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02
2010. 5. 2. 03:58ㆍ숨죽인마음
나에 대한 고찰.
하나. 요즘은 특히나 사람이 그립다. '내 사람'이 그립다. 그건 연인일수도 있고, 친한 친구일수도 있겠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많았지만, 요즘은 그것보다도 '관계의 깊이'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어디서 만나건, 결국 나쁜 사람이란 없으며, 다만 나랑 좀 안 맞거나, 잘 맞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잘 맞지 않다고해서 상대방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무조건적으로 욕하는건 중학생때 끝냅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계속 부대끼며 지내는 사람들은 성장이 멈춘 것처럼 영 생각의 발전이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옛말 정말 틀린 게 하나 없다. 사람은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 움직이고 배우고 생각해야 해. 그렇지않으면, 정말 나이만 먹고 세월만 버린다. 나 역시 고등학생 때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그때보단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다. 세상살이에 대해. 나름. 그땐 내가 생각하는 게 항상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척 좁은 세상에서 항상 같은 사람들하고만 고만고만하게 지내다보니, 점점 더 내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할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 그때 왜 그랬지 싶은 게 한 두 개가 아니야.
다시, 돌아와서. 이상하게도 나이를 먹을수록, 알아가는 사람이 늘수록 욕심만 많아진다. 그리고 새삼 내가 이런 질투를 하는 사람이었나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어릴땐 나랑 코드가 안맞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바로 바이바이 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만나는 사람에 따라 날 바꾼다. 기본적인 '나'에는 변함이 없지만, 말투나 기타 등등이 조금씩 변한다. 그게 처음엔 굉장히 짜증나기도 했는데, 지금은 걍 익숙해졌다. 나름대로. 사람에게 점점 집착하고 사람을 점점 그리워하고 있는 게 느껴지는 나 자신에게 좀 슬프지만. 이것도 나이 먹는다는 하나의 증거일까.
둘. 고상한 취향이란 무엇인가. 내가 듣는 음악은 무척 소비성이 짙은 요즘 유행하는 대중가요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아주 허섭쓰레기같은 노래는 굳이 다운받아 듣지 않지만. 요즘엔 이효리의 노래를 열심히 듣고 있다. 그리고 귀 있으면 다 좋다 그러는 정엽, 브라운아이드소울, 제이 기타 등등 알앤비 힙합 쏘울 어쩌고 저쩌고들. 블라블라. 난 노래 가사를 음미하며 듣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이효리의 노래가사는 별 영양가가 없다. 그래서 이효리 목소리를 음미하며 듣는다. 난 그녀가 파워풀하고 당당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랩할 때가 좋다. 그녀가 이미 예전부터 헐리웃 스타 누구를 따라하고, 어떤 음악을 카피하고 어쩌고 해도 결국 그게 어울렸고, 그리고 그런 스타일이 어울리면서 이런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여자 솔로 가수가 우리나라엔 그리 많지 않고. 그러니까 적당히 타협하면서 그녀가 보여주는 스타일을 즐긴다. 적당히. 그게 내겐 좋다. 더군다나 난 TV 중독자니까ㅋ.
관대한 척하지만, 그러면서 책은 무척 가려 읽고, 영화도 가려 본다. 다같은 '문화'의 한 부분들인데. 도서관에 가서도 책 고르느라 시간을 엄청 보낸다. 결국 읽는 사람만 읽는다. 난 한국문학은 잘 안 읽는다. 이건 문학을 배우면서 갖게 된 독서 습관이기도 한데. 여튼, 한국문학을 많이 읽지도 않았으면서 뭐라 하기 좀 그렇지만, 90년대 이후로 좀처럼 '소비하기 위한' 것이 아닌, '배울 수 있는' 글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못 찾아 읽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매일 자기 개인사를 구구절절 늘어놓고 소소한 일상생활을 고찰하는 단편들. 내가 일본문학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함께 졸업한 이유 중 하나다. 가끔 다시 읽는 것도 있지만, 역시 내게 문학이란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와 배움'이란 목적이 크기 때문에. 결국 삶이란 건 이런거다 하며 너무 일상생활을 나열하는 우리네 현대 문학은 음. 일단 그리고 소설에는 '사건다운 사건'이 있어야 읽을 맛도 나고. 그래서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되고, 열심히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그랬던 것 같다. 요즘 한국 문단에 여류 소설가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작가를 지망하던 남학생들이 모두 영화계로 흘러들어가서 그렇다고. 그래서 또 헐리우드 감독들이 싫기도 하다. 감독 본인이 글을 써서 영화를 만들지 않으니까. 그래도 영화는, 아무래도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아닌가. 근데 또 너무 그래서 홍상수 감독이 난 싫다.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별 다를 건 없지만, 그냥 잠이 안와서.
어제 일 하러 가기 전에, 드디어! 매일 말만 하다가 도서관에 갔다. 피로가 너무 쌓여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래도 요즘 책도 너무 안 읽고, 영화도 안 봐서 뭐라도 좀 해야겠다 싶었다. 또 한참을 둘러보다가, 김동인의 단편집을 빌렸다. 이 시절의 한국문학은 좋다. 글 자체가 재미가 넘친다. 시대가 그리도 우울했는데 말야.
그리고 이제 곧 월급이 나온다. 위시리스트를 작성해야지. 수분크림을 얼른 사야지. 하루 하루 피부가 늙어가는 게 눈에 보인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