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7. 15:19ㆍ마음에남아
11/06/02 헤드윅 조정석 / 이츠학 전혜선
뽀드뽀드윅*_* 조정석은 여유가 넘쳤다. 다른 헤드윅을 보진 않았지만, 분명 다른 이들에 비해 노련미가 넘치는 헤드윅일테지 싶었다. 나의 병맛돋는 시간계산으로 인해 (언제나 그렇듯) 지각을 했는데, 노래 하나가 끝나고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ㅠㅠ지각생은 웁니다). 늦게 들어간 사람들을 향해 뽀드윅은 여유롭게 한 마디 날려줬다. 이런 자잘한 애드립들과 나른한 말투, 제스츄어, 거기다 그 특유의 찐따느낌까지! 작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모리츠를 잊지 못하던 내겐 좋은 공연이었다 (역시 모리츠는... 엉엉). 그리고 왜이리 예쁩니까! 역시 뽀드윅 그 명성에 걸맞네효*_*
극 후반부로 갈 수록 연기의 밀도는 깊어졌다. "내 여기까지 사랑해야지"라는 대사를 할 때는 정말... 가슴이 먹먹, 답답 아니 갑갑해졌다. 헤드윅의 가벼운 말투와 행동으로 감춰두었던 그의, 아니 그녀의 고통이,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화려한 옷과 가발을 벗고 가슴 속 토마토를 꺼내어 짓이길땐. 그 몸부림이 결코 어떤 '퍼포먼스'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예전에 MKMF였던가, 어딘가에서 장근석이 했던 오프닝 공연이 얼마나 맥락없이 폭력적이고 의미없는 퍼포먼스였는가 새삼 느꼈다. 노련한 헤드윅에 비해 이츠학은 조금 굳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좀 아쉬웠고. 마지막에 다함께 일어나 앵콜을 외치며 뛸 때는 여기가 뮤지컬 공연장인지, 콘서트장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래, 이 맛이야! 뽀드윅, 조만간 한 번 더 만납thㅣ닷!
11/07/14 헤드윅 조정석 / 이츠학 이영미
이번에도 역시나 나의 병신미는 빛을 발했다. 께이! 할인쿠폰 인쇄를 잊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차액 물고 (크흑) 이젠 그냥 모든걸 포기한 채로 공연장 입장(지각 안 한게 다행이다...). 어쨌거나 첫 관람 때보다 한결 가까운 자리에서 봐서 감동은 더 했다 (엉엉). 뽀드윅의 노련함은 날로 빛나는구나. 역시나 지각생들을 향한 애드립도 잊지 않고, 특히나 'Sugar Daddy'가 끝나고 자리에 앉은 관객들을 향해서는... (ㅋㅋㅋㅋㅋ) 사실 이날 뽀드윅은 처음 본 날보다 컨디션은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다. 아무래도 캐스팅이 한 명이 줄고, 공연도 계속되니 힘들겠지. 날도 습한데 옷에 가발에 메이크업에... 어익후. 마음이 아프군.
이날 최고의 감동이자 발견은 이츠학이었다. 이츠학! 이츠학! 이츠학이 중요했구나아아아! 위에 적진 않았지만, 솔직히 전혜선 이츠학에겐 아무 감흥이 없었다. 그녀의 노래는 좋았지만, 연기가 굉장히 나무막대기 같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의자에 앉아있을 때...이츠학 거진 의자에 앉아있는데 이거 좀 문제인듯여ㅋ). 그래서 헤드윅이 가발을 벗어던지고 토마토를 으깨고, 이츠학이 옷을 갈아입고 예쁜 여자 크리스탈로 다시 등장했을 때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물론 내가 영화 <헤드윅>도 안 보고, 그 전의 공연을 본 것도 아니어서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음). 그런데 역시 이영미 이츠학... 왜 다들 그녀를 최고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의 그 존재감이란! 헤드윅과 막상막하의 아우라를 풍겼다. 특히나 쇼맨쉽이 너무 멋져!!! 전혜선 이츠학은 그냥 노래만 불렀던 것 같은데, 영미 이츠학은 뽀드윅에 버금가게 섹시하고, 귀엽고, 파워풀하고... 무한대로 수렴ㅋ. 아무튼 캐스팅은 중요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츠학 솔로가 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이츠학이 어쩌다 헤드윅의 남좌, 이츠학이 되었는지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 (첫번째 때는 그냥 뽀드만 보고 있었던 것 가틈ㅋ) 이번에는 헤드윅의 널어, 널어, 그래 걸친 가짜모피 코트를 입고 한 유태인 손가락질이 아주 인상적이었다ㅋ. 독일인과 유태인. 헤드윅과 이츠학. 찾아 헤메던 반쪽. 불쌍한 영혼들. 기타 등등. 영미 이츠학 덕분에 많은 걸 더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보면 볼 수록 더 많은 게 보이는 건 당연한 얘기고. 배우에게 빠져드는 건 어쩔 수 없는듯 (ㅠㅠ). 조정석이란 배우에게 콩깍지가 씌이고 있는 것 같당ㅋ. 아이고 은태배우에 이어... 으헝 내 통장 눈 감아. 뭐 이미 인기있는 배우들이니 이건 당연한 결과인듯ㅋ. 제가 좀 늦게 빠졌죠, 죄송함당 헤헷(^_<).
