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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4. 06:08숨죽인마음


  내가 유럽에 있다니! 하는 큰 감흥은 사실 들지 않는다. 모든 순간, 순간이 새롭고 반짝거리던 순간은 지나간지 오래다. 그리고 정말 떠나보니 알 것 같다. 내가 원했던 게 뭐였는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많이 읽으며, 그들이 느꼈던 보편적인 감정이 내게도 적용될 거라 생각했던 것 자체가 어리석었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중요한 순간, 순간들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내가 언제 또 이렇게 돈 들이고 시간을 내서 유럽에 오겠는가! 자그마치 9개의 나라에.
  그래도 위안인 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고. 또 천성적으로 혼자가 잘 맞고, 잘 견딘다는 사실이다. 이건 그들이 외국인이고 (정확히는 백인, 서양인) 내가 영어를 못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내가 그런 성향이 아니라는 것. 그건 내가 동양인이고, 거기다 중국, 일본도 아닌 한국인이기때문이 아니다. 그냥, 난 원래 이런 인간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머나먼 유럽에 와서야 정확히 알았다.
  돌아가면 영어를 배우고, 기타를 배워야지. 혼자 유럽도 왔는데, 그까짓거 못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