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116 : 11월을 기억해

2013. 11. 16. 22:56숨죽인마음

엊그제 출근길에 조금 시간 여유가 있어서,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 들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토피넛라떼를 주문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때 정신없이 들렸던 스타벅스에서 우연히 당첨된 무료쿠폰을 쓰기 위해서였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안 먹어본 걸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주문한 음료였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만족. 아무튼, 주문대에는 이미 2014년 다이어리가 진열되어 있었고, 실내 분위기 역시 크리스마스에 가까워져 있었다. 테이크아웃 잔 역시 붉은 색의 크리스마스 버전이었다. 가게를 나서며 든 생각은, 빼빼로 데이를 지난 11월의 나머지는 가을도 겨울도 아니고, 그저 12월로 가기 위한 하나의 지나가는 달일 뿐인가 라는 생각이 스쳤다. 온전히 11월 그 자체로 추억되고 화자될 수는 없는 달인가. 내 생일이 11월에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11월을 좋아하는 편인데 (구름 한 점 없는 겨울의 길목에 들어선 하늘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다른 이들에겐 그저 크리스마스로 가기 전, 연말의 하나 정도로 인식될 뿐이구나 싶었다. 10월은 가수 이용 덕분인지, 어쩐지 아련한 달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말이다. 11월 하면 뭔가 생각나는 이미지가 딱히 없군, 싶어 씁쓸했다.


요즘은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벌써 직장인이 된지 일년이 넘었다는 사실이 정말 실감이 안 난다. 시간은 흐르고, 쌓이는 구나. 어떻게든. 2013년에는 제대로 다이어리나 스케줄러를 쓴 적이 없다. 그래도 매년 작은 스케줄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빼곡히 채웠는데. 올해는 무슨 영화를 봤는지조차 제대로 적지 못했다. 제대로 본 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니. 이렇게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