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피맛골 연가
2011. 9. 15. 04:43ㆍ마음에남아
창작극
연출 유희성
작곡 장소영
극본 배삼식
11/08/26, 30 김생 박은태 / 홍랑 조정은 / 행매 양희경 / 홍생 임현수
극을 보고서 곧바로 감상을 남기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냥 마음이 싱숭생숭. 나 스스로 뮤지컬에서 점점 마음이 떠나는게 느껴지고 있다. 난 끈질긴 덕이 못돼서. 이게 다아 티켓전쟁때문이다.) 아무튼,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박은태 김생과 조정은 홍랑이었기에 그 둘의 사랑이 이해가 되었다. 더불어 스토리의 허술함과 어딘가 부실한 연출을 아름다운 노랫말과 앙상블의 훌륭한 군무로 어떻게 예쁘게 잘 포장한 듯 싶다.
극의 (아마도) 주인공이자 배경인 피맛골은 1막에서는 아주 예쁘게 잘 보여졌다. 다만 2막에서는... 또르르. 아무리 봐주고 봐줘도 쥐떼와 롯데월드 페스티발에 버금가는 (아동극 느낌이 물씬나는) 콩마차...(뭐라 불러야해)는 봐 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아침은 오지 않으리'에 집중이 안 됐다. 하지만 1막만 보고 와도 대충 만족은 된다. (본격 인터미션 후가 두려워지는 희한한 뮤지컬.) 일단 1막에서 피맛골 세트가 너무 예쁘다. 곱고, 곱다. 회전 세트와 함께 앙상블이 등장할 때 미동도 않고 노래하는 모습도 압권이다. 더불어 은생과 은랑 역시 둘이 너무 예쁘고 잘 어울린다. 저는 은태와 정은여신 덕이니까효 데헷^_^. 그리고 은태 연기 자체도 <모차르트!>와 비교해서 그때보다 더욱 나아진 것 같았다. 말투도 그렇고, 특유의 '~숴' 발음이 많이 사라진 듯. (말투 자체가 변해서 그런가. 아무튼 좋은 변화다.)
하지만 2막은 아예 따로 노는 극처럼 되어 버린 감이 없잖아 있다. 극의 배경도 피맛골 자체에 크게 집중되지 않는다. 개화기의 모던 스트릿으로 변한 종로도 한 번 보여주고 말고. 그렇다고 나중에 계속 이어가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 극의 세계관이 어떤 건지 제대로 설명을 좀... 사후세계, 이승과 저승의 중간 단계, 뭐 기타 등등. 판타지물인 건 알겠지만, 그래도 확실한 중심 세계관이 잘 잡혀있지 않는단 인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쥐떼만 엄청 나타나서 몸통이 얼룩이 꼬리에 알록이 하면서 랩을 하질 않나. (갑자기 랩은 왜 하는... 너무 모던하시다.) 물론 김생의 처지와 쥐들의 서열 나누기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많이 등장해... 너무 오래 등장해... 그게 문제야. 적당히 하고 사라져야 할텐데. 불 필요한 부분에선 노래를 너무 많이 하고, 정작 궁금한 부분은 대사로 대충 떼워버리다니. 아무튼 이래저래 2막이 무척 아쉽다. (이게 다아 랫츠 때문입니다아.)
그러나 역시 뮤지컬은 스토리를 따지는 게 아닌거져^_^? (포기다.) 일단 스토리는 제쳐두고, OST가 정말 너무 좋다. 그래서 내가 봐준다(ㅠㅠ). 특히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는 제목부터 가슴을 파고든다. 은태의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가사... 아 정말. 이 극은 OST가 너무 훌륭해! 가사가 너무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배작가님을 좋아하므로, 특히 더 애정을 갖고 울면서 듣고 있습니다 그려.) 시적인 가사로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정, 스토리 진행 등을 한 번에 다 보여줄 수 있다니. 감동이다. (하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쥐_봇 좀 자제부탁요.) 홍랑 솔로인 '당신에게로'도 정은여신의 목소리와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려서 좋다. 그녀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가, 연기가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게 느껴진다. 짧은 대사 한 마디에 그 둘의 사랑을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 생긴다. 이게 바로 진짜 배우다잉.
하지만 정말 노래만 듣자고 극을 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전 뮤지컬 갈라쇼도 안가는 차도녀라능. 표가 없어서 못가는 게 아니라능.) 다음 시즌에는 제발 2막 좀 고쳤으면. 1막에서부터 홍생이 김생을 찾아내는 장면이라던지, 뭔가 아무런 복선도 없이 덜컥! 사건이 한달음에 이어지니 이거 뭐... 2막에 랫츠가 시작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인듯. 거기다 2막에 홍랑은 거의 등장도 안 하잖아? 이거 좀 문제아님꽈 연출님. 아무튼 <피맛골 연가>는 짧게 해서 다행이었고(랫츠 너무 정신적으로 피로함), 다시 한 번 말하지만 OST와 앙상블의 승리였다.
Aㅏ 너무 잘 어울린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