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4. 21:38ㆍ숨죽인마음
0. 두가지 일이 해결되었다. 홀가분하고 만족스러운 동시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
1.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세웠다. 그런 점에서는 너무나 닮은 사람이어서 더 어쩔 수 없음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더 미련이 남는다. 차라리 전화로 날 차버렸을 때, 그대로 날 버려버리지. 왜 이렇게 날 힘들게 하는 건지. 차라리 미워하고 욕하고, 자신을 나쁜놈으로 만들라던 그 말이 더 미웠다. 넌 정말 나쁜놈이야. 차라리 너도 차갑게 대하지.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잘 지내라는 말을 하는건지. 여전히 나의 생각을 알 수 없다며, 어렵다는 말을 하는 그 모습에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난 여전히 내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겁이 난다. 상처받을까봐 두렵다. 그런데 아무 말도 못하니 더욱 괴로웠다. 어찌되었든, 상처 없는 이별은 없는 건가봐. 좋은 이별? 그런 게 어딨어. 차라리 완전히 끝내버리는게 맘 편하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녔는데. 정말 끝나버리니 너무 괴롭다. 홀가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가슴이 아프다. 돌아오는 길에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찔끔 찔끔 새어나오는 눈물의 이유를 나도 알 수가 없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뒤돌아 보면 네가 서있기를, 어서 달려와 날 붙잡아주기를 바라며. 머저리 같은 생각을 하며 집까지 걸어왔다. 마지막에 한번만 안아달라고 할껄. 근데 그러면 눈물이 주체 할 수 없이 흐를 것 같아서. 네가 내민 손을 잡고, 쿨한척 악수를 하고. 취업 잘 하고, 앞으로도 잘 되기를. 좋은 여자 만나기를. 무슨 병신 같은 소리를 지껄인건지. 왜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하고 이제와 이렇게 후회만 하는건지. 이 병신아. 이제 정말 넌 다시는 내 생각 안 할것 같고, 내게 연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난 이미 그 옛날에 번호도 다 지우고 쿨한 척 했으면서. 왜 너는 좋은 마무리를 한답시고 다시 날 흔들어 놓는거야. 좋은 마무리? 끝이 좋아야 새출발도 잘 할 수 있다고? 그냥 그날 밤 그렇게 날 내버려뒀어야 했어. 이별을 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는 커플이 몇이나 있는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난 다시는 이런 짓 따위 안 할거야.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고양이가 내 앞에 나타나 내 다리 사이를 오가며 애교를 부렸어. 그런 고양이 같은 사람을 바란 건 역시 사치였나봐. 젠장. 요즘들어 고양이가 자꾸 나에게 나타나. 이제 펑펑 울었으니, 나도 마무리 잘 할게. 너 때문에 우는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잘 보내줄게. 첫 번 째 이별은 그냥 기분만 더럽고 말았는데, 이번엔 이렇게 가슴이 아프다니. 그래도 조금은 고마워 해야 할 것 같아. 아무튼, 나도 새출발 잘 할게. 너도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