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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18. 04:39ㆍ숨죽인마음
보름 넘게 피를 흘리고 있다. 피 비린내가 난다. 피가 흐르면 흐를수록, 난 마치 결벽증 환자처럼 씻고, 빨고, 흔적을 지운다. 내 몸에서 빠져나간 피만큼, 난 그 빈자리를 초콜릿 따위로 채운다. 덕분에 마치, 한창 조심해야할 시기의 임산부처럼 배가 부풀어 오른다. 더불어 볼품없던 가슴도 조금이나마 부풀어 올라, 내가 여성이었음을 일깨워준다.
내 안을 자꾸만 빠져나가는 그 피를 따라, 내 안은 점점 공허해지고, 허무해진다. 모든것이 무기력해진다. 그저 초콜릿만 입에 가져다 채울뿐이다. 피가 멈추고, 겨울이 끝나면 내 우울도 더 깊어지지 않겠지. 마냥 그렇게 바라고만 있다.
다행히 아직 크리스마스는 오지 않았다. 또한 나의 이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무기력함을, 아직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세상이 끝나기 전에 초콜릿 한 통 정도 비워낼 시간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