지옥같은 그곳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포기한 한 가지. 그러나 여전히 변하지 않는 지옥같은 현실. 그 속에서 그를, 그녀를 지탱해준 단 하나, 음악. 결국은 음악. 모차르트도 그렇고, 빌리도 그렇고. 내가 너무 이런 얘기에만 흥미를 느끼나 싶다. 점점 어둡고 슬프고 시궁창같은 삶 속에서 단 하나의 희망에 의지해 사는 주인공에게 몰입하는 나란! 근데 뭐 사람이란게 다 그렇지 않나. (뭐지 이 ... 이 수긍은). 그래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드라마를 내가 못 본다고! 내가! (어?) 아무튼, 막연한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우는 것 보다 웃는 게 쉽다는 그녀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11/08/04 헤드윅 조정석 / 이츠학 이영미
'헤드윅'의 공연을 보았다. 조정석이 아닌, 헤드윅 그녀와 앵그리인치 밴드 공연을 말이다.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인 뽀드윅. 처음으로 앉은 왼쪽 사이드는 그야말로... 위험한 자리였다!(ㅋㅋ) 대부분의 대사를 중앙 또는 왼쪽 사이드를 보면서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왼쪽에 앉아서 자주 눈이 마주치니까... 헤어나올 수가 업ㅋ넹ㅋ. 하지만 그렇게 눈이 마주치고, 더욱 가까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비로소 조정석이란 배우의 연기가 아닌, 헤드윅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니면 내가 세 번째 봤기 때문에 몰입이 더 잘되었거나. 어쨌든.) 지난번 오른쪽 사이드에서는 가끔가다 눈이 마주쳤기 때문에 (난 마주쳤고, 마주쳤다고 믿고 싶을 뿐이고!) 이따금씩 배우 조정석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눈이 마주치면 피하고 싶기도 했다. 헤드윅의 위협적인 카리스마와 그녀의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운 나의 감정 그리고 두꺼운 메이크업 뒤에 숨겨진 배우 조정석의 눈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다(ㄷ, 덕후는 아니지만, 배우님께 ㅄ같은 표정을 지어보일 순 없잖하효^_?;). 하지만 이번엔 극 초반부터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그녀의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어느새 배우 조정석보다는 헤드윅 그녀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 관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자 깨달음이었달까.
"내 얘기 해도 되죠?"란 그녀의 물음에 나를 비롯한 관객들은 흔쾌히 동의를 했다. 난 이 날에서야 비로소 진심으로 동의를 했다. 언제나 하나의 대사로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난 그동안 공연을 통해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 그냥 신나는 로큰롤이나 들으러? 아니면 뽀드윅 엉덩이나 한 번 더 보려고?(*-//-*) 그녀가 왜 아팠는지, 왜 노래를 할 수 밖에 없는지. 왜 우는 것보다 웃는 걸 택했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날에서야 나는 조금이나마 그녀에 대해 생각했고, 그녀의 아픔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이야기를.오랫동안 공연을 해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한 배우 개인의 컨디션 문제일까, 아니면 내 불안한 심리 탓일까.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날 뽀드윅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내가 좋아했던, 힘주어 말하던 특정 단어들이나 포인트가 될 만한 지점들을 아주 빠르게 억양없이 말했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구질구질한 이야기들 하고 싶지 않아, 라고 말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가 말한 '내 이야기'. 진짜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지금의 그녀를 만든 상처와 고통들이 아니었다. 나는 토미가 그녀에게 제일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고작 그 꼬맹이 하나가? 그녀가 참여하지 않은 2집 앨범은 보기좋게 망한, 록스타 토미 노시스가?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성적학대를 했던 아버지나 앵그리인치를 남긴 슈가대디 루터가 그녀에게 더욱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노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헤드윅은 생각보다 강한 여자였다. 반면에 아주 여린 여자이기도 했다.
