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26. 20:45ㆍ마음에남아
15/06/25 엘리자벳 조정은 / 죽음 전동석 / 루케니 최민철 / 요제프 윤영석 / 소피 이정화 / 루돌프 백형훈(윤예담)
2013년 재연은 나 먹고 살기 바빠서 아예 관심조차 없었고, 이번 세 번째 공연도 큰 기대가 없었다. 우선 초연에서 내가 첫 번째로 봤던 캐스팅 조합 '김선영-류정한-박은태-민영기-전동석' 등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그야말로 드림팀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3번을 더 봤지만, 첫 번째 관람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 굳이 돈 써가면서 내 안의 좋은 추억을 바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인터파크에서 이전 관람객들에게 25% 할인쿠폰을 뿌리고 계셨다^^(그러나 더 큰 비극은 예매하고 나서 취소 수수료 10% 붙는 기간에 비씨카드에서 30% 할인 중이란 걸 알고 쳐울었다.) 암튼 조여신이 있으니께...! 뚱서긔...아니, 이젠 존잘러로 돌아오신 동토드도 겸사겸사 볼까 하면서 예매!
정은엘리는 사실 상상한 그대로의 엘리였다. 그렇다고 그 상상 이상도 아니긴 했지만. 그녀의 평소 연기 스타일과 외모를 좋아했기 때문에, 내가 바라는 '엘리자벳'에 부합하는 연기를 할 거라 생각했다. 적당히 차분하고 아름다우며 한서린 여인. 특히 내 기준에 조여신은 한 '한(恨)'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역시나 첫 등장부터 예쁘고 깜찍한 어린 씨씨도 무리없이 소화하고, 마지막에 루돌프 죽었을 때 우는 연기는....크흡
노래는 조여신이 노래로 인정받는 뮤배라기보다는 연기력 등으로 더 평가받는 배우라고 생각해서 크게 아쉬운 점은 없었다. '난 나만의 것'의 절정에서도 소름이 끼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선방했다. 다만 내가 아쉬웠던 건 좀 더 디테일한 연기방식에 관해서였다. 이건 사실 쉽게 말하면 타고난 '아우라'의 부족이란 말로 귀결되어 버릴 수도 있겠다. 내 인생 엘리가 여왕엘리기때문에 매 장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는데, 정은엘리는 아직 이 극이 그리고 있는 절세미녀로 나라 안팎은 물론 두 남자에게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황후폐하 엘리자벳'의 옷을 완벽히 입은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우유 목욕을 마치고 세상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온몸으로 고고하게 받아내며 등장하는 엘리자벳의 변한 모습에 큰 절정감을 느끼지 못했다. 여왕엘리 때는 온 몸이 찌릿찌릿 전율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진정 '각성'이란 말이 떠올랐달까. 그러나 정은엘리는 그렇게까진 아니었다. 아쉽게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프란츠 요제프에게 손으로 막는 제스츄어를 할 때도 너무 애매했다. 