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22

2011. 2. 22. 17:49숨죽인마음

  지난 한 주 동안 빌리를 한 번도 못봤다. 대신 내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무척 값진 시간이었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 어쨌거나 빠른 시간 안에 빌리들에게도 정이 들었고, 새로 만난 사람들에게도 정이 들었다. 그런데 이들과 이제 모두 작별을 하게 되었다. 새로 만난 사람들과 정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각자 바빠서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 나만 앓고 말겠지. (ㅜㅜ) 이젠 빌리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정말 너무 아쉽고 슬프다. 너무 보내주기 싫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겠지.
  어쨌거나 마지막 스케줄이 나왔다. 다행히도 내가 바라던 스케줄로 나와서 좋기도 하고... 요즘 기분을 말로 설명하기에는 좀 복잡미묘하다.

  충분히 방황해도 괜찮다는 말. 난 그 말이 듣고 싶었다. 그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느끼는 두근거림.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그만큼 슬퍼지는 일인 것 같다. 나에겐 뭔가 결정적인 10%의 매력이 부족해. 그것은 어떤 것에 대한 절실함이 부족하고, 언제나 가볍기만해서 일까.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나도 좋아한다. 그러니 나도 그렇게 되어야지. 이제는. 그치만 그래도 조금은 더 방황하고 정신차릴래.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 그 사람의 생활 속에 작은 균열을 만들고 싶다. 그 틈사이로 내가 비집고 들어가고 싶다. 손을 잡고 싶고, 한 번 안아보고 싶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 하고 싶다. 그냥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것도 좋겠다. 이런 바람들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것도 잘 안다. 내가 원할 때는 잘 안되더라. 그리고 그런 바람도 쉽게, 정말 바람처럼 사라져버릴 것도 안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그렇듯 가벼우니까. 그래서 난 스물네살이나 먹고도 이런 감정을 더 증폭시키거나 발전시킬 생각은 못한다. 그냥 이것도 다 한 때니까. 그러고 만다. 다만 지금 널 생각하고 있다는 걸, 너도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게는 여전히 온전히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한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란 생각이 드니까. 이렇게 혼자 바라고 애태우다 잊어버릴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