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25. 16:33ㆍ마음에남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명성을 말해 뭐하겠냐만은. 여하튼 조지킬을 탄생시키고, 조지킬로 인해 일약 매진사례가 벌어지고 있는 바로 그 뮤지컬!을 이제사 보고야 말았다. 하지만 조지킬은 역시나 매진이므로^_^ 제일 먼저 막공을 맞이하는, 초대 지킬 중 한 명인 류지킬을 보고, 아니 영접하고 왔다. (ㅋㅋ)
원작 소설을 무척 재밌게 읽었던 터라, 뮤지컬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무척 궁금했다. (원작에는 없는 로맨스가 등장하니까) 사실 원래는 그냥 가는 편인데, 너무 모르고 가서 후회하며 땅을 쳤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므로. 이번엔 동영상을 몇 개 찾아보고 갔었다. 결론적으론 보고 가길 정말 잘했쿠나! 하지만 한 번밖에 보지 않아서 모든 뮤지컬 넘버는 잘 모르겠고, 인상적인 것 몇 가지만 간단히!
광고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많이 줏어들은 덕에, 나는 'This is the moment'가 굉장히 큰 인상을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뮤지컬을 다 본 후의 소감은, 생각보다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하이드일때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다만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어느 지점? 정도로 느껴진다. 내가 2층에서 멍때리고 봐서 그런지, 류지킬이 폭발적인 성량으로 자신의 결심을 노래하는 순간 모든 세트가 뒤로 싹 빠지는 모습이 마치 3D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속으로 움찔!하며 그제서야 극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 이전에 멍때릴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직장인 단체관람크리 덕분^_^ 정말 병신같았다! (feat.데비마마) (관크 이렇게 당한 적 처음이ya 내 안의 하이드를 끄집어 내서 직장인들 목을 다 따버릴뻔^_^ 이하 생략)
그것도 그렇고, 극 초반은 사실 스토리 자체가 흡입력 있지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 병? 때문에 실험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좋지만. 그 동기부여 장면이 매우 미미하다는 느낌이다. 지킬이 "아버지"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거기 누워있는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단서도 없었고. 양 사이드에서 움찔움찔 하고 있는 환자들이 더 시선을 끌었다. 거기다 지킬의 실험을 반대하고, 이에 굴하지 않고 지킬 자신의 뜻대로 실험을 하는 스토리 전개 역시 크게 흥미로울 것이 없었다. 앙상블 역시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고. (관크는 날 너무 무감각하게 만들었나...) 지킬은 아주 선하고 정의로운 캐릭터임에 분명하지만, 아주 매력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엠마의 무조건적인 순수한 사랑 역시.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 설정과 상황들이지만,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달까. 하지만 그런 뻔하고 평면적인 인물들과 상황 속에서, 루시의 공연을 애써 외면하다가도 한참을 바라보던 지킬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런 디테일한 연기가 좋다능)
엠마라는 캐릭터는 내게 별 매력이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무조건적이고 순종적인 사랑을 맹새할 수 있냔 말야!ㅋㅋ) 엠마의 노래들도 "오오!"했지만 큰 감흥이 없었다. 반면 'Someone like you' 이때부터 루시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지킬을 향한 사랑을 고백하는 그녀의 몸짓과 눈빛, 행동, 목소리! 초반에 레드렛에서 모습은 사실 그렇게 고혹적이거나 매력적이진 않았다. (일단 춤을 너무 설렁설러 췄음) 하지만 지킬을 만나고 나서, 지킬을 찾아가서 그녀가 보여주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설레임과 절실함과 그 애절함!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A New life'도 너무 좋았다. 닳을대로 닳았지만, 그 이전에 그녀 역시 평범한 행복을 꿈꾸고 진짜 사랑을 원하는 여자이기에. 지킬의 편지에 마치 아이처럼 좋아하던 그녀의 모습! 김선영 루시의 연기가 참 좋았다. 그리고 뒤이은 하이드의 등장에 내 옆에 앉은 여자가 돌비서라운드 입체음향으로 비명을^_^
루시와 하이드가 함께 하는 'It's a Dangerous game'은 아주 끈적끈적한 것이! (ㅋㅋ) 루시를 정말 '탐하고'있는 하이드와 대조적으로 그를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끌리는 그녀의 모습이 절절했다. 루시의 몸을 훑는 하이드의 손과 그녀의 반응이란. 둘의 관록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아주 물 흐르듯 유혹적이고, 욕망으로 가득 차 보였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라는 말이 이런 장면에 어울리는 거겠지.
