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1. 17:34ㆍ마음에남아
12/07/19 앨빈 김다현 / 조지 고영빈 / 장미셸 이민호 / 자코브 이지송 / 에두아르 딩동 천호진 / 마리 딩동 전수경 / 자클린 유나영 / 안느 김보라 / 프란시스 임천석
나는 연극 <M.버터플라이>의 꽃다송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세월이 얼마나 흐른데도 과연 그녀를 잊을 수 있을까? 그 충격적으로 아름다운 비주얼 뒤에 감춰진 고독함과 신비로움. 가발과 치파오를 벗어던진 후에 드러나는 완벽한 남성미까지! 두 가지 성을 넘나들며 보여준 그의 한결같은 아름다움은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꽃다현 배우의 (성을 꽃씨라 해도 믿겠어요Y_Y) 송 릴링이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에 빛을 발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같은 더러운 얼빠ㅋㅋㅋ는 일단 그의 연기 이전에 그의 미모를 먼저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뮤지컬 <라카지>를 보면서 나는 진정 확신할 수 있었다. 꽃다현 배우가 그의 미모를 넘어서, 얼마나 아름다운 연기를 하는 배우인가를. 그의 연기가 미모를 한층 더 빛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뮤지컬 <라카지>의 첫 관람 동기는 약간 불순할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결론은 배우 김다현에게 다시 한 번 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극은 '쇼뮤지컬'이다. 즉, 가볍고 경쾌하게 즐길 수 있는 극인만큼 스토리는 그리 탄탄하지 않다. 극 초반에 굉장히 심각하고 중요한 사건이 터지면서 가족 간의 갈등이 유발된다. 게이 부부 그리고 아주 평범하다 못해 보수적인 이성애자 집안과의 사돈맺기! 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자 극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관객들이 기대하는 만큼, 생각하는 것 만큼 갈등은 그리 크지도, 깊지도 않다. 1막에서 앨빈과 조지, 그들의 철없는 아들 장미셸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에 비해 (사실 그것도 어머니 앨빈의 희생과 감내만으로 모든 상황을 해결한다) 정작 2막에서 딩동 가족과의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은 그냥 물 흐르듯~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식으로 너무나 손쉽게 해결되고 만다. 이 과정 역시 시종일관 매우 유쾌하고 즐겁게 흘러가서 한참동안 극 중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박수치다 보면, 극이 다 끝날 때쯤에야 '어라? 이렇게 끝?'하고 느낄 뿐이다. 의자에서 일어서면서 조금 아쉽네, 할 정도랄까.
<라카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성애자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게이 부부의 생존기가 아니다. 이 극의 진짜 미덕은 "있는 그대로의 나-우리-가족을 인정하는 것"에서 오는 행복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때, 그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 앨빈과 조지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고다커플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손길, 동작, 말투 그 하나 하나. 20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으로 아끼고 감싸주는 부부. 이 둘이 함께 하는 것 만으로도 허술한 스토리의 빈틈이 촘촘히 메워진다. 물론 두 배우의 그야말로 환상적인! 미친 미모도 한 몫 한다. oh oh po케ㅋ미ㅋ퍽ㅋ발ㅋwer oh oh 남남끼리 이렇게 케미 터져도 됩니까? 녜? 예?! 어떻게 20년 동안 이렇게 한결같이 아끼고 사랑할 수 있나요... 이건 정말 드라마인듯ㅋ 하긴 서로 저런 미친 미모를 곁에 두고 있는데 저렇게 사랑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을듯ㅋ 연출가의 말 대로 현실에는 없는 환상의 비주얼, 환상의 커플이었다. 20년이 뭐임, 한 20일 된 신혼부부 같은 분위기ㅠㅠ!
