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5. 22:59ㆍ숨죽인마음
0. '루나파크'의 루나님이 낸 에세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를 읽었다. 다시 한 번, 2010년 겨울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녀의 런던행에 용기를 얻고 떠났던 나의 유럽여행 길. 당시에 느끼던 이방인으로서의 쓸쓸함과 더불어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느꼈던 해방감 등등. 공감가는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다. 원래 나는 에세이는 안 좋아하는 편이다. 거진 자기자랑에 미사여구만 잔뜩 치장한 뻔한 말들을 늘어놓기 바쁘므로. 하지만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에 이어 이 책 역시 자만에 찬 시선으로 누군가를 위로하지 않아 좋았다. 나도 얼른 여행 포토북을 완성하고, 여행 후기를 블로그에 남겨야겠다. '기억하지 않으면 애초부터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말이다.
1. 요즘 내 꿈이자 목표는 철저히 침대가 되는 것이다. 물론 카프카의 <변신>과 같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시간이 나면 한없이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는 것이 목표. 물론 매우 진지하다. 덕분에 미드나 영화 따위를 주구장창 보고 있다. 예전에 KBS 더빙 판으로 해주던 '그레이 아나토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KBS도 이제 더빙하기 지쳤는지(아니면 '셜록'에 꽂혀서인지), 다음 시즌이 계속 방송되지 않아 덩달아 안 보게 됐던 작품. 여담으로 KBS 더빙판 '셜록'은 영 별로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참 좋았는데. 아니 어쩌면 이제 더빙판보다는 자막판에 더 익숙해진 탓인지도. 아무튼 시즌 6부터 보고 있는데... '그레이 아나토미'는 의학드라마라기 보다는 병원이 직장일 뿐인 이들의 치정물에 가깝다. 그래서 그 맛에 보는 건데 의외로 한 방 먹이는 에피소드가 나타났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잉여를 지향하는 내 뺨을 때린 12편. 닥터 헌트의 매력도 쩔었고('그, 아' 인물들 특성대로, 크리스티나의 말에 상처받고 뿌잉뿌잉 거릴 줄 알았는데...!) 그런 닥터 헌트를 꽉 쥐고 있는 크리스티나의 고민이 날 흔들어 놓았다. 재능을 가진 자의 거만이 종종 얄밉기도 했지만 너무도 확신에 가득찬 그 외침이, 고민이 그토록 부러울 수 없었다. 크리스티나 얭... 너 이녀석! 재능, 남자 양 손에 다 쥐었구나! 부럽다!!!
2. 오랜만에 명동에 나가 쇼핑하고 죽는 줄 알았다. 체력이 안 따라줘서 죽을 뻔. FOREVER21에서 쓰러질 뻔 했다.
3.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쇼핑이었는데 어쩐지 스트레스만 더 쌓였다. 살 빼야지. 젠장
4. 그럼에도 빈츠가 너무 맛있어서 한 상자를 앉은 자리에서 다 쳐먹었다. 스트레스와 저질체력으로 인한 당 저하를 보충하지 않고선 죽을 것만 같았으니까^^
5. 나는 전혀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놈의 스트레스는 날 너무 연약한 인간으로 만드는구나. 여드름인줄 알았던 것이 편평사마귀로 밝혀졌다. 이녀석 역시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일단 어서 빨리 침대가 되는 게 역시 답인듯.
6. 'K팝스타'는 보아 얼굴 보려고 본다. 진짜 미모 폭발! 앨범 안 나오나!
7. 내 사랑(이었던) 세븐의 컴백... JYP와 손을 잡았다고 해서 일찌감치 기대는 버렸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머리스타일도 괜춘. 훈내진동. 하지만 그냥 그정도. 거기다 YG는 이제 더이상 그 옛날 바퀴달린 신발을 신고 무대를 가로지르던 풋풋한 세븐을 키웠던 YG가 아니었다. 세븐이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전혀 파악하지 않는, 아니 고려하지 않는 듯 했다. 지난 앨범 '디지털 바운스'에서 이미 손을 뗐구나, 싶었지만... 아니면 내가 좋아하던 세븐의 곡들이 너무 옛날 스타일인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세븐이 어떤 스타일의 노래로 사랑을 받았었는지 다시 한 번만 생각해주세요 양사장님. 물론 한 번 꽂히면 무한 쉴드 쳐주는 사람이고, 맘에 안 들면 걍 아오안인 사람인 건 알겠는데ㅋ. 거기다 노래 제목도 그게 뭐야... 이미 그 노래대로 되어버린 것 같잖아!!! 슬프다. 인기가 떨어져도, 직업이 바뀌어도(너도 카레집 할끼니?) 사랑해달라고... 슬프다... 슬퍼... 여친도 잘 안나가는 마당에... 아무튼 세븐은 마냥 멋있는 남자라기 보다는 약간 달콤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맛이 있어서 좋았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것도 이젠 안되는 것 같고. 그저 슬프다... 약간 리드미컬하고 그루브가 있는 노래를 주란 말이야!!! 요즘 테디가 만드는 댄스곡은 너무 기계음만 가득하고 천편일률적이야. (현재) 내 사랑 태양이 가사를 썼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려고 했지만... 으잌
8. 드라마 '내일이 오면'을 엄마가 볼 때 가끔 보는데, 연출이 너무 시ㅋ망ㅋ. 7080 저리가라. 내연관계를 암시하는 장면으로 손장난 칠 때부터 알아봤지만... 진짜 레알... 이건... 이거슨...! 배경으로 노을이 쫙 깔리면서 남자 여자가 작당하는 장면에 완전 빵터졌다. 캐스팅 미스도 미스지만, 그냥 연출이 망한듯.
9. 이렇게 넷북 자판을 두드리는 와중에도 다 먹은 빈츠 상자만 보며, 얼른 수퍼를 갔다올까 수백번도 넘게 고민 중. 데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