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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20. 01:17숨죽인마음


  개강하기 전까지 글을 하나 써야지. 계속 속으로 다짐만 하고 있다. 노트에 간단한 메모들은 넘쳐나는데,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건 쉽지가 않다. 강박적으로 넷북을 아침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글을 써야지, 글을 써. 이대로 놀고만 있을거야? 머리를 굴려! 하지만 오후 한 시,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감탄하며 멍하니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 평온한 날. 무언가 될리가 없잖아. 정말 될 턱이 없는 핑계다. 새로 바꾼 웹브라우저 속도가 빨라서, 새로 바꾼 블로그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새로 알게 된 웹사이트가 재밌어서... 별 이유를 다 갖다 붙이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넷북 자판을 두들기는게 그냥 좋아서 또 이러고 있다.

  이곳저곳 온갖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돌고 있다. 누군가는 불행하기를, 나와 같은 처지이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어째서인지 다들 뭔가 하나씩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젠장. 나마저도 요즘엔 <빌리 엘리어트>에 빠져 있느라 별로 우울하지 않았다. 완전 완벽한 잉여인데, 그 놈의 뮤지컬 좀 보고 다닌다고 스스로 착각하고 있었다.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힘이 되는 노래나 시 구절 따위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누군가의 불행이 필요하다. 세상 모두가 찌질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심지어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 시트콤에서조차 제대로 된 불행들이 보이질 않는다. 악녀 캐릭터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물러터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