하지만 사실상 지킬이 보여주는 '선'이란, 거리의 여자 루시에게 내민 명함쪼가리와 환자들을 살릴 약물 실험인데. 내가 보기엔, 그가 베푼 친절과 실험 명분 역시 한 인간의 (이것 역시 사회지도층의 위선 섞인 행동 아닌가?)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보여진다. 그에겐 약혼녀 엠마가 있지만, 그 역시 남자기에 루시같은 여자에게 끌린다. 허나 스스로 이를 부인하며 '친구'라는 명목으로 명함을 주지 않는가. 또한 아버지때문에 이 위험한 실험을 하게 되었고. 인류애와 인간 존엄성 어쩌고 운운하지만, 결국 개인적인 이유와 슬픔 때문아닌가. (원작 소설에서도 지킬 박사는 좀 이기적인 인물로 표현되지 않나? 절대적인 '선'과 '악'으로 나누기엔 좀.) 어쨌거나 뮤지컬은 너무도 평면적이고 분명하게 '선과 악'을 나눠놓는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앙상블은 크게 인상적인 게 없었다. (레드렛 단골 주교님의 죽음 빼고) 대체로 설명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음산하고 심리분석적인 것을 원했지만, 하이드와 루시의 연기와 노래들로 거의 극 전체적인 것을 커버하고 있는 기분.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나. (하지만 뮤지컬이란 장르가 대체로 스토리보단 화려한 무대와 노래를 보여주는 장르이니 당연한가?) 조지킬의 디테일한 연기가 궁금해졌다. (노래는 못 따라온다니 기대는 버리고)
무대구성은 별로였다. (내 기대가 너무 높았구나!) 계속해서 변화하는 무대와 여러가지 효과들. 나는 무대의 매력은 '한정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한정된 공간, 제약된 조건 안에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무대배경 마저 너무 뻔하고 평면적이었다. (매 장면마다 배경그림이 계속해서 바뀌니 별 재미가 없었다. 그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랄까) 거기다 지킬박사의 연구실에 커다란 거울은 생각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한 것 같다. 거울이 의미하는 내면의 또 다른 나, 이중성을 표현하려는 것은 알겠으나. 거울을 보면서 괴로워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거울은 그냥 소품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직장인 관크때문에 뮤지컬을 보기도 전에 정말 빈정이 상했다. 사회지도층으로서(ㅋㅋ) 어디가서 "나 문화생활 좀 즐긴다" 이런 허세를 부리기 위해 보러 오는 것임을 안다. 이런 '척'이나 하려고, 귀한 시간 낭비하는 그들의 위선적인 모습에 아주 구역질이 난다. 졸리면 집에 가서 자고, 떠들고 싶으면 호프집에나 가고, 문자하고 싶으면 제발 나가라고! (왜 휴대폰을 한시도 가만히 못두고 뮤지컬을 보는 중에도 습관적으로 액정을 터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뮤지컬에 관심이 없으면 제발 꽁짜표가 생겨도 오질 말라고요) 정말 장기를 팔아서라도 1층 VIP, R석에 앉아야지. 돈 조금 덜 냈다고 아주 엿을 제대로 먹었다. (샤롯데 2층 왼쪽에 앉았는데, 자리는 좋았다. 배우들 표정이 세세하게 안 보였을 뿐, 무대는 전체적으로 잘 보임)
여튼 내 우려(지킬덕후가 되어서 재정파탄날까봐)는 다행히도 우려에 그쳤다. <지킬 앤 하이드>는 분명 매력적인 작품이다. 일단 류정한 배우님이 너무 멋졌고 (ㅠㅠ위에는 격하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하이드를 본 후에 완전 으앙ㅠㅠ) 루시의 애절함이 빛났다. 하지만 다른 배우에 비해 조지킬의 매진사례가 보여주듯, 크게 관심은 없지만 그냥 나도 한번! 하고 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나도 그랬지만) 그러면 난 또 언제 어디서 관크를 당할지 모르고 (...) 일단 관크가 무서워서 당분간은 보류. 조지킬이 보고 싶은데 일단 표도 없고. 류님(어느새 호칭도 변ㅋ화ㅋ)은 이제 막공이니 아쉽지만 안녕. (전 빌리에 매진하겠thㅓ요)
11/07/27 지킬 홍광호 / 엠마 조정은 / 루시 선민
샤롯데 지붕과 더불어 내 고막의 순결 굳베이.
