인지 노래를 할 때 유난히 살짝 엇박으로 부르거나 음을 끄는 듯한? 약간의 애드립이 가미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처음 봤을 때보다 감정 표현이 더 분명해진 듯. 조금 더 처연해지고, 처절해졌달까. 거기다 '그림자는 길어지고'에서 훨씬 더 겁에 질린 루돌프를 잘 표현해서... 마치 사냥꾼에게 잡힌 어린 밤비같았다능! 그랬다능! (ㅠ,ㅠ) '마이어링 왈츠' 때도 전보다 몸놀림이 좀 더 무거워지고 감정이 실려 있었다. 아무튼 동서긔는 존잘. 코트 캐 멋짐. 근데 류토드는 애기 돌프를 만났을 때는 조카 보듯 귀여워 해주는데, 막상 큰 돌프를 만나서는 뭔가 얼른 부셔버리고 싶고, 치워버리고 싶고, 짜증난다는 식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저 얼른 루돌프를 치우고 엘리자벳을 차지하고 싶어서? 샤토드는 루돌프를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었는데, 아무튼. 다른 사람들은 둘이 케미가 쩐다고 하는데, 내가 느끼기에 류토드와 동돌프는 케미가 안 터짐... 동서긔가 열심히 무릎을 엉거주춤 구부리며 키를 맞추고 입을 맞추고...(으읭?) 온갖 노력을 다 해도, 류님은 그저 선영여왕님과만 케미터짐(무, 물론 그거면 다 됐지 뭐)! 아니, 동돌프의 짝사랑인가? 핫챠! 반면에 샤토드는 누구와도 케미 터지긴 하는 듯. 승돌프와도 데헷*^^*
은케니와 민케니는 확실히 노선 자체가 달랐다. 은케니는 정말 죽음과 엘리자벳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 이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임과 동시에 이 극을 열고 닫는 아주 중요한, 그 역시 엘리자벳 못지 않은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인물이었다. 시종일관 광기에 휩싸여 있는 듯 하지만, 중간중간 의미심장한 말들을 찔러 넣는다. 은케니 나름의 꾸준한 공부와 연구의 흔적들이 보였다. 가령 정신병원 씬에서 처음에는 음악감독을 향해 "미친여자"라고 칭하며 깨알같은 웃음을 줬다면, 두 번째에서는 전혀 그런 재미는 없었다. 그저 무대 한 구석에 서서 "미친 세상은 미친 사람을 낳습니다. 끝나지 않는 띠처럼"이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반면에 민케니는 정말 딱 해설자였다. 진지한 극 중간 중간 지루하지 않게 웃음을 주는. 한마디로 익살꾼? 애드립도 은케니에 비해 엄청났고, 하나같이 빵빵 터졌다. 최민철 배우도 무대에서 처음 보는 거였는데, 그 특유의 매력이 넘쳤다. 다만 내 귀가 은케니에 길들여져서인지, 은케니의 "엘리~자벳!"이 살짝 그리웠다. 그래도 중간중간 해설자로서의 역할 수행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암살자로 그의 본색을 드러냈을 때는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니 왜? 갑자기?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뜬금없네? 싶었달까. 갑자기 죽음에게 홀려 미쳤나... 싶은.
소피 역시 두 배우는 서로 매우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개취지만, 엄격하고 냉철하고 무자비한 소피 역에는 이태원 배우가 더 맞는 듯. 이정화 배우는 뭔가 뭐랄까... 약간 어딘지 익살스러웠다. 손동작도 그렇고. 그래서 왠지 저렇게 무게 잡다가 아무도 안 보는 뒤에 가서는 농담 할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어서...(응?)
