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6. 00:13ㆍ숨죽인마음
0. 오랜만에 책!이란 것을 샀다. 정말, 그냥 한 단어로 '책'이 아니라 'the thing'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내게 생경했던 것이었다. 지난 몇달동안. 책이라고는 영어학원 책만 뒤적이다가, 아 기다리고 고기다리던 (언제적) 작가님의 에세이집이 새로 나와서 지르는 김에 전부터 사고 싶었던 베스트셀러 역사책도 하나 샀다. 이제 탈조선하는 마당에 뒤늦게 왠 조선왕조실록? 할수도 있겠으나, 그렇다. 맞다. 탈조선이 너무 기뻐 헬조선의 역사나 다시한번 봐주면서 비웃어주려고 샀다. 와하하하하하ㅏ하하하하ㅏㅏㅏ!!!!! 넘나 씬나는 것!!!!! 아빠의 요청이기도 했고. 떠나는 김에 이런 효도 하나 못할까.
1. 내가 개복치인 것은 옛날부터 알긴 했는데, 이번엔 심지어 스트레스성 위염까지 앓았다. 미친... 이토록 스트레스에 취약한, 거의 신생아 수준의 두부멘탈이라니... 너무 욕을 안 먹고 살긴 했다 요즘. 심지어 욕도 안 먹고 코멘트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했다!란 핵칭찬을 받았음에도 나답지 않게 꽤 심하게 앓았다. 위 하나만은 튼튼했는데. 먹보가 눈앞에 먹을 것을 두고 못먹으니 정말 괴로웠다. 심지어 고기 냄새나 먹을 것을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일었다. 멘탈이 이렇게 중요한 겁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먹방은 열심히 봤다.)
2. 떠나고나면 곁에 있던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하지. 잃고 후회하기 전에 잘하란 말, 너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잘 할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혼자이고 싶다, 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혼자 훌쩍 떠나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 하지만, 곧, 진짜, 엄청나게 혼자될 예정이니 당분간은 참는다.
3-1. 근자감은 아니고, 생긴게 워낙에 (좋게 말해) 개성적이라 남들이 날 잘 알아보는 편이다. 덕분에 난 남들을 잘 못알아보는 편인데(?) 이게 참... 안 좋은 점이 많다. 멍 때리다가 괜히 마주치기 싫은 사람과 면대면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개월동안 꾸준히 오지라퍼들의 터치 없이 맘 편히 다니고 있던 헬스장에서 드디어 한 명의 오지라퍼와 연을 트게 되었다. 제기랄! 헬스장만에서는 온전히 혼자 운동하면 안 되나요? 아줌니들?
3-2. 비좁은 탈의실에서, 샤워실에서 듣는 아줌마들의 대화에 현타가 종종온다. 누구네 집 아들의 결혼은 어떻고, 누구네집은 어디로 여행을 갔다 왔고... 일년에 제주도는 분기마다 가서 이젠 지겹고, 태국은 5번이나 가봤으며 이번엔 일본을 갈 예정이라는... 따위의. 물론 그정도의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니 이 시간에 헬스장에 오시겠지만서도. 나도 이번에는 나만 싸돌아댕기지 말고 엄마랑 같이 여행 좀 가야지. 다짐했는데... 과연? 이번엔 진짜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