처음 류지킬을 영접한 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엔 더 이상 흥미가 가질 않았다. 이 극에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간 탓인지, 막상 보고 나니 극에 매력을 느끼질 못했다. 믈론 그 당시 5B 회전문에 탑승한 탓도 있지만.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 기대가 너무 컸나 싶다. 뮤지컬이란 장르의 특수성을 내가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고. 역시 뮤지컬은 스토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물론 스토리가 탄탄한 좋은 작품도 많지만, 이른바 대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스토리보다 좋은 넘버들로 승부하니까.
어쨌거나 홍지킬을 만나고 왔다. 사실 홍지킬을 볼 생각은 하질 않았다. 무엇보다 <지킬 앤 하이드> 자체에 관심이 없었고. 홍광호란 배우를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였으니. (그렇다고 지금은 잘 안다는 것은 아니고, 뭐 사실 제가 뮤지컬 배우들 자체를 잘 모릅니다. 전 뮤덕이라기엔 너무 평범한 관객1이니까요. 헤헷.) 거기다 대충 후기를 보면 '홍지킬=샤롯데지붕뚫을기세'라고만 평을 하니... 연기는 별로구나? 라고 내 멋대로! 내 맘대로! 그래요 내가 어리석었습니다! 내가 바보였어요!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멋대로 어림짐작 했습니다. 엉엉엉.
어쨌거나 그렇게 잉여롭게 지내던 중 습관적으로(?) '더 뮤지컬 어워드' 영상을 다시 보다가, 홍지킬의 'This is the moment'가 뙇! 선덕이는 미소가 뙇! 아니, 저, 저, 저 청년 저, 저, 저... 저 미소는 뭐람? 왜 그날따라 갑자기 홍지킬의 미소에 나도 모르게 선덕거렸는지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며칠이나 끝도 없이 내리는 비와 갈 곳 없고 할 것도 없는 (아니 할 일은 많은데 애써 외면하는) 나란 잉여. 아무런 낛이 없는 루저의 일상에 스며든 한 줄기 빛과 소금같은 미소였달까. 결국 친구에게 표를 빼앗아 () 샤롯데 1층 1열에 앉고야 말았던 것이다! (서론이 길지만, 어쨌거나 운 좋게 맨 앞에서 홍지킬의 죽음을 지켜봤다는 게 중요한 거져.)
