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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22. 02:50ㆍ숨죽인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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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정말 많이 왔다. 하늘에 구멍이 났다는 게 이런건가 싶을 정도로. 곤파스는 내가 자는 동안 지나가서 직접 겪지못해 비교할 수는 없지만.정말 엄청났다. 모든 길이 한강처럼, 물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사진을 엄청 찍었다.
비가 이렇게 와도, 사람들은 고향을 찾아 간다. 친척끼리 모이고, 음식을 해먹는다. 명절이란 그런 것이다. 난 일을 해야돼서, 큰집에 잠깐 들려 점심만 먹고 나왔다. 생각보다 일터에 일찍 도착해서,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죽였다. 비가 세차게 몰아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카페에 혼자 앉아있으려니 참. 스스로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굳이 묻지 않아도 답은 뻔했다. 모두가 비를 뚫고도 모이는 명절날 쟤는 왜 저렇게 혼자 있을까. 하지만, 나같은 사람이 꽤나 있었다. 그 카페에는. 모두 혼자였고, 간혹 둘씩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이었다. 타지에서 맞는 타국의 명절 연휴, 그들은 얼마나 외로울까. 한국 사람 대부분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할 동안, 그들은 외로움을 달래며 조용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손님 없는 옷가게에서 쇼핑을 하겠지. 물론, 한국사람이고 한국에 살고 있어도 외로운 사람은 많은 것 같지만. 파란눈의 그들은 특히나 그 외로움이 더 하지 않을까. 난 그래서 그들 사이에서도 그닥 외롭거나 처량맞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못됐지만, 난 그런 애다. 남의 불행을 보며 위안삼는. 그리고, 스스로 정당한 이유도 있었으니까. 연휴에도 일해야 하는 내 팔자!
오랜만에 좋아하는 선배로부터 문자가 왔다. 문득, 책을 읽는데 내 생각이 났다는 문자였다. 그 문자를 받고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나답지 않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석을 잘 보내라는 문자를 보냈다. 몇 명 빼뜨리긴 했지만, 내 휴대폰에 저장된 사람들 중 절반에게는 보낸 듯 싶다. 늦은 새벽에 보낸 단체문자 느낌의 안부 문자에 답해주는 이는 그의 절반도 못되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히 기뻤다. 문자를 받은 이들도 평소 잘 연락 않던 나의 뜬금없는 문자에 기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척 반갑고, 기쁘다는 답장은 특별히 저장. 일하면서 소녀감성 충만한 이들과 함께하다보니, 나도 소녀스러워졌다. 일하면서 느낀건, 중요한 건 사람이고, 남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