애기 돌프까지 세 명을 다 만나봤는데(뽑기운이 좋네염), <모차르트!>에서 준상이 연기를 좀 깠다가 내가 까인 기억이 있어서 좀 조심스럽지만^_^; 준상이는 목소리가 너무 청아하고 예뻐서 깜짝 놀랐다. 애기더라... 흑. 효준이는 그렇게 청아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그저 준상이 목소리를 처음 듣고 받은 충격이 가시질 않아서...). 그러나 오늘 본 준서가 단연 내가 생각한 루돌프에 딱 부합하는 듯! 청아하다 못해 너무 떨고 있었다. 의도된 떨림인지... 큰 침대에 혼자 앉아 이불 꼭 쥐고 엄마를 찾다가, 류토드 아니 류어르신(^_ㅠ)이 등장하니 얼른 가 반기면서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는 정말 자랑하듯 씩씩하게 "고양이도 쏘아 죽였죠!"하는데... 어익후 그랬쪄요? 우쮸쮸 해주고 싶었다(*ㅠ▽ㅠ*) 류토드 옷깃 붙잡을 땐 또 어찌나 애기같고 귀엽든지... 으ㅇ허헝ㅇ..ㅠㅠ 누나를 죽여라ㅠㅠ 암튼 <빌리 엘리어트>가 참 애들 잘 키웠어^_^b! (여담으로 티켓 찾는 곳에서 마우스 패드 빌리 꺼를 쓰시더라고요^_ㅠ???? 아니 왜 EMK가... 것도 블퀘에서... 암튼 간만에 또 다시 눙무리... 아아 보고파라... 그리워라... 내 빌리...ㅠㅠ)
으으... 뭔가 류토드와 선영엘리를 좀 더 찬양하고 싶은데, 머리통이 깨질 것 같드아... 커튼콜 때만 '마지막 춤' 춰주시는 류님 너무 멋쪄염 사랑해염(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류님 찬양엔 끝이 없어라아아) "우리 둘이 서어어워워우어우어어오어호우아아!" 하고 애드립 쩔어주시는 것도 넘 멋쪄염 으아! 그리고 커튼콜 때 동서긔랑 민옵 서로 엉덩이 툭툭 치면서 안녕 해주는데 캐귀염 Y▽Y! 짧게 쓰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또 주절주절... 아무튼 <엘리자벳> 정말 꼭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봐야 하는 뮤지컬임에 틀림없다. 정말 오랜만에 진짜가 나타났다! 일단 배우님들 닥찬하느라 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까지 깊게 생각할 여력이 업ㅋ엉ㅋ. 아무튼 <엘리자벳>은 단순한 죽음과 황후의 환상적인 멜로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길 이야기하는 극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모든 문학, 예술 작품들이 거의가 그렇지만.
12/05/11 엘리자벳 옥주현 / 죽음 류정한 / 루케니 박은태 / 요제프 민영기 / 루돌프 이승현(탕준서) / 소피 이태원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세요*
길게 쓰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냥 잘 만든 <엘리자벳>에 옥주현을 끼얹나? 이승현을 끼얹나?
지금껏 본 중에 (많이도 안 봤지만) 가장 지루했고, 가장 몰입이 되지 않았다. 이건 옥엘리의 표정변화 없음도 문제가 크지만 그냥 옥주현 배우 자체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연기도, 목소리도... 아 그걸 인정했어야 했는데... 옥엘리를 깔 게 아니라 그냥 나랑 안 맞는다는 것 이젠 인ㅋ정ㅋ함. 옥엘리 괜찮다는 사람도 많으니까. 아무튼 <엘리자벳> 보러가서 주인공 엘리자벳을 안 보니까 이거 뭐 13만원 그냥 땅에 버린 셈이었다. 사실 보러 가기 전에 좀 걱정을 했으나. 에이 설마! 류님도 있고, 은태도 있고, 민옵도 있는데 뭘! 괜찮아! 했던 게... 하... 거기다 옥엘리만 똥을 준 것도 아니고, 설운돌프까지... Hㅏ... 내가 너무 과신했다.
옥주현 그녀 특유의 약간 과한 귀여운 척과 말괄량이 천방지축 씨씨는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날 혼자 두지 말아요'에서 민제프한테 자꾸 꽃가루 날리는 것도 못 참겠고, 배에서 내리기 전에 기우뚱하면서 손 흔드는 것도 못 봐주겠다. 정말이지... 길들여지지 않은 신기한 작은 새가 아니라 그냥 한 마리 야생 새 같았다... 너무 과한 설정들과 수선스런 움직임, 분주한 손동작들에 비해 전혀 변화없는 표정. 아무래도 표정이 없어서 더 과한 행동들을 한 건가 싶은데, 아무튼 다른 배우들에 비해 옥엘리 혼자 너무 떠있고 심하게 분주해서 극에 전혀 몰입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옥엘리는 금사빠인듯^^! 류토드와의 첫 만남에서도 샤토드 때와 마찬가지로 금방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래도 샤토드 때보다는 덜 하트 뿅뿅이었는데, 아무튼 이미 첫 등장부터 연기가 너무 과했으므로. 그리고 확실히 선영엘리와 확연히 드러나는 덩치 차이... 인신공격 아니고요^_^; 류님이 조금 끄응, 하시는 것만 같... 거기다 민제프와 사랑에 빠지고서는 어찌나 민제프를 휘두르던지ㅋㅋㅋ 민제프 날아가는 줄. 결혼식에서 춤 출 때 좀 버거워 보였... 거기서도 말괄량이 천방지축 그저 (왠지 뇌가) 맑아보이는 옥엘리... '마지막 춤'에서 류님은 또 어찌나 거칠던지! 옥엘리 막 내팽겨치고 난리남ㅋ 류토드가 특히 좀 더 거친 듯. 전에 매너 좋은 토드라고 한 거 취소요!ㅋ 매너 좋았던 것 같은 건 그저 목소리뿐ㅋ 거친 남자였다. 하아*-_-* '엘리자벳, 문을 열어 주오'에서도 옥엘리의 발연기는 빛났다. 침대에서 그녀를 유혹하는 류토드를 향해 '자신도 모르게' 끌려가다가 정신차리며 노래를 해야하는데... 최후통첩 후 기진맥진 하셨는지, 자리에 주저앉아서 멍 때리다가 앗차! 싶은지 류토드에게 엄청 빠르게 다가갔다가 엄청 빠르게 손을 확 빼는 그 발 아니, 손연기!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돋보이는 게 맞는^^