(당연하겠지만) 류지킬과는 확연히 다른 홍지킬이었다. 류지킬이 뭔가 여리고 상처받은 곱게 자란 '도련님' 느낌의 지킬이었다면, 홍지킬은 좀 더 의지가 분명하고 굳은. 하지만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위선자들에게 지칠대로 지친, 아니 질린 지킬'박사'였다. 특히나 대사를 칠 때 어찌나 차분하고 섬세한지. 으으! 보통 대사칠 때 목소리가 정말 너무(x무한대로수렴) 좋았다. 성우 강수진님이 (한창 때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st.의 꽃미남 더빙할 때 목소리 같았달까! (어디서 덕후냄새가 th믈th믈). 류님은 지킬보다 하이드일 때가 더욱 압도적으로 멋있었다. 반면에 홍지킬은 지킬과 하이드 둘 중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두 캐릭터 모두 다 매력적이었다 (류님 지성u_u). 거기다 정말 샤롯데 지붕 뚫는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은! 창고 아니져 성!대!대!방!출! 'This is the moment' 아... 레알 짜장! ^▽ㅠb! 확신에 가득찬 눈빛,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입술, 굳게 쥔 두 손! 아아아 엄마 어떻게 ♪ 난~ 사랑에 빠졌죠~ 나밖에 모르던~ 그 못된 내가 엉엉ㅇ엉어엉ㅇㅇ
마약드립 치고서 수줍게 입을 가리던 홍홍*//*. 하지만 웃음도 잠시, 곧 이어 'Alive 1' 하이드의 탄생.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목을 긁는 듯한 거친 숨소리와 저 깊은 곳에서부터 나는 저음, 폭발적인 성량! 그 거친 숨소리에 깜짝 놀랐다. 내 젠틀한 보이스의 홍지킬 내놓으라고 이 악마놈아 엉엉 (ㅋㅋ). 맨 앞에 앉아서 내 달팽이관이 소멸되어 가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홍하이드는 단순한 미치광이, 악인이 아닌, 본능에 충실한 짐승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홍하이드의 'Alive 2'에서의 주교 처형장면 역시 완전 미치광이 같이 멋있었다(?). 커다랗게 십자가를 긋고, 기름을 부은 후 병을 내던지는 그 순간까지! 캬. 병을 어찌나 세게 던졌는지 챙그랑 크게 소리가 났다능. 정말 미쳤다, 악에 받쳤다, 악마를 숭배하는 그 이름 에드워드 하이드, 그 자체였다! 지킬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이드로 분했을 때도, 대사 하나 하나 어찌나 가슴에 박히도록 하는지. 하이드 정말 무서운데 너무 멋있고 나는 심장만 벌렁벌렁. 루시의 뒤에서 칼을 꺼내들 때도 어찌나 섬뜩한지! 물론 천둥과 함께 등장한 하이드 때문에 장내가 엄청 어수선해짐(ㅋㅋ). 나는 맨 앞에 앉아서 얼ㅋ음ㅋ. 하이드가 루시를 비웃으며 'Lucy's Death'를 부를 땐, 그 표정에... 소름 돋았다. 으 저 새끼 진짜 사이코야 어떡해 루시 도망쳐 엉엉(ㅋㅋ).
다만 'Confrontation'은 역시나 류님이 내 안의 유 스틸 마 넘버원. 홍지킬과 홍하이드의 대비도 충분히 멋지고 좋았지만. 류님이 표현한 누가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하이드와 지킬의 그 혼란과 광기가 내겐 너무 인상적이었다. 홍하이드는 이미 지킬을 완전히 잠식해버린 듯 했고, 지킬은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다. 아니면 하이드에게 완전히 겁에 질려 겨우 입만 뻥끗 할 뿐, 더 이상 어쩌질 못하는 실패한 박사. 홍하이드는 두 손을 다 쓰고 정면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이미 박자에 맞춰 노래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 순간은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것이 아닌, 하이드 자신의 본능에 따라 광기에 휩싸여 울부짖고 있었고, 자신을 과시하고 있었다. 마지막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에서 지킬의 애처로운 절규는 느낄 수가 없었다. 그냥 하이드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정은엠마! 정은여신! 드디어 만났네요 으앙. <피맛골 연가> 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정은엠마. 아 진짜 캐스팅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처음 소현엠마로 만난 엠마는 내게 아무런 인상을 주지 못했다. 소현엠마는 너무 천상여자에 하라면 하고, 하지말라면 않는. 지고지순한 수동적인 여성 (당대에 남성들이 원하던 여성상) 그 자체였다. 노래는 좋았지만, 소현엠마의 엠마에겐 난 아무런 감정 이입도 할 수 없었다. 허나 정은엠마는 달랐다. 같은 엠마인데도 어쩜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는지? 