막는 건지 그냥 손 인사를 하는건지? 아주 작은 디테일인데도 그게 참 아쉬웠다. '내가 춤추고 싶을 때' 역시 그런 면에서 아쉬웠다. 원췌 체구가 작기 때문인지, 표면적으로는 엘리자벳의 화려하고 무거운 드레스 때문에 뒷걸음질 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이 넘버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을 저지하면서 당당하게 밀어붙이는, 그야말로 죽음과의 긴장감 넘치는 밀당이 주요 포인트라 생각된다. 하지만 어쩐지 정은엘리와 동토드는 영 심심했달까. 다 큰 루돌프를 거절할 때조차 내가 바라던 이기적으로 변한 차가운 여인이 아니었다. 그냥 지쳐버린 이모...? 도저히 외모상으로는 엄마 같지 않았어ㅠㅠ
정은엘리는 비주얼도 참 좋고 여러모로 너무 오버스럽지도 않고 딱 적정수준인데, 포텐은 느껴지지 않는 엘리였다. 그게 참 아쉽네. 우선 황후 엘리자벳으로서의 타고난 카리스마가 없어서 그녀의 자유를 향한 결심과 변심이 극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초연 때는 엘리에 완전 닥빙해서 100% 이해했는데, 이번엔 그냥 중간중간 '저 여자 뭐야...' 싶을 때도 있었달까.ㅠㅠ
구 뚱돌프에서 현 존잘톧으로 멋지게 성장한 동토드. 호ㅏ...ㅆㅣ... 동서긔 잘 생긴거는 옛날부터 알고 있었는데 진심 ☆개존잘☆ 이렇게까지 존잘러였나...? 왜 미처 몰랐지...? 그 동안은 주조연급이었기때문에 빛을 크게 못 발했던 것으로. 사실 동톧 프로필컷을 지금 내가 올린 것 말고 2013년도 버전만 보고 갔기 때문에 비쥬얼에 큰 기대가 없었다.(그 허연좀비 뭐ㅎㅑ...증말;; 미술감독님 제정신?) 근데 아니 이게 누구셔. 세련미 넘치는 저 헤어커트와 시퍼런 머리색은???!!!!!!!!11111 등장과 동시에 무릎꿇음ㅋ 거기다 제가 알던 뚱서긔 어디갔죠? 물론 뚱서긔 이후로도 <두 도시 이야기>에서 보긴 했지만, 그때는 몸을 꽁꽁싸매서 잘 몰랐는데... 호ㅏㅆㅣ...222 코트 누가 입혔어여? 네? 진짜 미술감독님 이번에 열일하셨네;;; 비율이 아주 기냥 쩔어주셨다. 그리고 왤케 말랐죠? 다들 요즘 핵다이어트 열풍인가;; 암튼 비주얼적으로는 제가 여지껏 본 토드 중에 최고신듯. 아무튼 이토록 비쥬얼적으로는 십점 만점에 십점인 동톧도 정은엘리와 마찬가지로 아직 '아우라'까진 탑재하지 못한 듯 했다. 그 아쉬움은 위에서 말했으니 이만 줄이기로. 자, 이제 칭찬 끝.(벌써?)
거기다 동서긔가 워낙 성악발성이 야무진 친군건 알았는데, 발성이 참 크고 깊구나...! 홍과는 좀 다른 큰 울림이 있었다. 홍은 지붕을 향해 간다면, 동서긔는 한없이 무대 밑바닥을 향해 가는 느낌...? 목소리 자체가 낮아서 그런가? 그래서 그런지 내가 좋아하는 죽음의 넘버들 중 옥타브가 더 올라가는 부분은 거의 지르지 않고 낮게 깔아부르더라. 덕분에 절대 권력자의 강렬한 카리스마라던지, 스프라이트 쌰워!!!!!!111는 느낄 수 없었다.ㅠㅠ 뭐 미리 공개된 뮤비 보고 큰 기대는 안 했다만은... 그리고 옛날에 쓴 리뷰에서도 발견했는데, 동서긔는 음을 늘어뜨려 부르는 버릇이 심한듯. 이번에도 거의 모든 부분에서 노래를 질질 끌어 불러서 좀 아쉬웠다. 나까지 늘어지고 쳐지는 기분... 뭐 어떤 의미로는 '죽음'과 더 가깝기도 하네효_훃ㅎㅎ... 하지만 이 극에서 바라는 죽음은 동톧 비쥬얼만큼이나 쌔끈하고 카리스마 쩌는 섹도시발 나쁜남자인디...ㅎㅎ..ㅎ...
