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3. 01:08ㆍ숨죽인마음
0. 퇴사를 위한 가장 완벽한 환경이 알아서 만들어지고 있다. 내 인생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작품은 사실상 내 취향도 아니고, 심지어 주연배우도 제일 싫어하는 매니지먼트였기에 영원히 딜레이가 된 이 상황에 나는 그저 얼쑤 감사합니다 하고 이 기뻐해야하고, 실로 기쁜데. 왜 마음 한 구석이 구리지...
1. 막상 정말 근 시일 내에 퇴사를 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자니, 정말 뭘 해야할지 감이 안 온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겠는 상황. 지난 1년간 매일밤 고민했는데도. 정말 도통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배운게 도둑질이라지만 또 같은 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이 분야를 영 떠나려니 뭔가 뒤를 안 닦은 기분이고... 망할!!!
2. 끈기가 없어 수니질도 꾸준하게 못하는 인간인 나인데... (빅스도 갓세븐도 벌써 식었다... 나란 새기...ㅠㅠ...) 주변 사람들 보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분야에서 열정페이 받아가면서도 내 인생 바쳐가며 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분명 '빠심'에 있으렸다. 그러니 난 안 될거야 아마...ㅋ
3. 불과 얼마 전까지도 어리벙벙하게 멍 때리던 그 친구가 또 다시 급부상하는 모습을 보니... 왜 사람들이 이렇게 더럽고 구린데도 이 바닥에 한번 발을 들이면 쉽사리 못 빠져나오는지 알것도 같았다. 한명만... 한번만... 한 작품만 더... 하면 진짜 좋아하던 배우와 일 하게 될 거라는 알 수 없는 희망이랄까... 하지만 배우는 역시 스크린으로, TV로 볼 때가 가장 좋은 것임을 할 때마다 느끼면서도!!!! 왜!!!!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좋아해 마지 않았던 (물론 배우로서만) 그는 드디어(!) 그 더러운 진가가 제대로 까발려지고 있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상대방 병신 만들고 이미지 메이킹 탄탄히 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하잖아... 간통은...) 그래서 이제는 정말 면대면으로 만났을 때 가식 웃음 지으며 일할 자신이 없어서 올해 안에 퇴사는 해야하는 게 맞는 것 같고.
5. 나도 모르겠는 이 그지같은 마음!!!!!!!!!!!!!!!!!!!!!!!!!!!!!!!!!!!!!!!!!쒵
6. 뭘 해야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7. 현명하신 부모님은 말하셨다. 그런 일은 없다.
8. 알면서도 왜 꿈꾸게 되는 걸까.
9. 젠장.
10. 일단 쉬자.
11. 차근차근 남은 몇개월에 대해 생각해보니, 도통 답이 나오질 않는다. 우선 쉰다->건강을 챙긴다->보통사람이 된다->다시 직장을 구한다... 으으...
12. 급 멘붕이 와서 도통 잠이 안 와서 한참동안 방 안을 서성였다. 그러다 문득 구석에 꽂혀 있는 일기장을 몇개 꺼내봤는데.
13. 와우 맙소사. 중학교때부터 난 우울한 인간이었다. 잘 알고 있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죽기 전에 일기장은 꼭 태워 없애버리는 것으로. 유언을 남겨야할 수준. 와오 맙소사. 더군다나 몇년이 흘러도 어찌된 것이 우울함의 주요 원인이 변칠 않는 것일까... 나의 결여된 사회성 같으니... 남들 보기엔 멀쩡했는데 당시엔 너무도 외로운 아웃사이더셨다 무려;;;;;; Hㅏ...
14. 그래도 대학 오고 사회로 나오면서 성격이 많이 변해서 좀 나아진 듯 하다. 자체 판단 결과로는. 이젠 세상 만사가 너무 의미가 없어서 옛날 일은 왠만하면 까먹는 편인데...
15. 나중에 하이킥할 게 뻔해서 일기장에 구남친들 이름을 다 이니셜로 적어놔서 그 이름들을 실제로 떠올리는 데 한참이 걸렸다... 심지어 가장 최근 사람은 아무리 해도 이름이 기억이 안나!!!!!!!!!!!!!!!1.... ㅠㅠ... 이럴 수 있나... 역시 이번 생은 아닌가봐...
16. 무소속의 괴로움. 소속되어 있는 데도 벌써부터 괴로워지고 있다. 왜 이러는가 나는 이 새벽에...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