정은엠마는 좀 더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여성이었다. 아버지에게 농담처럼 결혼하는 건 저에요, 그 말 뜻이 정말 와닿았다. 내 의지로 사랑하고, 선택하는. 연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마음 씀씀이마저 넓은 여성! (거기다 너무 예뻐!) 특히 홍지킬과 함께 노래할 때는 어찌나 엄마미소가 절로 지어지던지*^^* 홍지킬에게 맞추느라 노래할 때 힘들어서 그런지 어쩐건지 모르겠으나, 'Take me as I am'을 부르면서 살짝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마저 엠마의 심경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소현엠마는 밝게 미소지으며 노래했는데, 정은엠마는 지킬의 품에 안겨서 그를 위로하듯 쓰다듬으며 노래했다. 그런 섬세한 디테일과 표정들. 홍지킬 역시 그녀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주어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냥 아름다운 연인이 아닌, 가슴 깊이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는 연인이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물론 둘이 서로 마주보면서 화음을 맞출 땐... 정은엠마 갑자기 소리를 확 질러서 () 쵸, 쵸큼 당황했지만^_;; 홍지킬 성대에 맞추기 참 힘들죠잉. 어쨌거나 정은엠마 너무 좋았다. <피맛골 연가>에서 은태쨔응과 연기 기대됩니다>,<
선민루시는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내 머릿 속에 루시와 아직 딱 들어맞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일단 체구도 작고, 연약한 느낌이어서 레드렛의 닳고 닳은 거리 여자를 표현하기엔 내공이 부족하지 않은가 싶었다. 일단 처음에 본 선영루시가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가지마thㅔ요 선영루시 으앙Y_Y). 보컬스타일 자체도 가요? R&B? 이거 뭐지... 화요비를 연상시키는 창법이었다. 자주 발음을 먹었고, '사랑~'을 'ㅅ아랑~'으로 부르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었지만, 저런 식의 창법이 약간 신경 쓰였다. 멋부린다는 느낌이 드는. 어쨌거나 성량은 커서 노래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역시나 연기 디테일이 조금 아쉬웠고, 아직 몸을 자유자제로 쓰지 못하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보여주는 장르니만큼 바디랭귀지도 중요한데, 이런 부분이 조금 밋밋해서 아쉬웠다. 노래를 할 때 항상 허리를 뒤로 재치던데, 이게 루시들의 안무?인지 잘 모르겠으나, 왠지 너무 허리만 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는 걸 허리꺾기 하나로 때우는 듯한. 좀 더 다른 동작이나 표정 등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며 고작 두 번 본 사람이 고나리를 날립니동. 어쨌거나 조금 아쉬웠다. 흐음. 첫 공연이니까 다음 시즌도 계속 하다보면 더 나아지겠져. 홍하이드와의 'It's a Dangerous game' 역시 류하이드와 선영루시에게서 느꼈던 끈적, 야릇한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선민루시가 몸을 유연하게 쓰질 못했고, 약간 경직되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일단 둘의 덩치 차이가... 홍하이드가 선민루시 먹어버리는 줄^_^;;
무대세트는 여전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뒤에 빅벤 그림과 함께 이상한 철조망 좀 어떻게. 실험실의 거울도 여전히 걍 별로였지만 걍 넘어감. 레드렛 마담도 여전히 2% 부족하다. 과장되고 어수선한 느낌은 알겠는데, 포인트를 잘 잡아내질 못하는 것 같다. 분명 그녀가 등장함으로써 웃음이 유발되어야 하는건데, 그게 잘 안 된단 말이지. 앙상블 역시 크게 감흥은 없고. 앙상블에 감흥이 없는 것은, 그들은 정말 '배경'으로밖에 활용이 안 되고, 그들이 같이 극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노래 가사가 별로인 듯. 지킬이나 다른 주요 캐릭터가 부르는 넘버는 가사도 굉장히 신경써서 번안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앙상블들의 노래 가사는 이건 뭐... 두려움에 휩싸인 무지몽매한 런던 시민들을 지킬을 비롯한 다른 신분 높으신 분들과 분명하게 대비해서 표현하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들 살인, 살인을 외치다가 신문 든 소년이 "나는 아냐"할 때는 왜 이리 뜸금무? 쨌거나, <지킬 앤 하이드>의 앙상블은 잘 눈에 들어오질 않아 아쉽다.