처음으로 1막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맨 처음 봤을 때는 1막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매 장면 장면 감동의 연속이었는데, 이날은 그냥 어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오마이갓. 민제프와의 케미는 커녕, 류토드와도 뭐... 더불어 극의 흐름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냥 내가 집중을 할 수가 없으니, 극이 늘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선도 몇 개씩 꼬였고. 1막이 끝나고 충공깽 속에 멘붕을 겪은 후, 겨우 정신을 추스렸다. 그래 그냥 내 마음 속 밑바닥에 1g이라도 남아있던 옥엘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그냥 엘리를 보지 말자... 류토드 은케니 노래나 듣자, 하고 마음을 비우니 한결 앉아있기 수월했다.
확실히 옥엘리에 대한 기대를 모두 버리니까 그럭저럭 2막은 볼 만 했다. 없던 케미도 조금씩 생겨나는 것 같았다. 역시 믿고 보는 류님^_ㅠb 하지만 이날 류님의 목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사실 5일 공연에서도 아주 좋은 건 아니었는데, 이날은 숨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고 (거기다 내 옆에 앉은 아저씨도 엄청 크게 숨쉬고... 아으!) 1층 11열에 앉았더니 음향은 레알 시망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하지만 그럼에도 노래는 끝까지 잘 불러주신 류님! 물론 '마지막 춤'에서 끝에 약간 음을 내려 부르기도 했는데, 옥엘리 크리에 비하면야 전혀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3시간 내내 류님 혼자 고고하게 빛나고 계셨다. 진짜 류토드 혼자서 좌엘리 우돌프에 맞써 고군분투 한다는 느낌이 뙇!
승현돌프에 대해서는 그냥... 성량 좋다는 평만 듣고 갔는데, 진짜 성량만 좋았다. 내가 생각했던, 동돌프나 승돌프와는 또 다른, 이거슨 도대체 무슨 돌프지??? 싶은, 뭔가 신세계 루돌프였다. 이도저도 아닌,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루돌프 였달까... 그냥 감정과잉에 과한 액션과 설정, 어설픈 발성과 블라블라. 발음도 너무 정확하게 하고 ("친아들을!" 할 때 좀 무서웠음) 너무 소리만 크게... 그게 다가 아니야 이것두라... 연기를 좀... 배우고 와라... 연기를 위한 연기하는 척을 하고 있었다. 진짜 루돌프 씬도 몇 개 없는데, 등장하는 모든 씬에서 다 오글거렸다. 어찌나 그렇게 과하시던지... 거기다 좀 통통해서 그냥 아기 같았다. 코트는 동서긔 옷을 얻어 입었나, 다리는 온데 간데 없고 그냥 발 두 짝만 덩그러니... 거기다 코트 입고 등장하면서부터 허린지 가슴인지를 움켜쥐고 헉헉거리는데, 도대체 왜 그런건지? 난 루돌프가 벌써 루케니한테 칼빵 당하고 온 줄^_^; '내가 당신의 거울이라면'에서도 어정쩡하게 무대 한쪽 끝에 서서 노래하다가 갑자기 철푸덕! '마이어링 왈츠'에서는 바닥에 슬라이딩을 어찌나 해대는지. 진짜 그냥 웃음밖에 안 나왔다. 2012년 새로운 꽈당 아이콘 노리시나^_< 데헷. 홀로 고군분투하는 류님이 안타까웠음. 내가 왜 위에서 류동 케미가 안 터진다고 헛소리를 찌끄려놨는가! 아! 류동이 최고여! 내가 제일 처음 본 게 다신 안 올 최고의 드림캐스트였구나! 아! 아!ㅠㅠ 위에서 어설프게 동서긔 좀 깐 거 취소요. 동서긔 존잘 존멋 존배 존케임b
'밀크'는 역시 은케니가 옳았다. 민제프는 여전히 멋졌고, 소피는 좀 불쌍... (죽는 것도 그냥 요제프 편지 한 줄로 알려주고 으앙...) 오랜만에 본 은케니는 어딘지 다운되어 있었다. 처음보다 한층 더 무겁고 어두워져서 개인적으로 집안에 우환있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은케니마저 미친놈처럼 마구잡이로 뛰어다니고 난리였으면 진짜 <엘리자벳>은 날뛰는 엘리와 루돌프에 루케니까지 얹어 날아가다 못해 공중분해 되었을지도^_^! 은케니가 중심을 잡아준 것 같다. 물론 중간중간 광기 어린 듯한 표정과 웃음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역시 은케니는 언제건 쇠꼬챙이를 엘리자벳(을 비롯한 아무 귀족이나ㅋ) 가슴에 쑤셔박을 것 같은 미친놈었다^_^b
그리고 이날의 가장 큰 수확! 13만원 주고 저 종이쪼가리 하나 사왔숨돠^_^ 헤헷! 신상이 나왔어요! 그래도 하늘은 날 버리지 않은 건가... 11열에 앉으니 이런 득템도 하네요. 하지만 내 눈에서 흐르는 이 눈물은 기쁨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 알 수가 없네^_ㅠ 2막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마인드 컨트롤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키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듯.