고조지는 어찌나 다리도 길고 핸섬하신지! 유연한 몸놀림으로 춤도 너무 멋지게 추시고, 특히 아내 꽃다앨빈을 사뿐히 안아 들거나, 에스코트 할 때 등등! 정말 젠틀, 젠틀, 젠틀맨도 이런 젠틀맨이 따로 없다능u_u!!! 거기다 약간 김갑수씨 느낌도 남! 다만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 갖춘 너무나 완벽한 캐릭터라서 그런지 감정의 높고 낮음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시종일관 자신감에 차있었고, 모든 일을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여기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아들 장미셸이 엄마 앨빈이 없어야 한다고 말 할 때도, 그 사실을 아내 앨빈에게 전해야 할 때도. 그 내면의 갈등이나 고민 등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웃는 얼굴로 삐진 앨빈을 달래고, 철없는 아들을 달래고, 라카지오폴을 운영하고... 사돈이 될 에두아르 딩동을 만났을 때도 당황하는 모습이 그저 유머스럽게만 흘러가서 사실 그가 살면서 어둠이 있기는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저 내 편견인가? 게이는 다 힘든 삶을 살아야한다는 건 아니지만, 클럽의 사장이고 (평범치 않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나름의 굴곡과 어둠은 있었을텐데. 아무튼 고조지는 삶에 굴곡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인물로 느껴졌다. 이번에도 뭐 이렇게 잘 넘기면 되지 뭐 하하하! 하는 식으로. 물론 너무나 멋진 모습에 그저 눈 호강한다는 생각으로 넘길 순 있었지만.(이게 문제일지도...ㅋ)
반면 꽃다앨빈은 정말 날 다시 한 번 깜짝 놀라게 했다. 불과 한 달 전에 봤던 송 릴링은 온데 간데 없었다. 첫 등장부터 과장된 여성스러운 손짓과 말투는 정말 새침하고 철없는,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내 앨빈이었다. 그 어떤 것에서도 이전 캐릭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비슷한 톤이었지만 전혀 다른 말투. 그저 또 다른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여전히 화려한 새들이 노래하는 새장 속이 배경이었지만 클럽 라카지오폴 무대 위에는 전설적인 여가수 마담 자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새장 속 버터플라이는 이미 날아가버린 지 오래였다. 꽃다앨빈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손짓, 동작, 눈빛 하나 하나가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었다. 짙은 화장과 가발 뒤에 감춰진 김다현이라는 배우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온전히 마담 자자, 앨빈만이 무대 위에서 울고 웃고 노래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없이 연약하고 아름다우며 귀여운 그녀에게 조지가 잡혀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진리인 듯ㅋ 정말이지 어쩜 손짓 하나 하나 그리도 여성스러운지. 남자답게 걷는 거 연습하면서 몸개그 하실 때는(ㅠㅠ으아앜ㅋㅋㅋㅋㅋ으유아앙 나의 꽃다가ㅠㅠㅋㅋㅋㅋ!!!) 진짜 남자답게 걷는 거 잊어버린 사람인 줄ㅋㅋㅋ 그 존재 자체로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앨빈이었다. 어떻게 그런 그녀를 그 자체로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딩동씨도 그렇게 쉽게 설득 되었나... 무튼, 엄마라고 그냥 뙇! 나왔을 때 너무 위화감이 없이 정말 엄마 같아서 당ㅋ황ㅋ. 전수경 마리랑 함께 손뼉 칠 때도 어쩜 그래... 너무 잘 어울려... 진짜 엄마들 같아...!
진짜 생물학적 엄마ㅋ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담 자자, 아내 앨빈뿐 아니라 엄마로서 그녀의 존재도 너무나 와닿았다. 장미셸의 생물학적 엄마ㅋ의 이야기가 나오자 흥분하며, 배 속에 품고 낳은 친엄마 이상으로 20년을 내 몸 같이 소중히 길러왔다고 하는 대사나 화난 아들 앞에서 "엄마가 잘 할게..."라며 곧바로 작아지는, 남편 조지 앞에서와는 또 다른, 엄마 앨빈의 모습에 그저 울컥했다. 정말 모성애 돋는 꽃다앨빈! 마냥 화려하기만 하고 여리고 남편에게 응석만 부릴 줄 알던 그녀가 한순간 아들 앞에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가 되는 것에 또 한 번 울컥했다. 아아 정말이지 배우 꽃다현씨... 이거 반칙이에요? 예?ㅠㅠ
그녀가 부르는 'I am What I am'도 가사 하나 하나가 마음 속에 들어왔다. 사실 그의 가창력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난 나쁘지 않았다. 그의 연기 디테일들로 모든 커버가 가능했다(사실 꽃다 한 명으로 극의 대부분이 다 커버 된다고 느껴짐...ㅋㅋㅋ). 허나 가장 좋았던 넘버는 'The Best of Times'였다. 라카지걸들의 화려한 군무와 무대들이 많지만, 난 이 노래가 <라카지>의 미덕을 가장 잘 실리는 넘버라고 생각한다. "바로, 지금, 여기, 오늘!" 이 순간을 즐기고 행복을 노래할 수 있는 기쁨. 서로가 서로에게 전달했던 해바라기처럼 바로 그 기쁨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되는 것 같았다. 노래의 클라이막스와 함께 조명이 환하게 쏟아지는 그 순간, 난 이 극의 매력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 정말이지 오랜만에 만난 힐링극이었다.
