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9

2009. 10. 20. 03:12마음에남아



감독 닐 블롬캠프
샬토 코플리 (비커스 메르바)
2009.


일단 가볍게 말하면 재밌다!
SF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을 듯.

다 보고 나서 <트랜스포머>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둘 다 외계생명체가 등장하고, 로봇, 강력한 무기, 외계인과 지구인(사실 미국인)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뭐 대충 비슷한 맥락에서 보게 됨.
하지만 <디스트릭트9>이 조금 더 무겁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담고 있는 것 같다.
<트랜스포머>는 그냥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을 위한 영화라고 보는 쪽이 맞고.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자기들만의 잣대로 계속해서 편을 가르고,
차별 하고 법이라는 이름 하에 권력자들 마음대로 힘 없는 자들을 괴롭히고.
뭐 이런 것들을 말하는, 이미 예전부터 많은 영화들이 말 하고 있는 걸
외계인, 특히나 그것도 지구에 정착한 외계인, 지구인에게 멸시당하는 외계인이라는
소재로 다시 되풀이 해서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꽤나 새롭다고 느끼는 건 바로 지구 정복을 위해 침략한,
지구인보다 앞선 기술의 고지능의 외계인이 아닌
지구인에게 무시당하고, 그들에게 감시당하고, 그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죽임을 당하는
프런들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사족을 달자면 왜 굳이 그런 징그런 모양으로
디자인을 해야만 했는가yo... <트랜스포머>에서도 패자의 역습편을 보니까
아주 앙상한 벌레같았는데 여기서도 앙상한 벌레...
계속 더듬이를 움직이고 그 특유의 기계, 벌레 소리를 내니까
처음에는 좀 싫었다 ㅋㅋㅋ 거기다 애들이 좀 더럽니

거기다 주인공도 아주 착한 캐릭터도 아니었고,
적당히 인간적이면서 적당히 이기적인 사람이어서 괜찮았다.
또 그 역시도 그가 속한 사회에서 적당히 무시당하는 사람이었고.

요하네스버그를 배경으로 삼은 건 뭐,
시각적인 효과(난민, 갱단 등등)를 위해서도 그랬겠지만
남아공이 인종 차별이 심한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해봄.
항상 백인들에게 차별을 받던 흑인들이
반대로 프런들을 상대로 또 차별을 가하고
이런 이중 삼중의 차별들 속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추악하고 욕망에 찌들어 있나
다시 한 번 새삼 느꼈당

아니 그런 기술이 있는데 지도부가 전염병으로 다 죽고
멍청이들만 남다니... 헐 참 거 참


페이크 다큐 형식을 따르고 있는데 이 또한 초반에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에 정말 이 영화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왠지 모를 믿음까지 생겨났달까.
결국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같은.


-


영화가 끝나고 주변을 둘러보니,
옆에 앉은 여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난 왠지 씁쓸하긴 했지만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는데...
내가 감정이 메말랐나???
아니 것보단 눈물 자체가 메마른듯.
요 근래에 운 기억이 없어......

여튼 이렇게 2탄이 나오나yo?


-


디스트릭트9 포스터가 약간 재미진 느낌으로
여기저기 카페나 가게 등에 붙어 있는 걸 봤다.
굉장히 눈에는 띄지만 영화 흥행 자체에 도움은 별로 안되는 마케팅인듯.
홍보문구도 그렇고. 외계인 출입 금지! 외계인 관람 불가!
따위의 말은 왠지 재미난, 흥미를 유발하는 느낌이지 않나???
영화 자체는 흥미 유발에 그치는 영화가 아닌데 말야.

이렇게 억지스러운 광고 때문에 빛을 못 본 영화들이 꽤 있지.
하지만 뭐 이 영화는 피터 잭슨 이름 하나로 충분히 홍보가 되는듯.