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2011. 7. 29. 01:40ㆍ마음에남아
*때맞춰 쓰지 못한 연극 후기들.
11/05/17 장오 장민호 / 이순 박혜진
서울역사 뒤에 마련된 강렬한 붉은색의 '백성희장민호 극장'은 존재만으로도 어떤 경외감이 들게 했다. (하지만 실제로 공연을 하는 동안, 바깥 소음이 너무 잘 들려서 '전용 극장'이라고 칭하기엔 조금 아쉬움이 느껴졌다.)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듯이 연극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장민호, 백성희 두 분 그 존재 자체가 그대로 극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소박하게 지어진 한옥집이며, 그 위에 나란히 걸터 앉은 두 배우분들. (백성희님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박혜진님이 계속 극에 서고 계셨다. 백성희님을 못 뵈어서 조금 아쉽기도.) 장오의 느릿느릿하고 힘에 부친 듯한 걸음걸이에서도 이것이 '연극'이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그 존재만으로도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는 느낌이었다. 연극은 잔잔하면서도 중간중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아주 차분히. 모든 것을 담담하게.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마지막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장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손 짓 하나가 마음 속 큰 울림을 주었다. 그저, 그 모습 그대로. 배울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11/05/24 작가 서상원 / 영필 김영필 / 주완 김주완 / 미도 전미도
실험극이란 얘기는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형식인지는 알지 못했다. 호기심에 예매를 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니, 도대체 어떤 형식인걸까. 두산아트센터에 일찌감치 도착해 극장 안 착석은 안 하고, 건물 1층 카페에 앉아 친구와 수다를 떠는데 전화가 왔다. 입장을 서둘러달라는 극장 직원의 전화였다. 이런 독촉?은 처음이여서 친구와 얼른 들어가 앉았다. (정신차리고 보니 거의 극이 시작할 시간... 일찍 가도 지각할 기세의 여인네들 같으니ㅠㅠ) 자리에 앉고 보니 객석은 꽉 차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무대는 없이 삼, 사층 정도의 객석이 서로 마주보게 되어있는 재밌는 구조였다. 나와 친구는 사이에 한 자리를 비우고 떨어져 앉게 돼있었다. 왜 예매가 이렇게 되었지? 하면서 당황하던 찰나, 그 자리로 배우 한 분이 앉았다. 총 네 명의 배우가 그렇게 관객 사이에 앉아 극을 진행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독촉 전화를 했구나, 싶기도 했다. (배우분 바로 옆 두 자리가 다 비어있었으니...)
대사들은 거의 독백에 가까웠고, 초반에는 그들의 대사 간에 어떤 연계성도 찾기 힘들었다.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아무렇게나 하는 식이었다. 종종 옆으로 고개를 돌려 관객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나에게도 이것저것 묻는 통에 당ㅋ황ㅋ. 하지만 나만큼 배우분도 떨고 있는게 느껴졌다.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고, 더불어 나도 긴장했다. 그들의 대화가 조금씩 이해가 갈 때 즈음. 난 깜빡깜빡 잠이 들었다. 내가 자고 있는 걸 다이렉트로 들킬 수 있는 자리배치이고, 무대형식이어서 진짜 안 그러려고 했는데... 도무지 이 연극엔 내가 몰입할 만한 부분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실험극이겠지만(ㅠㅠ). 중간 중간 암전이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때는 거의 졸았던 것 같다. 배우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
그로테스크한 형식의 희곡을 읽는 건 좋아하는데, 이 극은 그런 극 특유의 말의 재미를 살리거나, 전혀 황당무개한 사건들의 나열이 있다거나 하질 않았다. 그저 그들 스스로에게 예술이 갖는 의미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의 나열 혹은 잡담에 그쳐서. 물론 끝으로 갈 수록 흩어졌던 말들이 하나로 모아져,그들이 하나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자가 가진 상처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전개였지만, 뭔가 생각해볼 여지는 있는데, 발전될 듯 말 듯 하다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존 주제에 말이 많져? 헤헷.) 여배우 미도의 뜬금없는 대사들의 반복은 어떤 재미를 주었다기보단, 그냥 무 의미해 보였다. 단순한 맥 끊기, 또는 적절한 타이밍이 없어서 그냥 다른 배우들 사이사이 대사 한 줄 끼워넣은 듯한 느낌을 받아서 아쉬웠다. 미도란 캐릭터를 더 잘 살릴 수도 있었을텐데.
어쨌거나 중간 중간 초콜릿을 먹거나, 아기 사진을 보는 등 깨알같은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극이 만족스러웠다거나, 기억될 만한 매력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애는 시도, 덕분에 극에 관객이 참여하게 되고, 또 그로인해서 관객이 온전히 극에 집중할 수 없게 되는 매우 불편한 경험을 했다는 것 정도? 어쩌면 이런 불편함이 의도였을 수도 있으나. 참신하고 색다르지만, 반복적으로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었다.
