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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10. 15:46숨죽인마음


  아침부터 수선을 떨었다. 매번 실패한 티켓전쟁에서 이번에도 패배했다. 하느님께 이럴때 빌어봐야 아무 소용 없지. 안다. 어쨌든, 이젠 실패해도 별로 슬프지도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조, 조은 체념이닷
  이때즈음 햇살이 참 좋다. 거실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내가 고양이라면 방바닥에 몸을 잘 말고 앉아서 눈을 감고 갸르릉 거리고 싶다. 햇살을 맞으며 그네를 타고 싶다. 하지만 동네에 그네란 그네는 모조리 사라졌다. 놀으라는 어린 애들은 안 놀고, 중고딩이나 와서 그네 밑에 동전 대신 담배꽁초만 수두룩하게 묻어놔서 그러나. 미끄럼틀조차 둥그런 관을 썼다. 이제 미끄럼틀 끄트머리에 앉아 흙장난을 하던 추억따위 옛날 동화책에서나 찾아야 한다. 못 타게 하니까, 더 타고 싶다. 그네! 타고 바람을 맞고 싶다.
  난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면,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잘 취하질 않는다. 잡은 고기에겐 밥을 안준다지. (좀 다른 늬앙스인가) 여튼, 신경을 잘 안쓰게 된다는 거다. 언제고 내 눈 앞에 있고, 내가 필요할 때 취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 냉장고엔 얼마나 많은 간식거리들이 썩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엄마도 나랑 똑같다. 매번 고구마가 싹 틔우는 것을 본다.

  도서관에 잠깐 들렸다 오는 길에는, 언제나 온갖 상념들로 가득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글을 써야지. 이런 글을 써야지. 저런 소재는 어떨까? 저건 또 왜 저런 모양이지? ... 집에 도착하는 순간, 넷북을 켜고 인터넷 서핑에 열중한다. 그리고 머릿속의 모든 상념을 걷어낸다. 벌써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이제 뭐 별 감흥도 없다.
  즐겨찾기 정리를 했다. 아 신나! 난 물건을 사진 않지만 예쁜 쇼핑몰 보는 게 취미이고, 그대로 꾸미진 않지만 뷰티 블로그를 순회하는 게 하루 일과다. 어디 좀 시크하고 아방가르드하면서 약간의 로맨틱무드가 첨가된 유니크하고 멜랑꼴리한 블로그 없나? (어디서 개가 짖나 왈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