거기다 제스츄어까지 너무나 엘레강스해...! 이건 gentle, sweet 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그냥 oh oh ELEGANCE oh oh 이토록 그레이스풀한 토드는 처음이ㅎF!!;; 엘리랑 붙을 때는 엘리보다 더 왕족같아서 당황잼;;ㅋㅋㅋ 동서긔는 참 생긴대로 타고나게 귀족스러워서 감출 수가 없나봐;; 덕분에 내가 기억하고 좋아하는 죽음과는 확실히 다른 캐릭터로 나가왔다. 거기다 고귀하신 분이라 직접 손 대는 건 어찌나 싫어하시던지... 시종일관 염력을 쓰셔서 좀 당황ㅋㅋㅋ 손가락도 길게 예쁜 양반이 그토록 우아하게 손을 휘두르시니 누군들 조종 안 당하겠냐만은;; 죽음이라기보다 미남 마술사에 가까워보였다. 덕분에 내가 (안 좋아하는 건 없지만) 특히 좋아하는 넘버 중 하나인 '마지막 춤'에서는 아직 천진난만한 씨씨를 마치 인형처럼 조종하고 초딩 남자애처럼 괴롭히는 장면에서조차 염력을 쓰셔서 이건 뭐지? 싶었다. 물리적으로 죽음이 마구 휘두르질 않으니, 씨씨가 그야말로 인형처럼 조종 당하는 꼴도 아니고 약간 합이 안 맞아 엉성해 보였달까. 토드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씨씨를 좀 더 막 대해주란마랴!!!!!!!!1
그리고 엘리와의 만남만큼이나 강렬한 루돌프와의 만남과 죽음 역시 애매하게 아쉬움을 남겼다. 동서긔가 굉장히 리드를 하는데, 그 리드가 자신감에 찬 자연스러운 리드라기보다 약간 버거워 보이는 리드였달까. 나_지금_너_가지고_노는_것을_혼신을_다해_연기한다.avi란 느낌? 너무 엘레강스하고도 한층 더 화려해진 제스츄어 속에서 왤케 얼굴은 서로 가깝게 갖다 대는지... 심지어 어린 돌프에게도 거의 키스할 뻔;;; (그나저나 어린 돌프가 윤예담 어린이였는데 군인 걸음 왤케 귀엽던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커튼콜에서도 끝까지 브이 하면서 춤추며 재롱떠는데 존귀!!!!!!!!!!!!!111111) 순간 장르가 바뀔 뻔해서 식겁;;한 건 썩은 제 눈깔을 탓해야겠지요...ㅎㅎ... 아무튼 좀 더 절도있게 움직여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너무 강단없이 유려하기만 해서, 루돌프가 죽음에게 현혹되었다는 느낌이 약하다. 동서긔는 소리만 크게 지르면 카리스마가 느껴지고 무대 장악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뭐랄까... 내공을 기르길...?(어떻게 기르는 지는 저도 잘...긁적^^)
다만 가장 젊은 토드답게 기대 이상으로 결혼식을 망쳐줘서 그건 만족스러웠다.(쑻) 설마 외줄에 매달려서 그렇게 수차례 그네를 탈 주리야...! 초연에서 류톧은 아예 그런 씬이 없었고, 샤톧은 종치듯이? 한 두번 내려왔다 올라가버렸던 기억이 있어서 동톧은 과연 뭘 할까? 하겠지? 내심 상상하고 있었는데, 꽤 휼륭했다. 어찌보면 마술쇼의 한 부분 같기도?(쑻) 다만 소름끼치게 웃는 건 좀 더 연습해야할 듯...ㅠㅠ 어색해 하는 게 나에게까지 전해져 온다...☆
덕분에 전반적인 동톧에 대한 내 감상은, 절대 권력자같지도 않고, 엘리자벳에 미쳐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같지도 않았다. 뭔가 애매해...? 절대 권력자라기엔 타고난 카리스마가 아직 부족하고(이건 연륜이 좀 더 쌓여야...) 엘리자벳에 미친 남자라기엔 톤이 너무 낮고 엘레강스해...;_;...OTL... 벗어날 수 없는 동서긔의 태생적 한계만 실감...! 그러니 류님이 앞으로 한 20년만 더 해주세요ㅠㅠ
민케니! 와우. 머리도 요즘 트렌드에 맞게 바꾸시고 누더기 모자도 안 쓰시고 적당히 슬림하고 균형잡힌 몸매(이런 것만 보는 나)로 등장!!!!!!! 사실 내게 인생 루케니는 은케니지만, 민케니 역시 뒤지지 않는 좋은 연기를 또 한 번 보여줬다. 기분탓인지, 초연 때의 기억보다 조금 더 시니컬해진 루케니였다. 물론 유머도 늘 잊지 않았고, 해설자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했다. 거기다 이번에도 키치를 겟챠!!!!!!1111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눈 마주치며 박수친 보람이^^ㅋㅋㅋㅋ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밀크'와 '키치'는 은케니 버전으로 한 번 더 듣고 싶었다. 그 깨랑깨랑한 '키히잇취!!!!!!!!!!!1111' 다시는 못 듣나요ㅠㅠ?
