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30. 18:26ㆍ숨죽인마음
서른 다섯. 곧 있으면 서른 여섯이 된다. 올해는 블로그를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옛날만큼 내 안에 할 말도, 바램도, 생각도, 희망도 없다. 십대, 이십대를 지나 서른 초입까지만 해도 내 상상 속 서른과 현실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괴로웠다. 남들은 순서대로 척척 발전해나가는데 나는 여전히 커리어우먼은 커녕 내 앞가림도 못하는, 전혀 성장하지 못한 여전한 애송이란 사실이 슬펐다. 매일 매일이 괴로워서 술 대신 블로그를 찾았던 것 같다.(물론 술도 마셨다.)
아무튼 요즘도 그냥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내 앞에 주어진 일을 하고, 더 이상 내 인생은 왜 이런가 남과 비교하며 불명확한 누군가를 탓하는 일도 크게 없다. 그냥 원래 세상을 산다는 건 큰 의미가 없고, 그냥 다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다만 올해 들어 내 이름으로 행정적인(세금이라든지, 대출이라든지) 일을 하게 되면서 삶의 방법에 대해 또 하나 배웠다. 나름 어른에 한발짝 더 가까워졌다고 믿고 싶다. 이런 수 많은 법과 절차들은 도대체 어떤 똑똑한 인간들이 만들어냈을까? 진짜 이해가 되면서도 어렵다 아직은. 관련 계통에서 일하는 분들 정말 존경.
부모님이 나보다 어른이고 옛날 옛적이래도 자가도 있으니 당연히 나보다 재태크나 이런 행정 절차에 대해 많이 알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요즘은 인터넷에도 잘 나와있고, 뭣보다 세법이 계속 바뀌니까 그렇겠지만. 그냥 담당자에게 다이렉트로 물어보고 물어보고 보고 보면서 직접 부딪쳐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또 한번 느끼지만 이런 쪽으로 밝은 인맥을 좀 만들어 두는 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역시 인생사 인맥빨!!!ㅋㅋㅋㅋㅋ + 타고난 운빨!!ㅎ
나이를 먹을 수록 뭔가 공부나 운동 등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데, 요즘은 몸과 머리가 통 움직이질 않는다. 여름 동안 바짝 하려던 운동도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손 놔버렸고. 마음이 무겁다. 내려놓는다고 내려놔도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이다. 원래 삶이란 그런거겠지만.
앞으로 사십대와 오십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고독사할 것인가? 뭐 큰 상관은 없다만, 생활고로 인한 고독사는 좀 슬플 거 같은데... 난 몹시 이기적인 인간이라 요즘들어 강아지를 키워볼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조건없이 인간에게 사랑을 주는 건 아무래도 강아지 뿐인 것 같다. 근데 그러기 위해선 재정적 안정이 충분히 이뤄진 다음에 (마치 보통의 부부들이 아이 낳을 준비를 하듯) 강아지를 데려올까, 먼 미래를 상상할 뿐이다.
아무튼 요즘 이 일 저 일 처리하면서 느낀 간단한 소회였다. 2022년도 정말 힘들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