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4. 01:31ㆍ숨죽인마음
0. 오랜만에 근황보고. 태어난 이래로 유아기 시절을 제외하고 아주 평화롭고 행복하면서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즈음이다.(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현재 가장 큰 불안거리는 실직상태가 자의든 타의로든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인이 된 이후로 이렇게 오랜기간 놀아본 게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서른을 코앞에 두고서야 제대로 사춘기를 치루는 것인지? 아무튼 이토록 길고 긴 실직상태에 대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덜하긴 한데, 그냥 나 스스로 이제쯤이면 정신 차려야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근데 또 상황이 뭔가 순조롭지만은 않다. 이유를 대자면 댈순 있지만, 결국엔 그냥 일하기 싫기 때문이다. 인간은 일하면 안 되는 동물이야. 뽀로로를 좋아하든 말든 노는 게 제일 좋아~ 그래도 구차하게 변명해본다. 내 자신에게. 우선 당장은 수술 후 회복(은 이미 다 한 것 같은데...)을 위해서는 좀 더 쉬는 게 맞다. 그리고 2016년 거의 다 가지 않았니? 대충 막달까지 비벼보자. 그리고 미래는 아무도 장담 못하는데, 올해 크리스마스에 (예정된? 될?) 근사한 휴가까지 다녀오고나서 다시 일개미가 되자. 어차피 평생 일해야 하는데, 좀 더 기회가 있을 때 놀아도 나쁘지 않다! 태어난 순간부터 불효녀였으니, 앞으로도 불효 좀 더 한다고 뭐 달라지랴?(창조주님 애도...)
1. 몸무게를 비롯해 전체적인 몸매 및 건강 역시 (수술을 하긴 했지만) 올해가 내 인생 최고 리즈시절이다. 노는 동안 꾸준히 근력운동을 했더니 몇주째 미친듯이 쳐먹고 놀기만 하는데도 생각보다 많이 망가지진 않았다. 역시 근육은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만들기까지가 넘나 고될뿐.
2. 요즘 나름 빨간약 먹고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더욱 큰 회의감을 느끼며 (이미 옛날 옛적부터 그냥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싫었는데, 거기에 한 숟갈 더해져) 헬조선 탈출만을 강구하던 차에 큰 벽아닌 벽에 부딪쳤다. 아, 인생은 아이러니~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사라더니! 27살에 재미삼아 봤던 사주풀이의 한 구절이 자꾸 내 귓가를 맴돈다. 진짜 인생은 정해진 운명대로, 팔자대로 흘러가는 것인가? 도사가 내가 결혼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 꼭 말해주는 거라고 했던게 자꾸 내 명치를 찌른다. 사는 데에 정답은 없다지만, 결혼보단 비혼이 훨씬 행복도가 높은 선택임에는 분명한데!!!!!!!!!! 요즘 나를 나도 모르겠다.
3. 다 큰 자식 걱정에 밤낮이 없으신 부모님(과연)의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벌써 n개월차에 접어든 연애는 여전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더이상 큰 의심없이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나가고 있음에도, 이제 거짓말 하는 것이 힘에 부쳐 (더이상 만날, 끌어쓸 지인도 없다... 그동안 넘나 집순이였던 것) 커밍하웃 하고 싶으면서도 대뜸 날카로운 송곳처럼 날아오는 부모님의 한마디에 마음을 진정시키곤 한다. 역시 밝히는 순간, 자유는 없을 것이외다. 차라리 빨리 출세(?)해서 이 집을 나가는 것이 가장 적절한 해결방법일듯.
4. 그래서 내년에 독립하려고 했는데, 이런 장애물이 생길 줄이야. 얘는 왜... 왜... 왜... 말을 바꿔! 라면서도 사실 나도 요즘 마음이 너무 흔들리고 있다. 안돼, 그래도 다신 없을 기회다. 못해도 6개월은 나갔다 와야지. 아니, 중간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나가야 해!!!!!!! 진심으로 진지하게 다시 한 번 물어봐야할 사항이긴 하지만, 무슨 내가 지금... 결혼한 것도 아닌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아니, 솔까 이대로 대한민국에 주저앉아 남은 인생 다 조지기에는 너무 아닌 거 같아, 아무리 생각해도? 일년이라도 나갔다 오면 아무리 못해도 영어 하나는 배워서 오지 않갔어? 그럼 남은 인생 좀 인간답게 살지 않겠니? 라며, 강력하게 스스로에게 외쳐본다.
5. 10월은 참 매년 내게 격동의 달로 남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