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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18. 22:56숨죽인마음



   책을 읽고 있다. 난 원래 에세이집은 안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에세이만 두 권. 이완 맥그리거가 좋아서 충동적으로 산 <레알 바이크>와 (제목 작명 센스 참...) 요즘 서점가에 눈에 띄게 진열되어 있는 이병률의 <끌림>. 표지가 예뻐서 샀다. 하지만 뭐 결과는 역시나. 난 에세이와 맞지 않는군. 그러나 또 정신 못 차리고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를 주문했다. 얼마 뒤면 도착하겠지. 일단, 노란색 표지가 맘에 든다. 거기다 요즘 언니네 이발관 홀릭 시즌이라 샀다. 또 며칠 못 가서 책상에 던져버릴지도 모르지만. 위에 두 권 아직 다 못 읽었다. 읽다 중도 포기.
   <레알 바이크>를 읽기 전엔, 여행의 즐거움이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설렘과 그 분위기 묘사를 기대했는데... 내가 너무 큰 걸 바랐나? 바이크의 위험성과 힘들어 찡찡대는 이야기가 서두를 너무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앞에 조금 읽다가, 우즈베키스탄으로 진입하는 얘기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그냥 책을 덮었다. 이완 맥그리거가 감수성 풍부하고 여린마음의 소유자인 줄은 알았지만, 에휴 그냥 영화나 봐야지. <끌림>은 너무 감성 돋아서 중도 포기. 예쁜 사진도 많고 표지도 예쁘지만, 그 뿐이다. 어떤 종류의 시를 쓰건, 어떤 글을 쓰건 뭐 개인의 취향이니까 별 말은 않지만, 나랑은 안 맞으니까. 하지만 난 또 표지에 속아서(?) 책을 사겠지.

   가을이다. 가을 원래 좋아했는데, 이제 다시 생각 좀 해봐야 겠다. 위험한 계절이다. 어릴 땐, 그냥 여름보다 시원하고, 겨울보다 안 추워서 좋아했다. 높은 하늘, 쬐기 좋은 햇살. 하지만 이런 좋은 날에 사람들은 더 많이 흔들리고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의 트위터, 미니홈피 글만 봐도 모두가 중심을 잡지 못해 쓰러질 것 같아 위태롭다. 나 역시 그렇다. 이게 가을 타는 건가 보다. 자꾸 뭔가 생각나고, 외롭고, 곁에 누가 있기를 바라고. 하지만 그와 정반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걷고 싶고, 혼자 있고 싶다. 이 무슨 모순된 감정인지. 이게 다 그저 계절의 탓이라고만 보기도 어렵겠지만, 여튼 가을. 가을. 가을. 아, 그만 흔들리고 싶다. 어느 날 새벽, 잠이 안 와서 잘 알지도 못하고 이름만 아는 어떤 애의 미니홈피를 한참 뒤지다가 느끼는 열패감을, 매일 아침 출근 지하철 사람들 틈 사이에 겨우 끼어드는 순간, 점심 메뉴를 고르는 순간, 퇴근길 버스 부저를 누르는 순간 순간, 매 순간마다 느끼고 있다. 괴롭다.

   충동적으로 저축성 보험에 가입했다. 내 미래를 위해 목돈이나 마련해 둡시다. 외로움일랑 아무리 저축해 놓아도 내게 아무 쓸모가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