그리고 관크는 정말 중요했다. 류님 때는 관크 때문에 정말 시니컬하게 엔딩을 지켜 봤는데, 이번에 맨앞에서 보니 몰입이 너무 잘돼! 지킬이 지친 목소리로 존에게 "지금이에요" 할 때 어찌나 심장이 떨리던지. 으앙!!! 결국 눈 앞에서 홍지킬이 쓰러지고야 말았다. 정은엠마의 마지막도 너무 애절했다. 으앙... 커튼콜에서 홍지킬 나올 땐 나도 모르게 엄마미소*^▽^* 한 번만 봐줘요 녜? 라고 마음 속으로 골백번도 더 하이드처럼 외쳤지만, 그대는 너무 가깝고도 너무 먼 남자. 흑흑. 어떡해. 완전 콩깍지 씌였다. 너무 멋있어 엉어어어어어어어어엉유ㅠㅠ 막공 표 좀 내놔요ㅠㅠ 이제 매일 밤 홍홍하고 웁니동. 홍홍. 이제 막공까지 홍지킬에 온 힘을 쏟는거져. (feat.고매카트니)
11/08/18 지킬 홍광호 / 엠마 최현주 / 루시 소냐
이번 시즌 자체막공이었다. (잠시 묵념)
지난 번 갑자기 홍지킬을 보고 급하게 빠져들었다(^_^;). 그 후로 홍을 못 잊어 공원산책을 종종 나갔지만, 막공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에 좋은 자리가 있을리가 없었다. 전에 2층에서 생애 최고의 관크를 당하면서 류지킬을 봤기 때문에, 절!대! 2층에선 보지 않으려 했으나... 차마 같은 돈 주고 1층 뒷자리 쩌리에서 볼 수는 없었다. 난 앞자리에 매력을 아는 뮤...더..ㄱ...이니까(ㅠㅠ엄마ㅠㅠ어쩌다 또 덕질 시작인가효ㅠㅠ). 어쨌든 다신 오고 싶지 않은 2층으로 올라왔다. 대신 1열 중앙! 진짜 이것은 레알 중앙! 센터정!에 앉았다. 바로 밑에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물론 그래도 역시나 관크는 피할 수 없었고... 또르르.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내 무슨 일이 있어도 2층은 절대 안 올테야.
홍지킬은 어딘가 지쳐 보였다. 이날 홍지킬의 후기를 찾아보니 다들 홍지킬 컨디션이 최고였다고 한다. 물론 그의 미친 성량은 이날도 변함없이 최고였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는 체력적이기보단, 심리적으로 지친 것 같았다. 여전히 차분하고, 이성적이면서도 때로는 짜증과 화를 참지 못하는 지킬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어딘가 그의 말투는 매우 지쳤다는 인상을 주었다. 물론 내가 지쳐서일 수도 있지만. (관람을 하면서 느낀 건데, 내 컨디션도 관람에 있어 매우 큰 영향을 차지하는 듯.) 어쨌거나 굉장히 오랜 시간 지킬을 연기하고 있으니 심신이 지칠만도 하지 않을까. 평범한 역할도 아니고, 두 개의 자아가 대립하는 극적인 캐릭터 속에서 살고 있지 않나. 거기다 미친 가창력으로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에 따른 부담감도 심하겠지. 극 내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지킬보다는 홍광호 배우 그 자체가 안쓰러워졌다. 그래서 지킬의 고민과 고통들이 아닌, 배우 홍광호의 고민과 고통들을 걱정하게 되었다. 덕분에 극을 보고는 있었지만, 딴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전보다는 극을 통해 무언가 더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다보니 흥미도 떨어지고. 전부터 계속해서 말하지만, 난 대작들과는 잘 안 맞는 사람이다. 지난 번 관람 때는 1층 1열에 앉아서 극을 재밌게 봤던 것 같다. 배우 표정이 잘 보이면 아무래도 몰입이 잘 되니까. 거기다 (중요)엠마가 정은여신이었으므로. 이번에는 2층이래도 1열이니까 배우 표정이 잘 보여서 몰입이 잘 되겠지 했는데. 그건 내 착ㅋ각ㅋ. 내 시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네 헤헷(^_ㅠ). 대극장 전용 사이즈를 가진 우리 홍배우지만(치, 칭찬이...입니동ㅋ) 역시 좀 무리였나.