유일하게 옥엘리의 연기 중 좋았던 건 '내가 춤추고 싶을 때'. 진짜 류토드와 체격도 비슷하고, 밀리지 않는 느낌^^! 대등하게 죽음과 맞서서 노래하는데, 그 순간만은 약간 짜릿했다. 이게 바로 다른 사람들이 말했던 죽음과 엘리자벳의 밀고 당기기인가. 그 큰 드레스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움직이는 모습은 진정 한 나라의 황후 아니, 여왕 같았다. 권력자의 패기? 특히 마지막에 거친 숨을 내뱉으며 서로를 노려보며 끝낼 때! 그때 류토드와 케미가 가장 좋았다. 그 외엔 여전히 역시나 감정과잉에... 마지막 '베일은 떨어지고'의 순간에도 난 그저 "아 드디어 끝났다!"하는 기쁨의 탄식만. 엘리자벳 그녀의 삶이나 행복, 고민 따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날은 엘리자벳을 만나지도 못했으니까.
오히려 옥주현 배우의 연기를 통해, 왜 김선영 배우를 '여왕'이라 칭하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내가 김선영 배우의 연기를 본 것은 고작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 <조로>의 '이네즈' 그리고 <엘리자벳>이 다인데, 모두 그녀 특유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극 중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루시'에서 '엘리자벳'까지의 그 차이란! 그녀의 눈빛, 말투, 손짓 하나 하나가 달랐다. 옥엘리를 통해 오히려 선영엘리를 더욱 그리워하게 되고, 더욱 찬양하게 되는 현상 발생ㅠㅠ! 거기다 샤토드의 위력까지 새삼 깨달았다. 샤토드의 빛이 옥엘리의 발연기를 상쇄시켰다! 샤김도 한 번 봤어야 했어... 아아... 차라리 5일에서 관람을 끝낼걸, 하는 후회마저 했다. 아무튼, 키치 하나 건졌으니 그냥 그걸로 위안 삼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들 평이 어떻든, 내 취향의 배우로 보는 게 진정 옳은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공연도 끝났는데 감동의 여운은 없고 그저 찝찝한 마무리... 그저 OST나 다시 한 번 듣는 수밖에.
가사를 계속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죽음과 엘리자벳 그녀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표면적으로는 죽음이 엘리자벳의 연인으로 나오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가 그녀의 또 다른 자아, 내면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을 놓친 채 극을 본 것 같아 아쉽다. 말로는 그렇지, 했으면서도 정작 깊은 이해는 하지 못했다. '프롤로그'의 웅장함과 화려함에만 마음이 쏠려서. 아무튼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극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많은 것이 보이는 극이다. 많은 복선들과 쉽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낸 가사. 단순한 시대극, 흥미로운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픽션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공감과 교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극이었다.
우리 모두 내면의 죽음을,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지금.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떤 것을 가장 높은 가치로 두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 하나의 가치만을 쫓는 건 어리석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행복은 그저 너무 멀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아무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한 <엘리자벳>! 내년에 그녀를 다시 볼 수 있길.
이건 그냥 재밌었던 부분 중 하나인데, 실제로 관람 중에 내 옆에 일본인 중국인들이 있었고, 심지어는 이슬람 여성도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샤토드 공연할 때는 공연 전 안내멘트가 일본어에 중국어 버전까지 나와서 살짝 빵터짐. 아무튼 한류 대단합니다! 스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