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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4. 01:39ㆍ숨죽인마음
누굴 탓하겠는가. 내 자신 때문인 것을. 오늘도 여전히 역시나 나는 내 자신이 싫어서 화가 난다. 순간 순간 드러나는 나의 이상한 기질과 습성 때문에. 오늘도 막판에 기분이 잡쳤다. 같은 부분을 여러번 지적당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점점 이상한 이미지로 고정되어가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무능함. 올 한 해는 정말 시끌벅적한 한 해였다. 하지만 이런 해도 올 해가 마지막이겠지 아마도. 그런 생각을 매 번 하고 있다. 항상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은 만큼 내 자신이 싫었다. 여전히 내 꿈은 땅 밑으로 녹아 내려가는 것.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처럼. 어차피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모두 며칠간은 수근거리겠지만, 다시 잊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그저 내 가족에게만 큰 상처가 남을 것이다. 그건 싫어. 아예 애초부터 없었던 존재가 되고 싶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를 이렇게 미워하지 않아도 될텐데. 모두가 나처럼, 입버릇처럼 "난 안될거야 아마"를 외치고 있어도. 결국 나를 제외한 이들은 한 발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니, 적어도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는 안다. 나는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의 적절한 지점을 찾지 못했다.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그냥 하루 하루가 싫다. 겨우 겨우 시간을 죽이고 있고, 나 스스로를 점점 더 미워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왜. 반짝반짝 빛나지 못하는 존재일까. 결국엔 그런 것이다. 나도 조금은 특별한 존재이길 바랐는데. 너무도 아무것도 아닌 존재여서, 그걸 깨달아버려서. 남은 생을 그저 숨만 쉬고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없는 존재처럼 살고 싶다. 입을 열고 싶지 않다. 입을 열면 결국 마음 상하게 돼. 내가 입을 안 열면 다들 날 가만 두질 않아. 화가 났는지, 누가 신경을 건드렸는지. 묻지마. 그냥 내게 눈길 주지마. 누굴 탓하겠어. 내 스스로가 이렇게나 바닥을 치고 있는 인생인 걸. 다들 웃으려고 내 입을 찢어놓는다. 나는 마치 광대처럼 남들 웃겨주려고 입을 더 놀린다. 이렇게라도 내 존재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 나는 부단히도 노력한다. 타고난 입담따위. 남들 웃기는 재주따위. 내 얼굴 붉혀가며 남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게 마치 내 숙명인양! 그래봤자 다들 한바탕 웃고는 각자 제 집으로 돌아가잖아. 각자가 아끼는 사람들 곁으로. 그리고 난 바닥에 주저앉아 일어날 힘이 없다고 또 소리치겠지. 그러면 사람들은 웃으면서 그 모습을 찍는다. 그리곤 다음 날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하는 말이라곤, 너도 참. 난 이제 더이상 어리지도 않은데, 그런 짓을 해도 예쁘게 봐줄 수 있는 꼴도 아닌데. 이를 어쩌나. 내가 해온 짓거라나 배운 짓거리는 온통 그따위 것들 뿐인데. 이제와서. 이제와서. 그러니 그냥 차라리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처럼 공기 중으로 증발해버리고 싶어. 절실해.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