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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8. 01:54숨죽인마음

  소위 '안정기'에 접어듦과 동시에 마음의 그래프가 교차하며 뒤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아니 지금은 살짝 겹친 상태로 천천히 나는 점점 오르고, 그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걸까. 아무튼 마주잡은 손바닥의 온기는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이젠 의무감 혹은 형식적인. 내가 민감해진걸지도 모르지. 나의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걸 스스로도 경계하고 있었으니까. 정말 그 사람이 좋아서인지, 현재 나의 상태가 좋아서인지. 솔직히 말해서 후자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날은 좋았지만 마냥 좋지만도 않았다. 석양을 보고 내려온 공원 골목 어귀에서 만난 고양이가 날 위로해줬다. 고양이가 없었다면 무척 심란한 하루가 되었을듯.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던 그 고양이처럼, 낯설고 도도한 녀석이었다. 길고양이는 아닌듯 했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고, 관찰하는 중이었으니까. 녀석의 옆에 멈춰서자 마치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내 다리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구두 위에 엉덩이를 살짝 깔고 앉은 녀석. 길게 뻗은 부드러운 꼬리로 내 다리를 톡톡 쳤다. 그래, 이런 느낌.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원하고 있는게 무엇인지. 녀석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자 갸르릉 거리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의 손길이 닿자 조금 옆으로 몸을 틀었다. 그 모습에 질투가 났는지, 심통이 났는지. 아니면 애초에 고양이 따위, 좋아하지 않았는지. 얼른 가자고 재촉하는 통에 아쉬운 이별을 해야했다. 또 하나의 다짐. 내 곁에 오래오래 머물 존재는 고양이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