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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23. 01:29숨죽인마음


  혼자서든 잘해요. 라고 외쳤지만, 한국사회에서 아직 혼자서 당당히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요즘 유럽여행 준비하면서, 후기를 하도 읽어봐서 이미 내가 유럽에 있는 것 같은 착각으로 클럽공연을 혼자 갔다. 그것도 공연 당일날 할 일이 없어서 에잇, 하고. 물론, 좋아하는 밴드가 나오니까 간 거긴 하지만.
  어디든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 특히나 오늘 공연을 다녀오고나서 느낀건, 아 예술 분야는 그게 더 심하다. 문학은 죽었다,고 혹자들은 말한다. 그래, 내가봐도 진정 '순수문학'은 죽은 것 같다. 이미 순수문학의 독자는 작가들 그 자신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아니면 작가 지망생이거나. (작가 지망생이 더 많겠다.)
  밴드음악도 최근들어 갑자기 심취해서 대규모 공연을 다녔다. 그러다 점점 사람 욕심이란 원래 그런건지! 소규모, 정말 레알! 생! 그들의 본거지인 홍대클럽에도 욕심이 났다. 그래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간건데. 정말 클럽은 작았고, 관객도 몇 없었다. 그런데 날 더 씁쓸하게 만든건, 그 관객의 거의 90퍼센트가 관계자라는것! 그들은 모두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소규모의 공연장에서 더 가까이서 밴드와 호흡하고 놀 수 있을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거기다 내 또래는 하나도 없었다! 내 또래라봤자 또 관계자.
  이외에도 더 슬펐던 이유는, 요즘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거의 상사병 수준이 아닐까... 내 자신의 찌질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바로 옆에 있었는데, 말 한 마디 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작은 공연장에서 그렇게 바로 옆에서! 그는 바로 곁에 있는 또 다른 미녀 관계자와 오순도순 정다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내가 그 공연에서 소외되지 않는 방법은 공연장을 박차고 나오거나, 그냥 음악에만 정신집중하는 일밖에. 나같이 정식 공연료를 다 내고 온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겠지!
  예전에 아이돌 좋아할때는 대다수의 팬이 나와 같은 상황이고 (접근이 쉽지 않은) 그래서 그냥 당연히 TV로만 보고, CD나 듣고 좋아하고 만족했다. 그런데 이건 아이돌과 좀 다른 경우처럼, 물리적인 거리는 몹시,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허나 그와 반대로 전혀 접근할 수가 없는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란건 또 여전하다. 거기서 느껴지는 심리적 박탈감이랄까! (거창하게도)
  슬프지만, 남의 회사 회식 자리에 잠깐 앉아있다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뭐든 첫경험, 첫이미지가 중요한데. 이래서 이제 다시 클럽공연 갈 수 있으려나! 눙무리. 오늘 돌아오면서 다짐한 것은, 이렇게 잉여 거렁뱅이가 되지 말고, 어서 한 자리 차지하자(?). 성공합시다! (무엇을 위해?)
  그나저나, 이 나이에 나이 사십먹은 아저씨가 이렇게도 좋아지다니! 그러나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는지, 나이 사십인 것도 멋지고! 그 나이에도 여전히 패셔너블하고 멋지고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고 목소리가 좋고 노래가 미치겠고 문신도 멋지고 트위터 중독자같은 모습마저도 멋있다! 허세가득한 트윗엔 좀 웃을때가 있지만, 그 마저도 멋지다고! 내가 미쳤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