(좌) 2012 ver / (우) 2015 ver
3년 사이에 키치 퀄리티가 더 좋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윤영석 배우도 이번에 처음 뵀다. 확실히 민옵보다 훨씬 더 마마보이 캐릭터에 걸맞는 느낌? 정말 자기 주장이나 줏대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발성부터가 유약유약... 가만히 서 있는 것 자체가 최약체;_; 표정부터 억울미 뿜뿜? 그래서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고, 좀 지루하기도 했다. 확실히 내가 민옵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단 한 순간도 어머니 소피에게 대들려고 한다는 느낌을 못 받아서(성병 걸렸을 때조차 걍 짜증? 앙탈 부리는 느낌이었달까) 그에게 남자로서의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이정화 소피는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크게 변한 점이 없어서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고 기억하는 캐릭터가 그래도 한 명쯤은 남아주었어...!
백형훈 배우도 처음 봤는데, 루돌프는 뚱돌프가 스탠다드입니꽈? 다부진 체격의 (소피 바람대로...?) 군인으로 장성한 루돌프였다. 발성이나 목소리 톤 자체가 아주 정적한 뮤지컬배우였던 것 같다. 튀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아주 정석이란 느낌? 대체로 스무스했으나 처절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이어링 왈츠'는 물론, 동톧이 얼굴을 부여잡거나 계단 위에서 머리를 숙이게 할 때도 몸을 잘 못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절한 루돌프는 역시 뚱서긔가...
내겐 처음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이번 공연이 그에 못 미치는 건 당연한 듯 싶다. 그러나 삼연이 첫 관람인 관객에겐 충분히 괜찮은 공연이란 생각이 든다. 마무리하는 의미로 뮤지컬 <엘리자벳>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엘리자벳과 죽음 케미의 최고점을 꼽자면, 정은엘리와 동톧은 단연 첫 만남인듯. 어린 씨씨를 (말 그대로) 공주님 안기해서 등장할 때 동서긔의 비/쥬/얼/쇼/크...란
_人人 人人_
> 돌연사 <
 ̄Y^Y^Y^Y ̄
타고나게 불평불만이 많은 내가, 처음 본 순간 마치 사랑에 빠지듯 아무 불평없이 빠져들게된 극이 몇 개 안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뮤지컬 <엘리자벳>이다. 초연 때 드림 캐스팅으로 처음 보고 난 뒤 얼마나 앓았던가. 다시 생각해도 정말 낭만으로 가득찬 극임에 틀림없다. 이토록 우울하고 제멋대로였던 여자를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만든'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로 그려내다니! 아무튼, 그런 그녀를 3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내겐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마치 동경했던 학교 선배를 사회인이 된 지금 동기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기분...?(쑻) 지금에 와서 다시 보니 그때만큼 멋있는 사람도 아니고, 어쩐지 옛날의 후광도 카리스마도 거진 없어지고 나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때에 찌든 아저씨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은은히 풍겨나오는 그 시절의 멋짐을 발견한 기분...?(뭐래) 아무튼 반가웠어요, 엘리자벳.
그리고 정말 다시 한 번 느꼈지만, <엘리자벳> 앙상블들 회식 때마다 소고기 사줘야 함ㅠㅠ 옷도 드럽게 많이 갈아 입히는데, 노래도 겁나 많이 하고 퀄도 좋아!!!!!!ㅠㅠ 앙상블이 꽉꽉 들어차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토록 활용도가 높은 극이 또 몇 개나 있을꼬...? 다시 봐도 <엘리자벳> 앙상블들 짜장ㅠ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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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6.25에 보게 되었네요. 새삼 얼마나 많은 이들의 죽음 뒤에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는지. 뜬금 없지만 감사의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