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2011. 7. 19. 04:02ㆍ마음에남아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 part 2, 2011
감독 데이빗 예이츠
원작 조앤 K. 롤링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대부분 영화가 어떻든, 해리의 마지막을 만족해 하는 것 같다. 진짜 '마지막'이니까. 이제 모든 것이 끝나버렸으니까. 해리포터 시리즈 팬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정말 나의 유년시절, 고등학교 야자시간 내내 함께했던 (그래서 대학말고 호그와트 가고 싶다는 개ㅋ드립을 치게 만들었던. 덕분에 선생님의 지팡이와 몸의 대화를 나눌 뻔 했던)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의 그렇고 그런 19년 후까지 보고야 말았으니. 아쉽지만 눈물로 보내주는 수밖에. 근데 나는 이대로는 못 보내겠다. 그냥 쿨하게, 좋은게 좋은거지 하면서 보내주고 싶은데. 그렇겐 못 하겠다고! 영화 진짜, 어떻게, 이렇게, 끝내냐? 어? 마지막은 기어이 2편으로 쪼갰으면서 이따위로 밖에 못 만들겠냐고!!! 물론 소설 속 디테일한 심리 묘사 따위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다. 이 감독이 시리즈 후반부를 계속 연출함으로써 이미 영화는 내 취향과 멀어진게 분명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봤다. 무슨 권태기의 연인도 아니고. 의무감으로 봤다고 진짜! 영화 내내 싸우다가 갑자기 키스하고 포옹하는거... 이건 제가 영국인이 아니라서 이해 못하는겁니까^_^? 역시 요즘 십대들은 무서워. 어쨌든 시리즈의 마지막을 이렇게 밖에 장식하지 못한 감독이 못내 원망스럽다.
호크룩스가 파괴됨과 동시에 볼드모트를 비롯한 많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더불어 모든 것이 클라이막스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CG 하나로 뭉개버리려고 했던 점. 사실 이건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만, 특히 이번 편은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볼거리도 없었고 감정이입을 할 부분도 없었다. (다른 영화 평론가들은 영화 초반부 롤러코스터 타는 장면이나, 호그와트가 무너지는 장면등을 꼽지만 글쎄.) 더불어 론도 정신 못 차리지^_^ 헤헤. 어찌나 영화가 긴장감이 하나도 없던지. 더 이상 볼드모트는 이빨 빠진 호랑이도 뭣도 아니었다. 이전 시리즈들에서는 그의 존재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고 긴장감이 넘쳤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선 그에게서 아무런 공포도 느낄 수 없었다. 분명 절정에 치달았는데! 그의 뒤에 있던 죽음을 먹는 자들의 존재도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냥 머릿수 채우러 온 엑스트라들 같았다고. 물론 그마저도 CG였겠지만. 그나마 마지막까지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뿜던 벨라트릭스레스트랭의 죽음도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영화 초반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사실 이 에피소드 마저도... 딱히 긴장감은 없었다. 엉엉.) 더 이상 어떤 호기심도 일지 않고, 긴장감도 생기지 않는. 맹맹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였다.
그리고 내가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해리포터 전 시리즈에 걸쳐 메인으로 사용됐던 테마곡 'Hedwig's Theme'가 이번엔 영화 본편에서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에야 나와서 빡ㅋ침ㅋ. 내가 그 곡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매 시리즈가 거듭될 때마다 화려하게 편곡돼서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영화 초반에 호그와트 전경과 함께 음악 깔릴 때 얼마나 찌릿찌릿한데! 볼 때마다 얼마나 가슴 두근 거렸는데! 너가 이 빠심을 아느냐고 예이츠 이 놈아(ㅠㅠ). 물론 호그와트가 예전과 같지 않은 건 안다. 디멘터들이 득시글 거리는 (그러나 마치 디멘터들의 모습은 까만 옷의 선녀같기도ㅋ) 호그와트 전경을 조용하고 우울하게 보여준거 나쁘지 않다. 허나... 그럼 그런 느낌으로 편곡해서 삽입했어도 됐잖아! 으엉. 아님 내 귀가 막귀여서 편곡된 걸 못 알아 들었나? 제발 그런 것이길.
이번 편에서 베스트는 역시 19년 후 아버지가 된 론과 해리였지. 어쩜 그리 위화감이 없니^_^? 특히 머리 벗겨지고 배나온 론... 너 그러고 정말 어떻게 헤르미온느 잡았냐. 미존개오 형돈이가 진상뚱보였던 시절에 한유라님 어떻게 잡았는지와 같은 급의 미스테리라능ㅋ. 진짜 다들 해리 물고 빨때, 내 방구석에서 홀로 론을 외치다가, 잠시 잠깐 론이 훈남등극했을 때 (아마도 <아즈카반의 죄수> 즈음이었을 거야. 내 안의 레전드이기도 하지. 시리우스u_u) 비로소 우리 론이 빛을 보는구나... 싶었는데. 이 친구 참. 변덕도 하하. 쨌거나 이제 론을 어디서 보나. 영화보다 화보로 보는 게 사실 더 행복할 것 같아. 화보 하나는 기가막히게 구라로 찍는 루퍼트 같으니ㅠㅠ! 최근 영국 시사회 현장 사진이랑 화보 사진 보고 진짜 다시 한 번 포토샵의 위력을 깨달았다. 넌 평생 어도비 개발자에게 절해야돼 인마ㅠㅠ! 근데 저 포스터 속 해리 마치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꽈? 비장미+생략미 쩌네.
어쨌거나 잘가, 호그와트 꾸러기들. 너희들이 10년이나 날고 구르고 뛰었어도, 호그와트 졸업 못한 것이 애석하지만. 난 이제 SF 판타지와는 작별해야 할 것 같아. 그 동안 고생 많았다. 그나저나 왜이리 덥냐. 아씨오 선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