사실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This is the moment'의 그 환희와 감동은 다시 살아나질 않았다. 분명 좋기는 했지만, 그 감동이! 전율이! 으으. 내 피로가 죄다, 죄야. 아니면 2층이 문제던가(ㅠㅠ). 홍하이드일 때의 연기 디테일도 저번보다 아주 약간 풀어진 것 같았다. 물론 아주 원초적이고 짐승같은 그 거친 숨소리와 연기들은 전과 같이 좋았다. 처음 홍하이드에게 가장 소름끼쳤던 건 비콘스필드 부인을 살해할 때였다. 목걸이를 잡아 당기며 하는 그 대사 디테일이, 발음이, 호흡이 정말 '하이드' 그 자체였다. 거칠 것 없는 태도로 위선자들을 마음껏 조롱하는 태도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어딘가 그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디테일이 조금 무뎌진 것 같았달까. 아무튼 이래저래 조금씩 아쉬웠다.
'Confrontation'도 나쁘진 않지만 어딘가 아쉬웠다. 이미 극 초반부터 지킬 연기 자체가 지쳐보여서인지, 이건 지킬과 하이드의 싸움이라기보다는 그냥 노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연기가 아닌, 노래 그 자체만. 여전히 류님의 'Confrontation'을 잊을 수가 없네. 이건 홍지킬만의 캐릭터 해석 때문일 수도 있고, 아직 연륜이 쌓이지 않아 아주 세심한 디테일을 잡아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도 얼마 안 보고 이런 평을 한다는 게 우습지만.) 아무튼, 다음 시즌에는 조금 더 내적 갈등이 심화된, 아주 세밀해진 지킬과 하이드의 대결, 'Confrontation'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노래는 이미 너무나 충분하니까. 사실 홍지킬은 끝까지 하이드에게 겁에 질려 있기 보다는, 하이드를 통제하는 '주인'이라는 의식이 강한 인물인 것 같다. 그는 이사회에서도 확신에 차 있었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위선자들을 서슴없이 경멸했다. 홍지킬 특유의 아주 당당한, 젊은이의 패기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홍지킬의 'Confrontation'에서는 내가 기대하는 하이드에 의해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흔들리는 지킬이 아닌 다른 대립 구도가 나타나서 내가 좀 혹평을 하나 싶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하이드를 통제하고 싶어하는 '주인'같았기 때문이다. 난 좀 흔들리는 모습을 원했는데. 하이드를 통제하지 못해 당황하고, 본래 자신의 자아가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없었다. 아무튼. 그냥 홍지킬 노래만 열심히 듣다 왔다.
엠마는 처음 만나는 최현주 엠마였다. 이미 다른 후기를 통해서 나랑 안 맞는다는 걸 인ㅋ정ㅋ.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무 기대가 없어서 그런가. 그냥 엠마였다. 이런게 스탠다드 엠마인가? 소현 엠마와 같은 스타일이었다. 그녀보다 좀 더 어리고, 개구진 엠마였지만. 어쨌거나 창법이나 목소리, 연기 스타일 등은 소현 엠마를 떠올리게 했다. 고로 내게 아무련 매력 어필이 안 되는 엠마였다는 것. 현주 엠마는 지킬보다도 아버지 댄버스 경과 더 잘 어울렸다(...). 그리고 왠지 그녀가 지킬을 더 좋아한다는 느낌이. 좋아하는 오빠에게 메달리는 17살 정도의 사춘기 소녀같았달까(읭ㅋ). 거기다 그녀의 연기 스타일은 어딘가 케이블 만화채널의 성우를 떠올리게 했다. 과장되고 떨림이 심한. 그녀의 연기 스타일이나 창법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취향은 아니었다. 확실히 노래는 정은 엠마보다 잘했다. 하지만 난 노래를 잘하면 장땡이라고 생각지는 않기 때문에. 그리고 왜 마지막에 홍지킬 죽을 때 머리 안 잡아주나여!(ㅠㅠ) 땅바닥에 그냥 누운 채 눈 감은 홍... 정은 엠마는 홍의 머리를 감싸줬던 것 같은데... 아닌가 기억이 가물가물ㅋ