호이 자코브가 너무나 소문이 자자하여, 이지송 자코브에게는 사실 큰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굉장히 귀엽고 귀여웠으며 귀여웠다! 귀여웠으니 그걸로 충분함ㅋ. 민호 미셸은 연기로 부족한 가창력을 충분히 커버했다. 역시 연기자여^^b 맙소사! 정배 때부터 팬이었던 나란 덕후 나란 누나는 그저 민호 얼굴에 흐_믓했던 게 맞아요! 노래할 때 제스츄어가 너무 한결같이 주먹 쥐는 것 밖에 없어서 조금 오그라들긴 했지만, 무대 경험을 쌓고 연기로 밀어붙이면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듯 싶다. 그래도 연기한 경력이 꽤 있는 친구여서 그런지 그저 떼쟁이에 불과한 장미셸도 민호 미셸이 하니 나름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가장 20살 철부지 아들에 어울리기도 하고. 특히 딩동 앞에서 앨빈과 조지를 향해 사과를 할 땐 나도 따라 뭉클해졌다. 그래도 꽤 잘 컸구나, 아들! 이란 느낌이었달까. 고다커플 아들이라기엔 키가 좀 작지만(^_ㅠ) 케미도 적절했고 요런저런 귀여운 맛에 즐겁게 볼 수 있었다. 허나 문제는 안느... 민호 미셸과 케미도 없었고, 그냥 안느는 안느는... 대사 없이 춤만 추는 게 맞는^^... 그녀는 말 그대로 "저 연기합니다!"하고 연기하고 있었다. 딩동의 천호진씨는 노래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캐릭터와 느낌은 잘 맞았다. 또 워낙에 천호진씨도 좋아하던 배우였고. 하지만 전수경씨는... 음, 말을 하고 싶어도 목소리가 안 나오네요...^^... 왜 목 상태가 안 좋은데 이 역할을 맡으신 건지 의문입니다요. 접시 칭찬할 때는 그냥 묵ㅋ음ㅋ. 혹은 쇳소리? 반면 유나영 자클린은 정말 너무나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캐릭터였다. 다른 무대에서 또 뵐 수 있길!
무대 세트나 조명은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무대를 꽉 채우는 충분히 세련된 세트여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조명을 아낌없이 쏴주는 통에 빛에 쉽게 매료되는 나란 인간은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볼뿐! 특히 라카지걸들이 흑조로 분해 새장 속에서 군무를 출 때의 그 조명이란! 정말 멋졌다! 그 강렬한 붉은 빛과 푸른 빛의 대비와 그라데이션! 그 순간들을 죄다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놓고 싶을 지경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빛의 향연...ㅠㅠ! 바닷가 선착장 역시 깔끔하게 표현된 세트가 아주 괜찮았다. 고다커플의 하얀 커플룩과도 잘 어울렸고. 그 뒤의 하늘 배경 역시 적당히 구름 낀 것이 너무 촌스럽지도, 대놓고 세트같지 않게 은은한 분위기를 조성해서 딱 좋았다. 클럽 라카지오폴 무대에서 백스테이지로의 전환 역시 커다란 판넬? 막? 으로 비스듬히 틈을 만들어 아주 매끄럽게 연결해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라카지걸들은 너무나 유쾌하고 귀여웠지만 약간씩 합이 안 맞아서 아쉬웠다. 근데 그게 연습부족이나 이런 게 아니고 그냥 체력의 문제인 듯. 3열 중앙에 앉아서 보는데, 연이은 군무에 라카지걸들이 지친 게 눈에 띄게 보였다. 특히 캉캉 출 때. 정말이지 다양한 의상과 헤어로 무대 위에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앙상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꼈다. 조금만 더 완벽하게 합이 맞으면 좋겠지만, 라카지걸들은 대체로 좋은 무대를 보여줬다. 살아있는 익살스러운 표정들과 굵으면서도 유연한 동작들이 인상적이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이어 다시 한 번 감동을 선사한 LG아트센터u_u! 오랜만에 찾은 공연장에서 나오며 여전히 그때와 같은 감동 충만한, 가슴 뛰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느끼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고다와 LG아트센터는 사랑입니다*^♡^* 고다 보고 천국 가세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