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916

2012. 9. 16. 21:44숨죽인마음

  생각해보니, 난 그 어떤 누군가를 내 안에 들여놓은 적이 없었다. 내 모든 것을 다 내어줄 수 있을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특별한 존재'로 내 마음 속 방 하나 내어주지 않았다. 소중한 친구나 가족들과는 또 다른 의미로 '특별한 사이'. 아직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거니와 (언제 그 여유가 생길지도 모를뿐더러) '특별'이라는 단어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하지도 못했다. 이제야 알았다. 나이를 스물다섯이나 먹고도. 그러므로 난 누군가에게 괜한 상처를 주기 전에 그냥 모든 걸 포기하기로 했다. 난 언제나 그렇듯, 노력보다 포기가 빠른 편이므로. 자학이 취미이고, 잊어버리고 넘기기가 특기인만큼. 자학은 어제 오늘, 이틀로 충분하다. 그냥 잊어버리고, 인연이 아니었다 생각하자. 아니, 내겐 그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그 기회 자체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난 누군가를 특별히 여기는 법을 모르니까. 내가 아끼는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가끔은 서운하다 소리를 들으면서도 전혀 고칠 수 없었던 아니, 고치려고 노력조차 않했던. 고쳐야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던 병신이 나이므로. 아 다 귀찮다. 모든걸 잊고 땅 속으로 스며들고 싶다. 지나간 사랑노래 가사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없다. 모두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고,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렵다. 이 모든게 다 사치다. 그래서 내가 더 영화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대리만족? 내가 느낄 수 없었던, 그저 어림짐작만 하는 감정들을 시각화해서 느낄 수 있게 해주니까. 그나마 내겐 친절한 교재이므로.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