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4. 22:50ㆍ아ː름답다
이젠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가든, 팔자가 어떻든, 코로나가 어떻든 현재를 비관할 힘도 잃었다. 날 때부터 뿌리깊던 염세를 넘어서 무념무상의 상태로, 반야심경을 마음에 새기며(무교걸) '일-운동-유튜브 시청'이라는 완벽한 삼위일체의 삶을 살고 있다. 평화라고 부르긴 좀 그렇고, 안정된? 큰 불만도 큰 행복도 없는 루틴한 삶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는 사실 아니지만 딱히 새로운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삶에 안주하고 있다는 강박이 드는 것도 그저 내가 8282코리안이라 그렇겠지,,) 내 멘탈 컨트롤만 하는 것도 사실 힘들어 죽겠다. 그런 와중에 내 뼈를 때려부수는 아이돌에서 아티스트가 된 잘 자란 어른들이 있어 새삼 충격받았다.(충격만 받고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이 문제)
태민
'Move'를 처음 봤을 때 충격을 받았었다. 샤이니의 귀여운 막내가 이런 솔로가수로 성장할 줄이야? 거기다 'want'로 이어지는 그의 행보는 솔로 아티스트 태민의 색깔을 확고히 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샤이니 시절 무대 외에 모습은 잘 알지도 팬도 아닌 내가 나서서 찾아볼 일도 없었다. 솔로로 자리매김한 후 쇼프로에 나와 하는 말을 보니 한마디 한마디 자기주관이 확고하더라. 그와중에 외모는 언제나 천사같았고... 인간같지 않다는 느낌? SM에서 내세울만 한 몇 안 되는 기승전결을 가진 성공한, 아이코닉한 아티스트가 되기에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한 인터뷰를 보니 역시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구나 싶었다. 멋지다. 저렇게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 2008년 '누난 너무 예뻐'에서 한소절도 부르지 않고 춤만 팔랑팔랑 추던 애기가 12년이 흘러 이렇게 멋진 어른으로 성장한 모습을 동시대에 지켜볼 수 있어 괜시리 마음이 충만해졌다. 그렇다면 '내가 되고자 하는 나'는 무엇인가. 어차피 살아야 할 거라면, 나만의 브랜드를 잘 구축하며 남 눈치 안 보고 살아야 할 텐데.
박재범(Jay Park)
마찬가지로 2008년 '10점 만점에 10점'을 외치며 아크로바틱을 하던 2PM의 리더(그러고보니 여기서도 리더였잖아...?) 바재범(당시 팬이라면 알 애칭)의 현재에 또 충격을 받아버렸다. 요즘 하이어뮤직 얘기가 유튜브에 많이 떠서 보다보다 알고리즘에 멱살잡혀 생전 보지도 않던 힙합토크쇼까지 봤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나? 아니면 원래 그릇이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인가?(전자 후자 모두 맞는 말이겠지만.) 어쨌거나 제일 충격받은 사실은 박재범 왜이렇게 한국말을 잘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분 있는 꼰대"라는 말, 이외에도 대화들이 너무 스무스해서 놀랐다. 대표는 대표님이구나.
산전수전 겪은 성공한 이의 모습을 보며 한낱 네티즌이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지만, 정말이지 그가 제이팍으로 미친듯이 성장해나가는 동안 난 무엇을 했나...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 삶에서 지난 12년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 통탄할 일이다. 내 커리어, 신념, 재산,,, 그 무엇도 제대로 채우지도 못했다고 생각하니 한순간에 좀 우울해지네..... 근데 연예인의 삶과 일반인의 삶이 어찌 같겠는가^^(정신승리하는 재주만 늘은 듯^^)
아무튼, 내 이름 석자를 책임질 수 있는 삶을 살아야지. 진짜 12년 뒤에 또 이러고 있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