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0. 04:31ㆍ마음에남아
EQUUS
연극열전3 1st, 2009~2010
연출 조재현
원작 피터 셰퍼
다이사트 조재현
알런 스트랑 류덕환
연극을 보고 나서 느낀점은 원작 텍스트를 읽은 내가 병ㅋ신ㅋ. 아니, 그 텍스트 그대로 무대에 재현되기를 바란 것이 병ㅋ신ㅋ이지. 연극을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웃음이 터질 부분이 아닌데 사람들이 웃는거지? 진지하고 중요한 부분인데, 사람들을 웃기는 요소 요소를 집어 넣어 극을 연출한 조재현 씨에게 조금 실망했다. 연극열전 시리즈 자체가, 연극에 관심없던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시작한 것을 감안해서, 진지한 극 속에 약간의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은 알겠지만서도.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극이 시작함과 동시에 담배를 피우며 배우로서의 카리스마를 내뿜던 조재현씨는 무척 인상깊었다. 허나, 난 마치 그가 아웃사이더인 줄 알았을 뿐이고. 대사들은 한결같이 속사포 랩으로 쏟아져 나왔을 뿐이고. 대사 전달도 제대로 안되고 있고. 그저 시종일관 흥분했을 뿐이고. 알런 아빠는 도대체 왜 저런 캐릭터로 설정한 것이며?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그 배우의 연기를 보며, 권위적인 아빠라고 인식한 사람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이건 거의 다이사트의 대사를 통해서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 아버지 역 배우의 연기를 통해선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뭐야 도대체? 그게? 영화관 씬에서 아주 울화통이 터짐. 거기다 발음도 좀 세시는 것 같던데. 유유. 극이 끝나갈 수록 좀 나아졌지만, 시종일관 같은 톤으로 대사를 치던 다이사트와 알런에게 나는 그저 짜게 식은 박수만. 알런에게 질투를 느꼈다고 고백하는 다이사트에게서 나는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대사를 줄줄 외고 있는 조재현씨만 봤을 뿐. 텍스트로는 무척 재밌게 읽혔던 부분이, 정작 배우들의 입을 통해서는 웃음밖에 안나왔다. 불안하고 순수한 사춘기 소년 알런. 그 겉모습은 류덕환에게 매우 잘 어울렸지만, 난 보는 내내 '정태우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만. 류덕환 영화에서는 좋았는데. 또한 다이사트의 속사포랩같은 첫 대사를 듣자마자, 이건 내가 생각한 다이사트가 아닌데... 유유. 가장 좋았던 건 역시(?) 말! 6마리의 말이 8마리로 늘어난 것은 단순한 팬서비스 차원인가요? 말이 말연기를 아주 잘해서 인상적이었음. 허나 너제트는 생각보다 큰 인상이...
다이사트를 연기한 조재현씨가 연출도 했는데, 그렇다면 좀더 다이사트의 눈에서 이야기할 순 없었을까? 내가 원작 텍스트를 다이사트를 중심으로 읽어서 그런가, 그게 못내 아쉬웠다.
모르고 갔는데, 연극이 끝나고 두 주연배우의 사인회가 있었다. 연극 자체에 만족도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두 주연 배우의 싸인을 받으니 그나마 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류덕환씨는 무척! 생각보다 훨씬! 잘생겼고, 훈훈했다. 거기다 말도 걸어주며 웃으니, 이거 간만에 가슴이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