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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15. 02:22숨죽인마음


  요즘 잉여짓 하고 있지만, 잉여짓 하고 있지 않다. 무슨 말인고 하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차근차근은 아니더라도, 굼뱅이처럼 움직인다해도 조금씩 뭔가 하고는 있다. 일단, 떠나는 날과 돌아오는 날은 확정이다. 이제 그 사이를 얼마나 알차게 보내느냐가 관건인데. 34일, 길지 않구나. 아직 출발하기도 전인데 벌써 아쉽다. 한 나라당 10일씩 있고 싶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본다. 그래, 지금은 맛만 조금 보고. 나중에 더 깊이, 한 나라씩 한 나라씩 정복하리다.
  작년 겨울에 반했던 제주도에 (사람들이 제주도 갈 돈에 조금 더 보태서 동남아 간다는 말 전혀 이해 못하겠다. 내가 동남아 가보지 않은 주제에 말하긴 뭣하지만. 제주도 너무 좋다. 정말. 진짜.) 이번에 또 가게 되었다. 소망하던대로 가족과 함께. 이렇게 여유롭고 한가롭고 아름다운 곳에, 평생 놀 줄 모르던 우리 가족이 함께 가서 그 여유를 느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가게 되었다. 말 하는대로, 바라는대로 이루어진다. 소원은, 꿈은. 모두들 나더러 너 가긴가냐? 하고 장난으로 말을 던졌는데, 정말 떠난다. 나 한다면 하는 애야! 하고 보여주려고 (난 이런 허세 가득찬 애야) 얼른 티켓 예매하고 일정 짜고 있다. 근데 여지껏 몇 안되지만, 여행 하면서 느낀 것은. 난 일정 짤때만큼은 칼같고, 무척 평소의 나같지 않다는 거다. 매우 열심히 짠다. 일정대로 되는건 하나도 없지만. 일단은 짜둔다. 그게 기쁘다. 그 일 자체가. 무척 짜증나지만!

  소원을 하나 더 말해보자면, 좋은 사람이 옆에 생겼으면 좋겠다. 같은 주제로 오랫동안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리고 난 격하게 말하면, 노친네들을 정말 안 좋아한다. 어린애들만큼. 그런데 항상 글을 쓰려고 이것저것 보고 있으면. 항상 내게 걸리는 것은 그런 노인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놈의 '엄마'. keyword 엄마. 난 한국소설, 특히 여성작가들의 소설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엄마와 나, 심각해 보이지만 시덥잖은 일상들의 나열들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런데 나도 보고 배운게 그거밖에 없어서 그러나. 영. 에휴, 날 더 추워지기 전에 영화나 보고 요리조리 싸돌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