지금의 헤드윅을 아프게 만든 건 그런 표면적인 상처들보다도 'The Origin of Love'. 사랑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난 그제서야 그녀의 첫사랑이 음악이라는 것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그녀가 부르는 노래 가사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왜 그토록 '토미 노시스'를 언급했는지. 루터와 아버지는 고작 한 꼭지에서 언급되고 말지만, 토미는 공연 초반부터 계속해서 등장하는 존재였다. 난 그걸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아이고...) 그녀는 공연 내내 자신의 다른 우울한 과거들은 빠르게 읊조렸지만, 토미의 이름만은 아주 크게 강조했다. ROCK STAR TOMMY GNOSIS! 그녀가 평생을 찾아 헤메던 '반쪽'과 더불어 첫사랑 '음악'마저 빼앗아 가버린 록스타 토미 노시스, 그였다. 그 때문이었다. 더불어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도 음악이었지만, 위로해주고 치유해주던 것도 결국은 음악이었다. 그리고 토미였다. 그녀가 가발을 쓰게 만든 것도, 벗어버리게 만든 것도 바로 모조리 다 Rock'N Roll. 그것이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듯 말했다. "I'm a ROCKSTAR."
난 이제서야 마음으로 'The Origin of Love'의 가사를 진짜 이해할 수 있었다. 전에는 어느 특정 부분들이 좋아서, 조정석이란 배우 특유의 연기가 좋아서 공연을 봤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제서야 비로소, 헤드윅 그녀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고, 이해하게 된 것이다. 'Midnight Radio'가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지. 이제야. 정말이지 이제서야. 그녀가 외치는 수 많은 로큰롤러들의 이름 뒤에 'and me'라고 외칠 때의 그 흥분과 짜릿함 그리고 슬픔. 이츠학을 보며 외치는 'You are Free', 그 말은 곧 헤드윅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자신을 상처주고 옭아맸던 것들로부터 치유되어가는, 아니 치유라기보다 이제 이해할 수 있다고, 놓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스스로를 사랑할 용기가 생겼다고,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이다. 이전에는 토마토씬이나 'Midnight Radio'를 공연의 말미가 되어서 모든 것이 해소되고 감정이 정화되는 과정으로 지켜보았다면, 이날은 정말 헤드윅 그녀의 삶을 이해하고, 그녀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 아픔을 그녀 스스로 감싸안는 과정으로 보았다. 그래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그녀가 노래 끝에 보여주는 미소에 너무 행복했다. 그래, 이제 다 용서해요.
이날은 광희와 루터역을 깨알같이 재현하던 재키가 없었다. 대신 다른 분이었는데, 음 조금 아쉬웠다(ㅋㅋ). 재키의 물오른 애드립이 재밌었는데! 바텐더 겸 무대감독님도 남자분이 아닌 여자분이었다. 파란색의 예쁜 운동화를 신고 계시더라능. 탐이 났다(어?). 전체적으로 (좀 뜬금없는 곳에서 웃음이 종종 터지곤 했지만) 관객들 반응도 좋았다. 덕분에 뽀드윅도 한층 신난 것 같았다. 왼쪽에 앉은 덕에 카워시도 코 앞에서 구경하고(u//u), 펑크락제스쳐도 보고, 하이파이브...는 아니고 걍 파이브 정도도 하고(데헷*_*). 미츠학은 역시 진 to the 리. 미츠학과의 호흡도 무척 좋았다. 어깨 흔들어주는 안무가 어찌나 깨알같이 그리도 착착 들어맞던지!(ㅋㅋ) 아주 신나고 재미지고 알찬 공연이었다.
특히나 위에서도 계속 얘기했지만, 배우 조정석의 공연이 아닌, 헤드윅을 볼 수 있었다는 것. 개인적으로 그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 덕분에 이전보다 더 감정몰입을 해서 조금 힘들었다. 괴로웠다. 빌리 때는 슬프지만 마지막에 뭔가 희망이 느껴져서 계속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헤드윅은 너무 아프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들이 너무 듣고 싶고, 영상도 계속 찾아볼 만큼 좋지만. 그만큼 힘에 겹다. 이정도로 그녀를 보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남의 불행을, 잊고 싶은 기억들을 자꾸 되새기며 즐기는 것은... 유쾌하지만은 않으니까. 웅드윅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내 첫 헤드윅, 뽀드윅으로만도 충분히 만족했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을 잃고 싶지 않다. 이제 정말 안녕. 고마웠어요 헤드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