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31
2010. 10. 31. 23:00ㆍ숨죽인마음
요즘은 언제나 기분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장난하냐? 식이다. 언제는 또 안그랬냐만은. 일단 유럽에 가는게 너무 기대되고 신나면서 준비가 너무 귀찮다. 언제 다 알아보고 조사하고 정리하고 하남? 하다가도 막상 책 읽으며 자료 정리(가 싫은데 은근 하다보면 체질인듯...유.유?)하다보면 날 지는 줄 모르겠다. 요 며칠 부지런히 도서관 출ㅋ석ㅋ. 시험공부를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절대 그럴리 없지. 또 준비하면서 너무 기대되고, 내가 짠 계획대로 절대 실행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또 흥분된다(?). 그리고 또 혼자 허세돋는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여행을 떠나기 직전, 준비하는 단계가 제일 즐거운 때인거야. 이런 기분을 위해 사람은 여행을 가는걸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하고 바로 이건 무슨 개소리야.
친구 덕에 <뭘 또 그렇게까지>를 보고 왔다. 홍상수 감독의 느낌이 나는 영화였다. 남자들은, 특히 남자 감독들은 '여성'에 대해서 어떤 판타지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또한 그들은 그것에 대적하듯(?) 찌질하기 짝이없는! 성적인 욕망때문에 찌질대는 남성(사회적 지위가 있...다기 보다는 명성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그들 자신의 자화상같은 예술가?)을 그 여성의 상대로 던져놓는다.
영화는 그냥 재밌게 별 생각없이 볼 만했다. 감독도 GA 내내 이렇다 할 답변대신 예술가들 특유의 뜸들이기와 나긋나긋 알수없는 주절거림을 뱉었다. 사실 '예술'과 '고통'에 대한 어떤 그럴듯한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만든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건 사실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 어느 예술가가 (특히나 이 감독은 순수 예술에 비해 영화는 그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는 자기비하 성향이 있는듯 하고) 아무런 고민과 목적없이 작품을 만들 수가 있는가? 하물며 허접한 수업 과제를 하나 쓸 때조차도. 남들 앞에선, 교수님 앞에선 '허접입니다. 이건 쓰레기에요! 아무 내용 없습니다. 별 생각 없이 쓴거에요. 시간에 쫓겨서 어쩔 수 없이. 그래도 아무거나 내야 학점은 받을 거 아닙니까?' 라고 둘러대지만, 속으로는 꽤나 고민하고 쓰는 것들 아닌가? 그러니 이런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변명은 좀 삼가는 것이 좋겠다. 감독이 그렇게 단정지어 버리면, 시간내서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을 대놓고 엿먹이는 꼴이 아닌가? 수줍겠지만, 확신이 없고, 용기가 없겠지만. 아무거라도 '예술 사실은 그거 다 개소립니다'란 말이라도 해달라고! 피하지만 말고. 그런 의미에서 극중 조화백이 "그거 다 개소리야"라고 하는 부분은 좋았다.
여하튼 영화나 감독의 GA 태도나, 그냥, 나에겐 그 모든게 무척이나 전형적으로 느껴졌고, 큰 반향은 없었다는 거다. 애초에 영화 목적 자체가 감독 본인 스스로의 창작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니까 그렇겠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고서 좋았던 점은, 내 뒤에 조용히 앉아서 영화를 보던 봉준호 감독이었다. 좀 더 큰 소리로 웃어주었고, 진지하게 후배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이 뭔가 좋았다. 팬입니다! 싸인 부탁드려요! 란 말은 수줍어서 못했지만, 조, 좋ㅇ...ㅏ합니다.
아빠가 초등학교 동창회를 다녀왔다. 나는 유부남(유부녀도 예외는 아님. 단, 남편이 무능한 유부녀일수록)들에게 가장 위험한 모임 중 하나가 '동창회'. 그것도 '초등학교 동창회'임을 엄마를 비롯한 많은 아줌마들의 대화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위험한 모임 리스트엔 등산 동호회도 있다. 등산 동호회는 또 여기서 세 가지 부류로 나뉘어지는데......) 우리 아빠는 전혀 그럴 위인이 못됨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은 본래 의심이 많은 동물인지. 초등학교 동창회를 1박 2일로 한다는 사실을 듣고, 또 아빠가 엄마와 영화를 보고 바로 내려간다는 사실에 또 한 번 화들짝 했다. 아빠의 고향은 대부분의 50대 가장들이 그렇듯, 서울은 아니므로 사실 1박 2일로 한다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니다. 또한 동네가 관광지이기도 해서, 펜션을 운영하는 친구가 숙소 제공까지 한다니. 굳이 눈에 쌍심지 켜고 의심할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사랑과 전쟁> 등등 이런류의 TV 프로그램 덕에 선행학습(?)이 잘 되어있던 나는 차마 아빠에게 "잘 다녀오라"는 말이 안 나왔다. 계속 "뭐하러가? 친한 친구 있어? 난 초등학교 애들 기억도 안 나." 따위의 투정이나 늘어놓았다. 그러나 결국 그날 밤, 난 아빠가 집을 비운 덕에 밤새 영화를 보았다. (이미 이 때는 아빠에 대한 걱정은 잊은지 오래. 나란 여자.) 다음날 아침, 내가 눈을 뜨기도 전에 아빠는 집에 와 있었다. 마치 어젯밤 늦게 집에 들어와 잠을 자고 일어난 사람 마냥. 파자마 바람이었다. 새벽같이 집에 온 것이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자식들 품에 안겨줄 (그리고 칭찬 받을 생각에 기뻐하며) 호두과자 상자를 들고서. 난 "벌써 왔어?"하며 아무렇지 않게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호두과자를 제일 첫번째로 꺼내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호두과자는 이미 식었고, 달았다.
