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20 : 문득 잘못 살고있다는 느낌이
2012. 3. 20. 15:35ㆍ숨죽인마음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다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눈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 사이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일 없이 돌아누워 두눈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날 속삭인다
오규원 作
무엇을 해야할지 알면서도 하기 싫어서 애써 외면하고 있다. 다른, 아주 사소한 문제 하나 때문에. 생生이라는 거대한 물음 앞에서 먼지 따위가 눈에 들어갔다는 어줍잖은 변명을 늘어놓는다. 의미 없이 눈물을 쏟으며 은근슬쩍 눈 앞에 곧장 나있는 길을 벗어나 이상한 덩쿨로만 자꾸 기어들어가고 있다. 그 끝에는 어쩌면 아주 작고 아늑한, 아무도 찾아올 수 없는, 하지만 너만은 찾을 수 있을지 모르는 동굴이 있을 것만 같다. 그 동굴에 들어가도 안식따위 없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너무나 고독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서 결국 다시 기어나오게 될 것을 알면서. 지금 당장은, 이렇게 도망치고 싶다. 무언가 정신을 팔만한 것을 찾다가 처음 들어보는 잡지를 덜컥 샀다. 동경하는 이의 인터뷰를 읽어도 머릿속으로는 연신 딴 생각 중이다. 너를 떨쳐버리고 싶다. 왜 나는 인정하지 못하는가. 너무나 분명하고 쉬운 답을. 내가 마음을 쏟은 만큼의 애정을 돌려받으려는 것은 분명 사치다. 나는 어쩌면 네게 졌다는 사실 때문에 더 마음앓이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쉽지 않은 패배의 인정이란. 벌건 대낮에 더 싱숭생숭하다. 모든 것이 고요해지는 밤이 찾아오면 그냥, 멍하니, 모니터를 들여다보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