11/05/17 장오 장민호 / 이순 박혜진
서울역사 뒤에 마련된 강렬한 붉은색의 '백성희장민호 극장'은 존재만으로도 어떤 경외감이 들게 했다. (하지만 실제로 공연을 하는 동안, 바깥 소음이 너무 잘 들려서 '전용 극장'이라고 칭하기엔 조금 아쉬움이 느껴졌다.)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듯이 연극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장민호, 백성희 두 분 그 존재 자체가 그대로 극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소박하게 지어진 한옥집이며, 그 위에 나란히 걸터 앉은 두 배우분들. (백성희님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박혜진님이 계속 극에 서고 계셨다. 백성희님을 못 뵈어서 조금 아쉽기도.) 장오의 느릿느릿하고 힘에 부친 듯한 걸음걸이에서도 이것이 '연극'이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그 존재만으로도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는 느낌이었다. 연극은 잔잔하면서도 중간중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아주 차분히. 모든 것을 담담하게.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마지막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장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손 짓 하나가 마음 속 큰 울림을 주었다. 그저, 그 모습 그대로. 배울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염쟁이 유씨
11/05/19 정석용
소셜 커머스에 할인 쿠폰이 올라와서 운 좋게 보게된 연극. 일인극으로 여러 기록을 가진 연극이었다. 일인극인 동시에 관객참여극으로 지루할 틈이 없이 진행된다. 배우 혼자 극을 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는 체력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배우 개인이 가진 역량과 내공이 얼마만큼인가가 중요할텐데, 정석용님은 TV 드라마에서 봐왔던 것 이상으로 유연하고 힘이 넘쳤다. 배우님의 관객 유도도 상황에 따라 당황하는 기색없이 아주 능수능란했다. 참여하는 관객들도 열심히 재미있게 해줘서 가만히 보는 사람으로서는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극 내용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 왠지 극 초반부터 그가 염해주고 있는 이가 누구일 것 같다...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뻔하다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배우님의 열연으로 지루하지 않게 잘 보여주고 있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땀을 비오듯 쏟아내는 배우님의 모습에 눙무리. 짧지 않은 시간, 정말 '열연'을 해주신 배우님께 감동받아 나올 수 있는, 좋은 연극이었다.
11/05/24 작가 서상원 / 영필 김영필 / 주완 김주완 / 미도 전미도
실험극이란 얘기는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형식인지는 알지 못했다. 호기심에 예매를 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니, 도대체 어떤 형식인걸까. 두산아트센터에 일찌감치 도착해 극장 안 착석은 안 하고, 건물 1층 카페에 앉아 친구와 수다를 떠는데 전화가 왔다. 입장을 서둘러달라는 극장 직원의 전화였다. 이런 독촉?은 처음이여서 친구와 얼른 들어가 앉았다. (정신차리고 보니 거의 극이 시작할 시간... 일찍 가도 지각할 기세의 여인네들 같으니ㅠㅠ) 자리에 앉고 보니 객석은 꽉 차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무대는 없이 삼, 사층 정도의 객석이 서로 마주보게 되어있는 재밌는 구조였다. 나와 친구는 사이에 한 자리를 비우고 떨어져 앉게 돼있었다. 왜 예매가 이렇게 되었지? 하면서 당황하던 찰나, 그 자리로 배우 한 분이 앉았다. 총 네 명의 배우가 그렇게 관객 사이에 앉아 극을 진행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독촉 전화를 했구나, 싶기도 했다. (배우분 바로 옆 두 자리가 다 비어있었으니...)
대사들은 거의 독백에 가까웠고, 초반에는 그들의 대사 간에 어떤 연계성도 찾기 힘들었다.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아무렇게나 하는 식이었다. 종종 옆으로 고개를 돌려 관객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나에게도 이것저것 묻는 통에 당ㅋ황ㅋ. 하지만 나만큼 배우분도 떨고 있는게 느껴졌다.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고, 더불어 나도 긴장했다. 그들의 대화가 조금씩 이해가 갈 때 즈음. 난 깜빡깜빡 잠이 들었다. 내가 자고 있는 걸 다이렉트로 들킬 수 있는 자리배치이고, 무대형식이어서 진짜 안 그러려고 했는데... 도무지 이 연극엔 내가 몰입할 만한 부분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실험극이겠지만(ㅠㅠ). 중간 중간 암전이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때는 거의 졸았던 것 같다. 배우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
그로테스크한 형식의 희곡을 읽는 건 좋아하는데, 이 극은 그런 극 특유의 말의 재미를 살리거나, 전혀 황당무개한 사건들의 나열이 있다거나 하질 않았다. 그저 그들 스스로에게 예술이 갖는 의미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의 나열 혹은 잡담에 그쳐서. 물론 끝으로 갈 수록 흩어졌던 말들이 하나로 모아져,그들이 하나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자가 가진 상처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전개였지만, 뭔가 생각해볼 여지는 있는데, 발전될 듯 말 듯 하다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존 주제에 말이 많져? 헤헷.) 여배우 미도의 뜬금없는 대사들의 반복은 어떤 재미를 주었다기보단, 그냥 무 의미해 보였다. 단순한 맥 끊기, 또는 적절한 타이밍이 없어서 그냥 다른 배우들 사이사이 대사 한 줄 끼워넣은 듯한 느낌을 받아서 아쉬웠다. 미도란 캐릭터를 더 잘 살릴 수도 있었을텐데.
어쨌거나 중간 중간 초콜릿을 먹거나, 아기 사진을 보는 등 깨알같은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극이 만족스러웠다거나, 기억될 만한 매력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애는 시도, 덕분에 극에 관객이 참여하게 되고, 또 그로인해서 관객이 온전히 극에 집중할 수 없게 되는 매우 불편한 경험을 했다는 것 정도? 어쩌면 이런 불편함이 의도였을 수도 있으나. 참신하고 색다르지만, 반복적으로 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