친구 덕에 <뭘 또 그렇게까지>를 보고 왔다. 홍상수 감독의 느낌이 나는 영화였다. 남자들은, 특히 남자 감독들은 '여성'에 대해서 어떤 판타지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또한 그들은 그것에 대적하듯(?) 찌질하기 짝이없는! 성적인 욕망때문에 찌질대는 남성(사회적 지위가 있...다기 보다는 명성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그들 자신의 자화상같은 예술가?)을 그 여성의 상대로 던져놓는다.
영화는 그냥 재밌게 별 생각없이 볼 만했다. 감독도 GA 내내 이렇다 할 답변대신 예술가들 특유의 뜸들이기와 나긋나긋 알수없는 주절거림을 뱉었다. 사실 '예술'과 '고통'에 대한 어떤 그럴듯한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만든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건 사실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에 어느 예술가가 (특히나 이 감독은 순수 예술에 비해 영화는 그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는 자기비하 성향이 있는듯 하고) 아무런 고민과 목적없이 작품을 만들 수가 있는가? 하물며 허접한 수업 과제를 하나 쓸 때조차도. 남들 앞에선, 교수님 앞에선 '허접입니다. 이건 쓰레기에요! 아무 내용 없습니다. 별 생각 없이 쓴거에요. 시간에 쫓겨서 어쩔 수 없이. 그래도 아무거나 내야 학점은 받을 거 아닙니까?' 라고 둘러대지만, 속으로는 꽤나 고민하고 쓰는 것들 아닌가? 그러니 이런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변명은 좀 삼가는 것이 좋겠다. 감독이 그렇게 단정지어 버리면, 시간내서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을 대놓고 엿먹이는 꼴이 아닌가? 수줍겠지만, 확신이 없고, 용기가 없겠지만. 아무거라도 '예술 사실은 그거 다 개소립니다'란 말이라도 해달라고! 피하지만 말고. 그런 의미에서 극중 조화백이 "그거 다 개소리야"라고 하는 부분은 좋았다.
여하튼 영화나 감독의 GA 태도나, 그냥, 나에겐 그 모든게 무척이나 전형적으로 느껴졌고, 큰 반향은 없었다는 거다. 애초에 영화 목적 자체가 감독 본인 스스로의 창작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니까 그렇겠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고서 좋았던 점은, 내 뒤에 조용히 앉아서 영화를 보던 봉준호 감독이었다. 좀 더 큰 소리로 웃어주었고, 진지하게 후배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이 뭔가 좋았다. 팬입니다! 싸인 부탁드려요! 란 말은 수줍어서 못했지만, 조, 좋ㅇ...ㅏ합니다.
아빠가 초등학교 동창회를 다녀왔다. 나는 유부남(유부녀도 예외는 아님. 단, 남편이 무능한 유부녀일수록)들에게 가장 위험한 모임 중 하나가 '동창회'. 그것도 '초등학교 동창회'임을 엄마를 비롯한 많은 아줌마들의 대화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위험한 모임 리스트엔 등산 동호회도 있다. 등산 동호회는 또 여기서 세 가지 부류로 나뉘어지는데......) 우리 아빠는 전혀 그럴 위인이 못됨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은 본래 의심이 많은 동물인지. 초등학교 동창회를 1박 2일로 한다는 사실을 듣고, 또 아빠가 엄마와 영화를 보고 바로 내려간다는 사실에 또 한 번 화들짝 했다. 아빠의 고향은 대부분의 50대 가장들이 그렇듯, 서울은 아니므로 사실 1박 2일로 한다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니다. 또한 동네가 관광지이기도 해서, 펜션을 운영하는 친구가 숙소 제공까지 한다니. 굳이 눈에 쌍심지 켜고 의심할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사랑과 전쟁> 등등 이런류의 TV 프로그램 덕에 선행학습(?)이 잘 되어있던 나는 차마 아빠에게 "잘 다녀오라"는 말이 안 나왔다. 계속 "뭐하러가? 친한 친구 있어? 난 초등학교 애들 기억도 안 나." 따위의 투정이나 늘어놓았다. 그러나 결국 그날 밤, 난 아빠가 집을 비운 덕에 밤새 영화를 보았다. (이미 이 때는 아빠에 대한 걱정은 잊은지 오래. 나란 여자.) 다음날 아침, 내가 눈을 뜨기도 전에 아빠는 집에 와 있었다. 마치 어젯밤 늦게 집에 들어와 잠을 자고 일어난 사람 마냥. 파자마 바람이었다. 새벽같이 집에 온 것이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자식들 품에 안겨줄 (그리고 칭찬 받을 생각에 기뻐하며) 호두과자 상자를 들고서. 난 "벌써 왔어?"하며 아무렇지 않게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호두과자를 제일 첫번째로 꺼내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호두과자는 이미 식었고,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