소냐 루시도 처음 만났다. 칭찬이 자자한 그녀였기에 무척 큰 기대를 하고 갔다. (애초에 현주 엠마를 기대에서 지웠기 때문에 소냐 루시와 홍지킬의 케미를 엄청 기대함.) 역시나 기대가 크면... 또르르. 소냐루시의 첫 등장은 정말 좋았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불렀다. 특히나 선민 루시에게서 볼 수 없었던, 노래로 하는 연기! 노래를 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가사 하나 하나에 감정을 담아서, 노래 그 자체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우선 그 점에 반했다. 하지만 그 첫 등장 외에는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질 않았다. 기대했던 부분이 생각보다 나랑 잘 안 맞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Someone like you'나 'A New life'와 같은 넘버에서 느낄 수 있는 루시의 새로운 감정 변화를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특히 좋아한다. 루시는 지킬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순수한 사랑을 느끼고 아이처럼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느낌을 소냐 루시에게선 받을 수 없었다. 아마도 창법 때문인듯 했다. 소냐의 창법은 시원하게 내지른다기보다 어딘지 트로트 같았다. 연기는 내가 생각하던 '닳고 닳은 거리여자' 그 자체였지만, 선민 루시의 그것에 비해 좀 덜했던 것 같다(내가 선민 루시를 좋다고 느낄 때가 오다니...). 배우 표정을 가까이서 보면서 봤으면 또 달랐을테지만, 표정이 안 보이니 노래로만 느낄 수 밖에. 그녀의 연기는 좋았지만, 창법과 음색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 취향이 아니면 아무리 연기가 좋아도 매력적으로 느낄 수가 없는 듯. 이제야 그걸 확실히 깨달았다. 취향에 맞는 캐스팅은 매우 중요하다(ㅠㅠ). 개인적으로는 선영 루시가 역시 갑인듯. 'It's a Dangerous game'은 확실히 선민 루시와의 그것보다 끈적거리고 거침없었다. 소냐 루시의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기도 너무 좋았다. 읭... 근데 왜 안 땡기는거지! 정말 그냥 소냐 루시는 별로 내 취향이 아닌가봐.
거기다 이 날은 천둥소리 나기 전부터 (사실 'A New life'때 부터) 좀 긴장하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엄청 쫄았음(ㅋㅋㅋㅋ). 요즘 공포웹툰을 많이 봐서 그런가...() 너무 긴장한나머지 천둥 속에 하이드가 등장했을 때는 생각보다 덜 놀래서 다행^_...인가. 너무 긴장해서 루시 노래나 연기에 제대로 몰입을 못한듯(ㅠㅠ). 왜 이렇게 쩌리같이 굴었냐 나...
이 날은 홍지킬 외엔 내 취향에 맞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전보다 감흥이 덜했다. 지킬과 엠마, 하이드와 루시도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않았고. 거기다 원래 이 극의 구성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 무대미술이나 전환 방식도 그닥 멋지고 예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전히 실험실에 등장하는 커다란 거울엔 의문이 들었다. 정중앙에 앉아보니 처음으로 거울에 지킬과 하이드가 온전히 다 비쳐보였다. 하지만 그뿐. 거울에 그가 잘 비쳐보인데도, 그것이 얼마나 그의 이중적인 자아와 고민들을표현해주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중앙에서만 제대로 보이는 거라면 뭐야. 너무 제한적인 장치 아닌가. 아님 정말 단순한 소품일뿐인 건가.
언제 다음 시즌이 올라올지 모르지만, 조지킬과 류지킬(제발 한 번 더! 한 번 더!)만 보면 더 안 봐도 괜찮을 듯ㅋ. 위에선 계속 까기만 했지만, 사실 좋은 공연이었고 평타 이상이었다. 내 기대치가 언제나 높기 때문인지, 언제나 까는 얘기만 수두룩 하게 되네. 감정적으로 몰입이 잘 안되면 이러는 것 같음(ㅠㅠ). 아아 이제 진짜 끝나는구나. 갈라쇼는 내가 못가므로 그저 홍이 어서 다음 작품을 해주기만을. 하지만 그 전에 좀 충분히 쉬었으면하는 바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